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시는길
  • 후원안내
  • 문의하기
노동이슈

실천

  • home
  • 노동이슈
  • 실천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가만히 있을 수도 그만둘 수도 없다”
    • 등록일 2022-11-02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61
  • “가만히 있을 수도 그만둘 수도 없다”

    경동건설 산재 사망 정순규 씨 3주기
    산재 희생자 더는 없도록....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정순규 씨(57, 미카엘) 3주기 추모 미사가 10월 31일 봉헌됐다. 같은 날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부산운동본부도 정순규 씨 3주기 및 부산 지역 산재 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은 정순규 씨의 기일로 고인은 3년 전 부산 남구 문현동 경동건설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떨어지는 사고로 숨졌다.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이날 오전 부산 중구 가톨릭센터에서 추모 미사를 마련하고 이 땅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산재 희생자들을 기억하자고 요청했다.


    강론하는 김진우 신부(문현 성당 보좌). ⓒ장영식

    추모 미사는 차광준 신부(임호 성당 부주임)가 주례하고, 김인한 신부(부산가톨릭대), 김진우 신부(문현 성당 보좌), 김진호 신부(해운대 성당 보좌), 이영훈 신부(노동사목 본부장)가 공동 집전했다.

    미사에는 정순규 씨 유가족과 김미숙 이사장(김용균재단, 고 김용균 씨 어머니), 이용관 이사장(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고 이한빛 PD 아버지), 연대자 등 30여 명이 함께했다.

    문현동에서 사목하는 김진우 신부는 강론에서 “미카엘 형제님이 산재사고를 당한 자리가 저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고, 여기 살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아파트였다는 것을 알게 돼 너무나 죄송스러웠다”면서, “노동자의 피로 건설된 아파트, 그것이 바로 문현 경동리인이란 사실을 강론을 준비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신부는 “세상 사람들은 한두 해 지나면 이제 할 만큼 했으니 그만해도 된다고 말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뀐 것 하나 없는데 이제 그만두고 세상과 타협하라고 우리를 부추긴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고 그만둘 수 없다. 우리마저 정순규 미카엘 형제님과 산재 희생자들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이 땅에서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이 미사를 봉헌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정순규 씨(57, 미카엘) 3주기 추모미사. ⓒ장영식


    애도할 틈조차 없는 산재 유족들 
    "싸움은 유족이 멈춰야 끝"

    이날 저녁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부산운동본부는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백화점 앞에 산재 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시민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행사를 진행하면서, 부산에서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더는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자리에는 김미숙 이사장, 김영민 센터장(한빛미디어 노동인권센터), 김재남 본부장(민주노총부산본부), 이동훈 부장(부산지하철노조 노동안전보건부), 이용관 이사장, 이재훈 씨(고 이선호 군 아버지), 전주현 팀장(가톨릭노동상담소 노동안전팀)과 시민 등이 참석했다.

    추모제에서 정석채 씨(비오, 정순규 씨 아들)는 “매년 수천 명이 죽어 가고, 수십 년 동안 반복됐어도 나아지거나 바뀌는 현실이 없다. 나 자신과 내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산재 사망이 발생하면 크게 공분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죽음의 숫자가 너무 많으니까 마치 죽음이 무의미한 것처럼 인식되는 세상이 돼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동건설 등 산재 사망을 일으킨 기업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무죄와 다를 바 없는 집행유예가 전부라면서 “아버지에게 책임을 전가한 사문서 위조가 드러나도 처벌은커녕 경동건설은 언론에 법적으로 문제 없으니 입장이 없다고 뻔뻔하게 말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추모제에 참여한 산재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의 유가족들에 대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고 싸우는 유가족들은 극소수다. 이렇게 싸우는 이유는 저희는 당당하고 피해자로 정말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아서다”라면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경동건설 같은 기업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을지 참으로 서글프다”고 말했다.



    (왼쪽)김미숙 이사장(김용균재단, 고 김용균 씨 어머니) 등이 쥬디스태화 백화점 앞 추모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장영식

    이날 김미숙 이사장은 “보통 사람들은 3년이면 탈상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들었다. 저는 이 유족들을 바라보면서 엄마 입장에서 너무도 안타깝다”며, “하루빨리 일이 잘 해결돼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그동안 갖지 못한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자식들이 행복하게 잘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유족들은 사고 난 때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피해자들은 갑작스러운 죽음에 진상 규명하기 바쁘고 아파하고 애도할 시간조차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 더 비참한 현실”이라면서, “피해자인 유족은 수사하는 형사가 된 듯 사건의 흔적을 역추적해 결국 많은 증거를 찾아내지만 재판은 지금껏 힘의 논리로 기울어져 정의는 간데없고 가해자들의 손을 들어 주는 참담함에 유족들은 더욱 억울해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 유족에게 고 정순규 님의 죽음에 대한 사죄나 합의를 위한 사측의 노력이 없다고 들었는데 사람을 죽여 놓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절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유족은 제대로 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없는 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싸움의 끝은 유족이 멈춰야 끝이다”라고 말했다.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백화점 앞에서 진행된 추모행사. (사진 제공 = 정석채)


    추모제에서 정승남 씨(정순규 씨 딸)는 편지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산재 피해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다짐을 전했다.

    “우리는 지옥 속에 몸부림치며 구급차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데, 가해자 경동건설은 사과는커녕 잘 살고 있네요. 피해자 유가족에게 사죄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콧방귀를 뀌며 법의 판결을 기다린다 했지요. 재판의 결과는 경동건설이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 집행유예 나왔고요. 우리 아버지는 우리랑 작별 인사도 못 하고 아프고 처참하게 돌아가셨는데 이 나라가 이 세상이 너무 썩었네요....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될 수 없기에,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는 아버지 3주기를 추모하고자 함과 동시에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올 한 해 부산에서 가장 많은 중대재해가 일어났다 합니다. 저희 유가족들의 작은 힘이 모여 도와주시는 모든 분의 연대가 하나되어 조금씩 바꿀 것입니다.”(정승남 씨 추모 편지 일부)

    한편 지난 6월 23일 정순규 씨 산재 사망 항소심 재판부(부산고등법원 제2-1 형사부)는 모든 항소 이유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피고인 모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경동건설(원청) 현장소장, JM건설(하청) 이사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경동건설 안전관리자에게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각 법인에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기자명 김수나 기자    입력 2022.11.01 14:08  수정 2022.11.01 14:28  댓글 0
  • 링크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796
  • 첨부파일
    32796_54254_010.jpeg
    32796_54253_5750.jpeg
    32796_54252_5538.jpeg
    32796_54251_5218.jp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