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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87. 의료와 공공선 "당신은 누구를 살리시겠습니까”
    • 등록일 2020-09-16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28
  • 가톨릭신문

    발행일2020-09-20 [제3212호, 17면]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87. 의료와 공공선 "당신은 누구를 살리시겠습니까”

    「간추린 사회교리」 583항


    인간존엄 구현되는 사회, 성숙한 개인을 통해 이뤄진다
    의료인뿐 아니라 어떤 직종이든 형제적 우정과 사랑 지향할 때 공공선 실현된 사회 만들 수 있어

     

    서리: 나리!

    허준: 어디 아픈 데 있나?

    서리: 아닙니다요. 소인이 원망스럽지 않습니까요? 소인 때문에 그 고초를 겪으셨는데 이젠 이렇게 병까지 옮으시고.

    허준: 원망스럽네. 나도 사람인데 어찌 그런 마음이 없겠나. 허나 지금은 도리어 내가 미안하네. 뼈 속으로 파고드는 고통으로 괴로울 텐데, 의원이 돼서 그 고통을 덜어주지 못해서 내가 면목이 없네.(2013년 방영된 MBC 드라마 ‘구암 허준’ 65회 중)

     

    ■ 의료파업이 남긴 과제와 아쉬움들 

     

     필수 의료인력을 포함한 의사 총파업, 이어진 1만6000여 명 전공의 파업, 의대생의 국시 거부 등 19일간의 파업사태가 잠시 일단락됐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갈등이 야기됐고 현실적 난제들이 고스란히 남은 채 상처만 가득했다는 점입니다.

     

    의료 공백으로 인한 국민적 우려와 생명권 위협 논란, 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 논란, 첩약 보험 시범사업 반대로 한의학계와 갈등, 파업의 정당성에 대한 여론 분열 등 수많은 분쟁이 있었습니다. 또한 의사 수 증원 및 공공의료시설 확충과 지역 간 의료불균형 문제, 피교육자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의존하는 비정상적 의료 환경 개선은 뒤로 미뤄졌습니다. 명분만 앞세운 정부 정책의 부실함이 금번 사태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과 병원수익성 문제, 공공병원에 대한 고질적 불신, 의료수가 문제, 의료 정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부재, 거기다 문제 해결을 위한 당사자 간 혹은 대사회적인 성숙한 토론과 대화가 부족했다는 점도 거론됩니다.

     

    ■ 무엇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야

     

     외국에서는 한국 의사들의 장점을 많이 거론합니다. 풍부한 임상 경험과 의사들의 출중한 실력, 일에 대한 높은 열정입니다. 그런데 이런 장점이 가려질 때가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입시성적과 학벌입니다. 그런데 열심히 공부한 것과 별개로 학업이 엘리트주의, 특권의식, 차별의 도구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돈 많이 버는 직업이 훌륭한 직업이라 여기며 살았고, 그렇게 배웠기 때문일까요? 물론 경제적으로 윤택한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다만, 직업적 소명, 도덕과 윤리에 대한 감수성, 헌신과 희생정신, 약자에 대한 배려, 협동과 공감 같은 가치들에 소홀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간추린 사회교리」에서 인간존엄, 연대성, 공동선, 보조성 등을 통해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음을 강조하나, 그것은 성숙한 개인을 통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복음적 회심을 동반해야 합니다.

     

    ■ 당신은 누구를 살리시겠습니까?

     

     드라마 ‘구암 허준’에서 혜민서(惠民署) 서리 한 사람이 고발해 허준이 극심한 고초를 겪습니다. 그런데 그 서리가 농가진(膿痂疹)에 전염되고 맙니다. 그러나 허준은 자신을 모함해 해를 끼친 사람임에도 그 몸의 고름을 손수 닦아 주며 극진히 치료했고, 심지어 그 자신마저 병에 전염되고 맙니다. 서리는 그런 허준에게 감복하고 용서를 빕니다. 허준은 그의 마음마저 치유한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의원은 사람의 마음마저 치유한다고 합니다. 사람의 병을 고치는 것은 그의 마음을 고쳐 사회와 세상을 치유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그런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 얼마나 고귀한지 탄복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생사를 다투는 촌각에서 환자를 돌보고 병세와 싸워야 하는 의사의 소명은 분명 신(神)적 소명입니다. 의사선생님들이 존경스럽고, 감사합니다.

     

    그런 분들을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볼 수 있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그러나 의료인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직종에 있건 우리의 삶은 형제적 우정과 사랑을 지향해야 합니다. 내가 받은 직업적 소명과 재능, 지식과 사랑의 마음으로 이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 실천이 당신을 통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사람을, 어떻게 살리시겠습니까?

     

    “사랑만이 인간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다…. 사랑은 가장 큰 사회적 계명을 나타낸다.

    사랑은 타인과 타인의 권리를 존중한다…. 사랑은 자신을 내어 줄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든지 제 목숨을 살리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릴 것이다.’

    (루카 17,33)”…‘이 생명이 끝날 때, 저는 빈손으로 주님 앞에 서겠습니다.

    저는 주님께 제 업적을 평가해 주시기를 청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의 모든 의로움도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는 결함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주님께서 주님의 바로 그 의로움으로 저를 꾸며 주시고

    주님의 사랑으로부터 주님을 영원히 소유하기를 원합니다.’”

    (「간추린 사회교리」 583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 링크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346361¶m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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