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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호 노동을 읽는 눈] 돌봄서비스와 외국인 노동
    • 등록일 2023-06-14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77
  • 돌봄서비스와 외국인 노동


     저출생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돌봄노동에 대한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이는 고령인구의 증가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가족 돌봄이 쉽지 않게 됨에 따라 맞벌이 부부를 위한 가사도우미 활용, 고령자 돌봄 및 간병 수요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가사서비스를 포함하여 돌봄서비스 부문의 외국인 인력 도입 논의는 가사 및 아이 돌봄 노동과 간병 분야에 외국국적동포 이외의 외국인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며, 특히 가사 돌봄 분야의 외국인 인력 활용 시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의 사례에 근거하고 있으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선발 이민 국가에서 이미 진행되어 온 ‘이주의 여성화’라는 국제 노동이동의 경향적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외국인 인력의 도입은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파급경로를 갖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외국인 유입으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내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 사용주 입장에서는 채용하고자 하는 외국인의 숙련, 즉 비용 대비 생산성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나라들은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분야를 적절한 방법을 통해 선정하고, 고용주의 자격요건을 부여하며, 수요에 부합하는 외국인 인력을 선별하고 알선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나아가 외국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해야 하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구변동이나 기술혁신 및 산업구조의 변화, 그리고 국민경제적 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장시간 저임금으로 규정되고 있는 현재의 돌봄 노동시장의 근로환경 개선 없이 외국인 인력으로 인력부족을 충당하는 방식은 돌봄노동시장 전체의 임금과 근로 여건을 개선하는 데 제약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유사한 환경에 놓인 일본이나 대만,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사례를 언급하지만 좀 더 자세히 보면 이들 나라들은 유사하지만, 다른 측면들도 많다. 일본의 경우 개호(介護) 분야 중심이고 가사서비스는 특구에만 허용되어 있으며 실제로 도입된 인력도 전체 외국인 규모에 비해 많지 않다. 

     대만은 재가 돌봄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는 가족 돌봄을 시설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국민적인 정서에 따르고 있다. 25만여 명에 이르는 돌봄 노동자도 주로 인도네시아 국적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돌봄서비스의 수혜자 자격요건도 연령(고연령이거나 유아)이나 돌봄 필요성의 요건 등을 정해 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사 돌봄을 많이 활용하는 싱가포르나 홍콩의 경우 도시국가의 성격 그리고 최저임금제가 작동하지 않거나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두어 운영하며 가사서비스 중심의 서비스라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우리와 유사하기도 하고 차이점도 있다. 


     최근 활발히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사서비스 분야의 외국인 인력 도입 이슈는 다소 논쟁적이다. 가사서비스 시장을 포함하여 제반 돌봄 서비스 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 진단이나 서비스 수혜자의 특성, 돌봄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논의의 산물이기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값싼 서비스 공급’에 초점을 맞춘 측면이 크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도입방식에 대한 논의 및 논거를 볼 때 도입 목적을 달성할지 의문이다. 

     고령인구의 증가, 돌봄 분야의 주요 노동공급원인 외국국적동포의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로봇 활용도를 높인다고 하더라도 돌봄서비스 분야의 외국인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렴한 비용으로 이 분야의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자는 논의는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있기가 어렵다. 돌봄노동의 구매자 관점에서 보면 저렴한 비용도 중요하지만, 양질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아이돌봄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더욱 적극적인 정책 방안을 모색할 수는 없는 것일까? 서비스 부족 문제를 값싼 외국인 노동력 공급이라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논쟁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러한 문제 제기에 우리는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고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존엄한 노년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어디서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시설을 선호하겠으나 현재의 시점에서 미래의 자신이 직면하게 될 상황이라고 상상해 보면 그러한 선택을 쉽게 할 수 있을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건이 달라진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정치적 판단 및 결정’과 ‘정책 실현’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선도적인 정치적 결정으로 정책의 난맥을 뚫을 수 있도록 하거나, 촘촘한 정책설계를 통해 정치적 판단을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촉발되고 있는 가사서비스 분야의 논쟁적인 요소들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제도 설계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가사서비스 분야에 한정하여 접근하기보다는 돌봄서비스업 전반에 대해 들여다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간병인, 요양보호사, 사회서비스, 요양병원, 출생률 제고정책과 아이 돌봄의 사각지대, 열악한 근무환경과 장시간 노동, 존엄한 노년기 수요와 시설 서비스 중심의 요양과 간병체계 등은 돌봄서비스업을 표현하는 개념들로 이들 이슈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제도는 한번 도입되면 그 틀을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 이번 가사서비스 분야의 외국인 도입 논의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돌봄서비스업 전반을 대상으로 해당 분야 종사자들의 일자리 질을 제고하고 종사자의 권익을 보호하며, 서비스 수혜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저출생 고령화에 대응하여 돌봄서비스의 패러다임 전환 및 정부의 역할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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