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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 레지오 마리애] 7월호 " 휴가 계획은 좀 있으십니까"
    • 등록일 2017-07-10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62
  • [201707]복음으로 세상 보기

    “휴가 계획은 좀 있으십니까”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휴가 계획을 세웁니다. 멀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 콕 박혀 지내는 사람까지 그 모습은 다양해도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설레는 일입니다. ‘여름휴가’는 날씨가 더워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 혹서기에 잠시 쉬어가는 의미도 있지만, 사실 휴가를 꼭 여름에 써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날씨가 좋은 봄, 가을로 휴가를 내거나 아니면 짧게 며칠씩 나누어 주말 전후를 이용해 휴식을 취하는 것도 이젠 보기 흔한 광경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일상을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보장된 것이 근로기준법상의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조항입니다. 물론 자영업이나 농,어업에 종사하거나 아니면 가정주부라면 근로기준법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대다수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법을 통해 보장하고 있는 휴가가 바로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조항입니다. 근로기준법 60조에 따르면, 1년 동안 소정근로시간의 80%이상을 일한 사람은 근속연수에 따라 최소 15일에서부터 최대 25일까지의 휴일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입사 1년 미만에는 1달을 만근하면 하루의 휴가를 다음연도 연차휴가에서 미리 사용할 수 있어 1년 미만의 노동자도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고, 3년차부터는 2년에 1일씩 연차일수가 증가해 최대 25일까지 늘어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혹시 낯 설거나 어색하지는 않으신지요? 이렇게 연간 휴가가 많다고 생각하지도 못했거나, 아니면 있다 하더라도 휴가를 자유롭게 내지 못하는 것이 익숙한 분들이 더 많으실 것 같습니다. 실재로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동자는 1년에 평균 14.2일의 연차 휴가를 부여 받았습니다. 연차 발생 최소 15일보다도 평균값이 낮은 이유는 근속연수가 짧은 비중이 매우 높기에 근속연수가 1년 미만 값이 크게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중 연차를 실재로 사용한 평균값은 불과 8.6일이었고 미사용일수가 5.6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법으로 보장한 휴가를 왜 이렇게 적게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요? 미사용 이유를 물은 질문에 가장 높은 비율은 ‘노동자들이 추가 수입을 원해서’였고, 다음으로 ‘대신할 사람이 없어서’와 ‘일이 많아서’라는 이유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습니다. 결국 워낙 적은 휴일이 주어지지만, 그마저도 휴가를 포기하고 장시간 근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아니면 고용된 사람보다 할 일이 많아 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인 것입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단연 1,2위를 다투는 장시간 노동국


     그러고 보면 일은 고정되어 있는데, 사람이 비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대신 해야 하고, 직장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으면 마음대로 휴가를 쓰기 눈치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법적으로 정해진 휴가임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다 사용하지 못하고 날려버리거나 상황이 좋은 회사라면 연차휴가 수당으로 대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우리나라 노동현실은 외국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나타내는데. 우리나라의 연차휴가 사용일수가 평균 8.6일에 비해 태국, 말레이시아, 멕시코도 평균 사용일수가 12일로 우리보다 높고, 벨기에, 오스트리아, 덴마크는 25일, 브라질, 프랑스, 스페인, 아랍 에미리트 등은 30일까지 된다 합니다. 앞서 연차휴가일수만 보았지만, 야근이나 특근 등을 포함시켜 연간 노동시간을 따져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는 단연 1,2위를 다툴 정도의 장시간 노동이 이루어지는 나라입니다. 2015년 기준, OECD 가입 3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1위 멕시코의 2246시간에 이어 2113시간으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OECD 평균 연간노동시간인 1766시간보다 하루 8시간 기준으로 계산하면 43일이나 더 출근한 것이고 가장 노동시간이 짧은 독일이나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두 달 정도 더 일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이 계속되면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퇴근 후 취미생활로 악기를 배우거나 운동을 하는 등 자기계발은 꿈도 못 꾸고, 영화를 보거나 공연장을 찾는 문화생활도 큰 맘 먹어야 가능해집니다. 심지어 잠 잘 시간이 부족하거나 일하는 시간 이외에 다른 것을 상상하기 힘든 직종도 너무나 많습니다. 당연히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재능과 열정을 모두 소진해 버리는 번아웃(BURN-OUT) 신드롬을 겪기도 합니다.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고 아무리 휴식을 취해도 회복되지 않으며 더 이상 무얼 어떻게 변화시키려는 것을 포기한 무기력에 빠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휴식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좀 아쉬운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적절한 휴식 없이 “나 하나 좀 고생하면 되지…” 하거나 “이번만 좀 더 버티자!” 하는 마음에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러한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더 소중하게 지키고 싶었던 것까지 잃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개인적 의지만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제도를 바꾸고 우리의 의식을 변화시켜야 하기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성경에 노동만큼 휴식과 쉼에 대해 분명히 등장


     사실 우리는 인간의 노동을 생산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사람을 고용하는 것을 비용으로 생각하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면 생산원가가 그만큼 증가하기에 최소한의 사람으로 최대의 일을 진행하려 합니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일을 더 많이 해야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에 장시간 노동을 포기하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우리는 사람보다 일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익숙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인간은 소모품처럼 취급되고 더 이상 일 할 수 없게 된 사람은 배척시키고 낙오한 사람 취급했습니다.


    하지만, 성경에서 노동의 중요함이 강조되는 것만큼 휴식과 쉼에 대한 가르침은 분명하게 등장합니다. 탈출기 23장에서 하느님께서는 안식년과 안식일에 대해 “너희는 여섯 해 동안 땅에 씨를 뿌리고 그 소출을 거두어들여라. 그러나 일곱째 해에는 땅을 놀리고 묵혀서, 너희 백성 가운데 가난한 이들이 먹게 하고, 거기에서 남는 것은 들짐승이 먹게 해야 한다. 너희 포도밭과 올리브 밭도 그렇게 해야 한다. 너희는 엿새 동안 일을 하고, 이렛날에는 쉬어야 한다. 이는 너희 소와 나귀가 쉬고, 너희 여종의 아들과 이방인이 숨을 돌리게 하려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우리가 노동을 부여 받아 하느님께서 만드신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나가고 가꿀 책임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동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아니, 오히려 노동에 짓눌려 우리의 존엄함이 잊히지 않도록 하느님 말씀을 기억하고 가난한 이들을 돌보기 위해 우리는 일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얼마 전 대통령의 하루 연차휴가가 어색하게 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유능하게 일하는 것만큼, 잘 쉬고 잘 노는 것도 어색하게 보이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휴식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의 정당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뒷받침이 하루빨리 이루어 질 수 있기를 바라며 개인적으로도 적극적으로 휴식을 선택할 지혜와 용기를 내어야 하겠습니다. 좀 쉬었다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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