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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75. 가톨릭교회와 노동 "노동과 자본, 대화와 협력 지향해야”
    • 등록일 2020-06-19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236
  • 가톨릭신문
    발행일2020-06-21 [제3200호, 17면]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75. 가톨릭교회와 노동 "노동과 자본, 대화와 협력 지향해야”

     

    노사정 뜻 모아 촘촘한 고용안전망 구축해야
    「간추린 사회교리」 91항

    복지 사각지대 놓인 단시간 일자리
    노동시장 양극화와 고용 편차 심해
    생계와 인간 존엄 문제로 이어져

     

    이 신부: 마리아, 피곤해 보이는구나!

     

    마리아: 요즘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서요. 낮에 2시부터 6시까지 사무실 사서업무를 하고, 밤 9시부터 12시까지 커피숍에서 일하거든요. 한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은데 일단 일자리를 알아보면 단시간 일거리만 많아요. 그런데 걱정이에요. 그런 단기 일자리는 경력 쌓기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되고, 수입도 너무 적어서요.

     

     

    ■ 불안한 고용환경

     

     가톨릭교회는 노동을 애덕 실천과 성화(聖化), 나아가 온전한 인간발전을 이루는 길이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현실은 첨예합니다. 노동은 생계와 일자리 문제이며 노사간 분규와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경제지표들이 악화됐습니다. 세계적으로 고용지표와 경제 성장률이 감소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지난달 실업자 수가 사상 최대치인 127만8000명을 기록하고 실업급여 신청액이 1조 원을 넘었습니다.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47.4%, 직장인 중 22%가 투잡(two-job)을 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일용직, 임시직, 아르바이트 같은 단시간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업주가 주휴 수당 지급이나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는 일자리들입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도 고용, 경제위기를 겪었으나 지금은 사뭇 다릅니다. 현 상황이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는 가운데 AI가 수많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 때문입니다.

     

    ■ 15시간 미만의 단시간 일자리, 왜 문제?

     

    근로기준법에서 월 60시간, 1주 15시간 미만의 근로자를 ‘단시간 근로자’라 하며 이들에게는 퇴직금, 주휴수당, 주휴일 연차휴가 제공 등에 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합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직장 내 가입이 안 됩니다.(단, 고용보험만 3개월 이상 생업을 목적으로 근무할 시 가입 가능) 여기에 단시간 근로의 특성인 낮은 소득, 고용불안이 합쳐져 취약한 일자리, 사각지대를 형성합니다. 저학력, 저숙련, 노인, 여성, 청소년과 청년, 외국인이라는 사회적 약자들 속에서 이러한 고용 형태가 되물림·악순환됩니다.

     

    이런 일자리의 지속적 증가도 문제입니다. 기관별 차이가 있으나 2018년 8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5시간 미만 종사자는 75만6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8%를 차지하며, 이는 2003년 1.7%에 비해 매우 급증한 수치입니다. 물론 단시간 일자리 증가 그 자체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다른 국가들에도 이런 단시간 일자리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들에 있어 단기 일자리는 노동자에게는 사회참여와 소일거리, 여가의 보장, 직능개발이라는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노동시장 양극화와 정규직·비정규직 차이 등 고용 편차가 심한 한국에서 단시간 일자리는 생계와 인간 존엄의 문제로까지 이어집니다. 현실적으로 낮은 사회적 안전망 속에서 실직과 은퇴를 맞이한 채 단시간 노동으로 생계를 버틸 수 없는 이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 현실의 노동문제,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통해 풀어야

     

     풍요로운 현실에서 노동은 여가나 취미, 자아실현의 도구이자 학문적 탐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생계마저 어려운 이들에겐 고단한 현실일 뿐이고, 어려운 사업장에서는 갈등과 대립이 붉어지기도 합니다. 현재의 위기 속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먼저 벼랑 끝으로 몰린다는 현실은 너무나 참담합니다. 고용 및 사회 안전망 강화 작업과 기업의 이윤을 동시에 제고하기란 분명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사정’(勞使政)이 한마음으로 협력해 잘 풀어야 하며,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기업지원과 안정적인 고용안전망 형성, 고용사각지대 해소를 시급히 실행해야 합니다. 가톨릭교회는 노사 상호 협력과 이해, 대화를 강조합니다. 더 쏟아질지도 모를 코로나 블루(우울증) 속에서 해법의 마련을 위한 양보와 배려, 약자에 대한 우선적 관심이 절실해지는 때입니다.

     

    “1929년의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은 후, 1930년대 초에 교황 비오 11세는 「새로운 사태」 40주년을 기념하며 회칙 「사십주년」을 반포하였다 … 회칙은 결사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경고하고, 연대와 협력의 원리를 강조함으로써 사회적 모순을 극복하려 하였다. 자본과 노동의 관계는 협력을 특징으로 하여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91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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