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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호 생각의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 등록일 2021-09-25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22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출처: Photo by Arten Kovalew on Unsplsah>


    ‘하고 싶지 않거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난 요즘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 7월에 실직한 뒤로 쉬고 있는데 마음마저 힘든 일이 겹쳐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내 마음이 얼마나 힘들고 지쳐 있는지...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고 내 마음을 편들어 주었다. 길 가다 멈추어 서야 주변 예쁜 꽃이 눈에 보이듯이, 멈추어 내 마음을 바라보아야 내 안의 나를 만날 수 있다. 나는 나를 만나고 격려해 주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한다 해도 전면 파업은 아니다. 식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나도 모르게 밥하고 빨래는 기본으로 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나만의 시간일 때 소위 시체 놀이를 했다. 나를 멈추어 놓고 내 안에 머무는 것이다. 청소는 안 했다. 다른 가족들이 해 줄 수 있는 거고,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소 안 한다고 투덜거리면 반항했다. 여러 집안일 중에 청소 하나쯤은 거들어 달라고, 하기 싫다고 내 마음을 표현했을 때, 속이 후련했다. 그동안은 싫은 걸 싫다고 표현하지 못해 알았다고 말해 놓고는, 맘속으로 ‘식빵’을 구웠었다. 내 속도 부글부글 함께 구워졌었다.

     

    <출처: Photo by Natalya Letunova on Unsplash>

     

    “남의 마음까지 이래라저래라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몇 해 전 엄마가 투덜거리며 아빠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신 적이 있다. 그동안 별로 불평불만을 입 밖에 내지 않으시고 고분고분 억누르며 사시던 엄마였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이 표현에 한바탕 웃기는 했었는데... 그때 엄마 마음에는 어떤 소망이 있었을까?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고향이 순천이다. 외할머니와 가족들을 여순사건 여파로 일찍 여의었고, 외할아버지와 작은 외할아버지들도 일찍 돌아가셨다 들었다. 가난한 집에 시집와 시부모님 봉양에 6남매 자식들 양육하느라 자신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라는 게 존재나 했을까 싶다. 할머니 역시 배고픈 시절을 견디어 낸 사람이었다. 저녁밥 할 시간이 되면 빈 가마솥에 물만 가득 채우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굴뚝으로 연기가 나가게 했다고 한다.

     

    나는 할머니와 엄마에 비하면 좀 낫지만, 가난 때문에 진학을 못 하고 고등학교 가야 할 나이에 이향 노동자가 되었다. 내 나이 또래 많은 친구가 그랬다. 노동자가 되어 열심히 일하며 가노청(JOC)을 알게 되었고, 활동도 열심히 하고 나름대로 보람 있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열심히 산다는 게 뭘까? 예전엔 100%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80%만 열심히 하려고 한다. 고3인 딸에게도 있는 힘 다 쓰지 말고 80%만 쓰라고 말한다. 방전되면 쓰러질 수도 있고, 방향을 바꾸거나 되돌아올 때는 남아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출처: Photo by Miguel Bruna on Unsplash>

     

    인간의 삶이라는 게 뭘까? 내 삶을 스스로 정하고 살기보다는, 삶이 그저 나에게로 와서 등 떠미는 것 같다. 청소년기에 꿈과 희망을 좇아 온 힘을 다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달라진다. 가정을 돌보고 자녀를 양육할 책임만 남는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양육하고, 그 과정에서 희로애락을 겪으며 사는 거지만, 한 인간으로서 나의 고유한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완성해 나아갈 것인가?

     

    지난주 3일간 취업 준비 교육을 받았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에서 일하다 실직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나는 이번에 120일분을 최저 임금으로 계산해서 받는다. 실업급여 받는 동안에는 구직 활동이나 취업 준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대면·오프라인 행사가 축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진 3일간 교육은 취업역량 강화, 중장년 여성 노동자를 위한 면접 준비 교육, 이미지 메이킹, 의욕 성장을 위한 아로마 힐링 테라피, 생애 설계, 경력 설계 등이었다. 교육내용도 좋았고 전문가로 구성된 강사들도 교육생들을 배려하고 공감하고자 하는 모습이 너무 훌륭했다. 나는 그 가운데 캘리그라피를 통해, 어릴 적 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사실 아주 소소한 것이다. 수성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붓으로 물을 묻혀 색을 번지게 해 완성하면 된다. 아주 쉽고도 재미있었다. 이런 자그마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자존감이 올라가고 행복감도 높아지는 생활이 반복되면 삶이 즐거워질 것만 같다. 나를 멈추고 머물 때 하고 싶은 일도 생긴다. 흔히들 말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바로 이러한 것 같다.

     

    <출처: Photo by David Pisnoy on Unsplash>


    오 안젤라
    가톨릭노동장년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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