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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호 그의 신발을 신고] 나는 노동을 왜 하는가?
    • 등록일 2021-09-15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639
  • 나는 노동을 왜 하는가?

     

     

    “출근 너무 즐겁죠! 전 제 직장을 사랑합니다!”

     

    가끔 아는 신부님들과 모인 자리에서 업무 관련 질문을 받으면 괜히 과장해 이야기하곤 한다. 직장이 가톨릭 기관이다 보니 장난스럽게 하는 말이다. 물론 전혀 빈 말은 아니다. 내가 일하는 곳, 내가 하는 업무에 책임감도 생겼고 애정도 있다! 하지만 어찌 노동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겠는가. 몸이 고된 날도 있고 업무가 너무 어려워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고, 예정된 행사 걱정으로 맘이 편치 않을 때도 많다. 직장인이라면 많이들 공감할 것이다. 일이 힘겨울 때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이 일터가 나의 평생직장인 걸까? 다른 일을 해보고 싶진 않을까?’

     

    <출처: Photo by Christin Hume on Unsplash>

     

    20대 첫 직장에서의 일이다. 졸업하자마자 면접을 봤던 회사에 운 좋게 입사했고, 꽤 규모가 있던 회사라 기쁜 마음으로 출근했다. ‘나도 이제 사회인이다!’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꽤 많이 설레었다. 첫 월급으로 가족 선물도 사고, 저축도 하고... 물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스스로 돈을 벌고 있다는 뿌듯함이 더 컸다. 하지만 몇 달 가지 못해 퇴사하게 되었다.

     

    회사 대표님의 가족은 당시 성행하던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며 매장을 몇 개 운영하고 있었는데, 가끔 일손이 급하면 우리 부서에서 파견 나갔다. 그런데 그런 일이 반복되더니 나중엔 우리가 프랜차이즈 본사로 출근하여 메뉴 만드는 교육까지 듣게 되었다. 그렇게 교육받은 후부터는 카페로 출근하는 일이 잦아졌다. 심지어 일주일 내내 카페로 출근하기도 했다. 다른 직원들도 아무 말 없이 따르기에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다녔지만, 어느 날 카페 매장을 지키다 문득 ‘내가 지금 뭐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다음 파견(?) 일정을 알려주는 팀장님께 퇴사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출처: Photo by Toa heftiba on Unsplash>

     

    첫 회사... 입사해서 어떤 일을 해 낼 것이고, 어떠한 성과를 낼 것이고, 회사 발전에 얼마만큼 이바지할 것이다! 따위 목표나, 내가 제공하는 노동에 대한 뚜렷한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운 좋게 취직되어 돈을 벌게 되었고, 성실히 다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대표의 가족이 운영하는 카페로 출근이라니. 이 일이 부당하게 느껴졌고, 이 직무를 왜 맡고 있는지 도무지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퇴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노동사목위원회에서 일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해고 노동자, 불이익을 당한 노동자, 구직 청년,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분들 등... 이분들 사연을 듣고 있으면 그 시절 내가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그저 하찮게 느껴진다. 단지 내가 ‘하기 싫었을 뿐이었구나’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30대 후반인 현재의 나도 20대의 나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노동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하며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노동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노동은 삶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노동이 인간 삶의 전부가 되면 안 된다고 한다. 일만을 위해 살거나, 돈을 모으는 것만이 목적인 노동을 한다면 너무 고되고 힘들지 않을까? ‘나는 노동을 왜 하는가?’ 한 번쯤 생각해보자.

     

    노동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의미에 속하며,

    성장과 인간 발전과 개인적 성취의 길입니다.
    <찬미받으소서 128항>

     

    <출처: Photo by Disruptivo on Unsplash>

     

    맹보영 교육연대팀장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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