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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백수에게도 해 뜰 날은 오는가
    • 등록일 2020-03-11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50

  • 청년백수에게도 해 뜰 날은 오는가

    송수빈 노엘라 | 가톨릭노동청년회

     


    ‘너무 어두워 길이 보이지 않아’ – god 촛불하나 中


    지금의 막막한 내 상태를 한 마디로 나타낼 수 있는 가사.

    나를 비롯한 많은 취업준비생의 심정을 대변해주리라 믿는다.

    (비단 구직자뿐만 아니라 인생의 어려운 시기에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공감을 주는 가사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지난 1년간 청년 구직자로 살면서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담은 글이다.

     

    작년 2월, 최종 합격한 회사에서 수습 기간(3개월)만 마치고 퇴사했다. 정직원 계약을 제시했지만 거절했다. 기업의 분위기, 연봉, 커리어, 성장 가능성, 적성과 흥미 등을 고려했을 때, 사회 초년생으로서 2-3년 동안 배우며 버틸 곳이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그 뒤로 1년 동안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인생사 계획대로 안된다고, 여전히, 아직도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돌이켜보면 1년 동안 다양한 일을 하기는 했다. 관심 분야에 대한 자격증 공부(공부를 하며 나와 맞지 않는 분야라는 걸 알게 됐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친구의 여행 가이드(개인적인 일이라 이력서에 쓸 수 없다), 빈번한 서류 탈락, 간간이 보러 가는 최종 면접, 산티아고 성지순례 등.  1년을 돌이켜보면 꽤 많은 것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기업에서 원하는 이력들이 아니다 보니, 나는 어느새 1년 동안이나 논 백수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니트족이 되어 버린 경험도 있다. 자발적·선택적 니트족도 있다고들 하지만, 적어도 내 경우엔 아니었다. 얼른 취업이 하고 싶었고 돈을 벌며 경제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좀 더 당당한 ‘내’가 되고 싶었다. ‘취업, 승진, 창업, 결혼, 출산’ 등 삶의 다양한 관문들을 먼저 넘어가는 주변인들을 보며 점점 조급해져만 갔다. 나만 정체된 느낌을 넘어, 퇴보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주택 청약을 하고, 적금 계획을 짜고, 여행 계획을 짜는 등 그런 작고 소소한 계획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큰 꿈으로만 느껴졌고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다. 내가 하고 싶은 그런 작고 소소한 일들을 하기 위해 고정 급여가 보장되는 ‘취업’이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돈’만을 쫓으며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 단순히 ‘돈’을 원했다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양질의 노동’이었다.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노동자를 인격적으로 대해주며 내 적성과 맞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곧 내가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에서 바라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반복되는 서류 탈락에 나는 점점 지쳐갔다. 내 자신이 스펙 시장에서 경쟁력이 전혀 없는, 쓸모없고 가치 없는 상품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잠깐 동안은 절망에 빠져 니트족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단체 순례객들의 인솔 보조 스텝 역할로 순례길에 가게 된 것이다. 천주교 신자로서 인생의 힘든 시기에 놓인 청년 구직자로서 많은 것을 깨닫고 여러 은총을 받은 감사와 섭리의 시간이었다. 그때 느낀 체험 하나를 공유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그날은 마지막 날이었다. 드디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들어가는 날이었다. 정오에 있는 순례자 미사를 드리기 위해 평소보다 2시간 일찍인 아침 6시에 출발했다. 팀의 후미에서 따라가는 게 내 주된 역할이었다. 준비 운동 후 숙소 안에 두고 온 가방을 잠시 가지러 가는 사이 일행들은 먼저 출발하고 난 10분 정도 출발이 늦어졌다. 속보로 따라가면 금방 따라잡겠거니 생각했지만, 10분의 차이는 매우 컸다. 나는 산티아고에 도착할 때까지 일행들을 만나지 못하고 혼자 걸었다. 하지만 동이 트기 전 어둠 속을 혼자 걸으며 느낀 것은 순례길 전체를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값지다고 여긴다.  아직 깜깜했던 새벽녘, 마을길을 지나 숲길로 들어가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 채 이정표를 찾아야 했다. 밝을 땐 그리도 잘 보이던 화살표 - 산티아고 순례길은 노란 화살표로 방향을 표시해 준다 - 가 왜 그리도 안 보이던지. 거기에 사방에 깔린 어둠은 인간적인 두려움마저 들게 했다. 고요한 숲길에 내 발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온전히 나 혼자서 손전등 불빛에 겨우 의지하며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두려움이 가장 컸다. 인간적인 두려움을 떨치고자 통성으로 묵주기도를 바쳤다. 15단쯤 바치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진정되며 자연스럽게 ‘곧 있으면 해가 뜰 거야’라는 생각이 드니 두려움은 점차 사라져 갔다. 해뜨기 전이 제일 어두운 법이라고들 한다. 지금의 내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어렵고 두려워도 ‘언젠간 해가 뜰 거야’라는 확신을 가지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듯, 지금의 내 현실이 아무리 어둡고 막막하다 하여도 나는 발걸음을 멈추어선 안 되는 것이다. 해가 뜬다는 믿음, 그것은 현실이 아무리 어둡고 버거워도 이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 나는 그 체험을 통해 힘든 일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힘을 얻었기에 지금의 두려움도 막막함도 그저 괜찮게만 느껴진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후원회지 3월호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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