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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호 노동을 읽는 눈] 설탕 조금 뿌리고 포장지만 바뀌었네요.
    • 등록일 2023-04-12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251
  • 설탕 조금 뿌리고 포장지만 바뀌었네요



     

     근로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 논란이 되었다정부의 연장근로 총량 관리제 이야기다다들 아시겠지만 주 69시간 근무라고 언론에 회자한 내용이다주 69시간 근무는 1주일에 6일을 근무한다고 가정할 때이다그런데 회사에서 휴일근로는 안 시키나그 시간을 포함하면 1주 최대 80시간 30분을 일할 수 있게 된다우리나라의 법정 기준 근로 시간은 주 40시간이니 법정 기준 근로 시간에 비해 2.5 배까지 더 일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고, 1주 연장근로 제한이 근로기준법상 주 12시간이니 40시간 30분까지 연장하여 일하게 한다는 것은 3.3 배까지 더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근로 시간을 줄이기는커녕 왕창 늘린다는 이야기다논란이 일어나니 정부는 MZ세대의 이야기를 더 듣겠다고 하며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그런데 왜 MZ세대가 아닌 다른 세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말은 없을까첫 번째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어쨌든 주 69시간이란 이야기는 물 건너간 것 같고이제 주 64시간이란 이야기는 남아있다주 64시간 근로는 밀어붙일 것 같다그런데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연장근로시간 총량을 관리하며 1주 64시간 근로 시간 상한을 준수한다는 이 제도는 연 단위를 제외하고 이미 근로기준법에 있다. 3개월 단위, 6개월 단위의 탄력 근로제가 그것이다여기에서 6개월 단위의 탄력 근로제를 잘 설계하면 1년 단위로 하는 것처럼 할 수도 있다.

    연장근로 총량 관리제와 탄력 근로제를 비교해보니 별다른 차이점을 못 느끼겠다.

     

     먼저 근로 시간이다.

    탄력 근로제에서도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하여 1주 최대 64시간 근무가 가능하다혹자는 근로 시간을 평균하여 40시간을 넘으면 안 되는 것이니 다른 주에는 40시간을 일하게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그 주에도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하면 40시간을 일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장근로 수당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닐까?

    연장근로 총량 관리에서도 당연히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계산의 편의상 2주 단위로 계산해 보면 첫 번째 주에서 64시간을 근무했으면 24시간에 해당하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고두 번째 주에 40시간을 일하면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즉 2주를 합쳐 24시간에 해당하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탄력 근로제에서는 첫 주에 64시간 근무를 했으면 40시간을 초과하는 최초 12시간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하지 않고 나머지 12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만 발생한다두 번째 주에 40시간을 일하면 28시간을 초과하는 12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한다. 2주를 합하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시간은 24시간으로 동일하다.


     다음은 도입 요건이다.

    연장근로 총량제는 도입 시 근로자대표 서면합의를 해야 한다이 요건은 탄력 근로제에도 있다세부 요건이 나오지 않은 현 상태에서 두 제도가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다른 점은 정부는 3개월 단위로 연장근로 총량제를 실시하면 최대 연장근로시간의 90%만 허용하고, 6개월이면 80%, 1년이면 70%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정부의 안대로 연장근로 총량제가 도입된다고 하면조금이라도 일을 더 시키고 싶어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어느 제도를 선택할까어차피 같은 비용이 드는 두 제도인데 주 64시간 꾸준히 일을 시킬 수 있는 제도를 선택하지 않을까그러니 정부에서 말하는 연장근로 총량제를 실시하려면 기존의 탄력 근로제를 폐지해야 효과가 있다그래야 차이점 한가지가 보이는새로운 제도가 아닌 살짝 변경된 제도가 생기는 것이다그런데 6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경영계가 강력히 요청하여 몇 년 전에 신설된 법 조항이다이 조항을 정부가 폐지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근로 시간 저축계좌제이다.

    이 제도도 이미 있다보상 휴가제(근로기준법 제57)이다그동안의 연장 야간 휴일근로 시간을 합해서 수당으로 보상받는 대신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이다연차휴가 앞뒤로 붙여서 써도 되고징검다리 연휴에도 쓸 수 있다정부는 근로 시간 저축계좌제를 설명하면서 덧붙이기를 장기휴가 사용이 가능해지고안식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이미 제도상으로 다 할 수 있는 것들이다. 1년에 연차휴가 15일이면 3주를 몰아서 쓸 수 있고보상 휴가 합치면 4주를 연달아 쓸 수 있다. (그동안은 제도가 없어서 장기휴가를 못 갔나요육아휴직은 제도가 없어서 못 사용하나요계약직 노동자가 1개월 휴가를 쓴다고 하면 회사에서 보내줄까요보내준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재계약이 될까요?)

     


     정부가 제시한 근로자의 노동 주권을 지키는 5대 안전장치도 그중 3가지는 이미 근로기준법에 있는 내용이고나머지 2가지는 고용노동부의 의무로 지금까지 해 왔고앞으로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새로운 것도 혁신적인 것도 없다.

    이렇게 새로운 것 없는 것을 정부는 왜 새로운 근로 시간 패러다임을 구축하겠습니다.’라며 내어놓았을까정부는 왜 근로 시간 개편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실제 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한 명도 없는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회에서 근로 시간 개편 논의를 하고 나서는결과적으로는 기존 제도와 다를 것 없는 제도를 마치 매우 개혁적인 새로운 제도인 것처럼 내놓고 나서논란이 커지니 다른 세대는 배제한 채 MZ세대에게만 이야기를 들으며 재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일까정부의 1차 시도는 실패했고 2차 시도가 진행 중이다아직도 사회는 시끄럽고혼란만 가중되었고갈등은 커지고지금도 논의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은 아주 많다왜 이러는 것일까대충 짐작이 가는 부분은 있으나 지면에 담지는 못하겠다.

     



     근로 시간 개편은 노동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그것도 어느 한 세대만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지금 있는 것을 내용은 별반 바뀐 것 없이 포장만 새롭게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학자뿐만 아니라 실제 제도를 적용받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포함되어야 한다근로 시간뿐만이 아닌 모든 노동과 관련된 제도가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특히 근로 시간 개편은 근로 시간 단축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김인아(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 교실직업환경의학교실교수도 이야기하지 않으셨나. ‘일반적으로 노동시간의 길이와 관련해 노동자 건강의 측면에서는 1주 최대 48시간의 제한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1) 

    건강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퇴근 후의 삶이 있어야 육아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고 자기 발전을 위한 학습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이렇게 해야 사회적으로 더 풍요로워지고 발전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노동시간에 대한 캠페인 방향도 어느 정도 정해진 느낌이 든다.

    연장근로를 최대 주 8시간으로!”


     

    1) 민중의소리노동시간 개편 논의 중 사퇴한 보건 전문가의 일침 정부안은 개악”, 최지현 기자 2023-03-30

     

     


    손창배 노무사 (노동사목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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