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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노동뉴스] ‘원청의 사용자 책임’ 제도화해야 할 때
    • 등록일 2022-08-11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00
  • 비정규직 활동가의 차별없는 세상 속으로

    ‘원청의 사용자 책임’ 제도화해야 할 때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51일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끝났다. 그런데 이후가 더 중요하다. 하청노동자들이 온몸으로 드러낸 현실을 바꾸는 것은 지금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조선업의 중층적 하도급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왜곡된 임금구조는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제 시작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드러났듯이, 기업들이 손해배상을 파업권 침해 도구로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제정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손해배상 면책은 노사관계에서 성립한다. 즉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의 사용자일 때에야 면책조항도 의미가 있다.

    결국 핵심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 사용자 책임을 묻는 것이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빼앗긴 임금을 원상회복하려고 교섭했지만 교섭 당사자인 하청업체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그들은 원청이 주는 기성금을 받아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하는 ‘중간관리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회복하려면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교섭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원청은 자신이 하청노동자들의 ‘법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회피했고, 이렇게 왜곡된 교섭구조 때문에 파업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4.5% 임금인상도 형식은 사내하청 업체들과의 교섭이었지만 사실상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정한 선이었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노동자들이 전면파업 중 1도크를 점거한 이유는 원청 관리자들로 구성된 구사대 폭력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쟁의조정 절차를 모두 거친 파업이었고 자신의 작업장에서 농성을 하는데, 관리자로 구성된 구사대가 노동자들을 끌어내고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는 파업을 파괴하는 심각한 부당노동행위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비준했다고 하는 나라에서 이런 심각한 부당노동행위가 버젓이 자행된다. 법원은 원청도 부당노동행위 당사자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하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자신이 하청노동자의 법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리낌 없이 파업을 파괴한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제도화돼야 할 이유다.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들의 실질적 사용자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 하청노동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배를 만든다. 하청노동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의 공간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작업도구를 갖고, 대우조선해양의 작업지시에 따라 배를 만든다.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결정하고,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한다.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배의 80% 정도는 하청노동자들이 노동한 결과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을 통해 이윤을 얻는다. 하청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며, 노동자들이 단결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고자 할 때 교섭 대상은 바로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어야 한다.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지난 20여년간 싸워 온 용역·하청·파견·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말해 주고 있다. 지금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가로막는 것이 바로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행법이라는 것은 분명해졌다. 여러 판결과 판정에서도 원청이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서거나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자동차와 제철업종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은 사실상 원청이 사용자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CJ대한통운이 하청노동자의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도 그러하다. 진짜 사장이 책임자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파견·용역·하청·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더 이상 증명해야 할 것은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를 개정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함으로써, 원청이 사용자로서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일이다. ‘비정규직 권리보장’을 이야기하는 국회에서, 지난 20여 년 간 수차례 발의된 관련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비정규직을 시혜의 대상으로 삼아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비정규직이 권리의 주체로 나서서 교섭하고 파업할 권리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심사인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투쟁이 남긴 과제를 제대로 풀고자 한다면, 하청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노조법 2조를 개정하기 위해 힘을 다해야 한다. 이것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지난 20여년간 권리의 주체가 되기 위해 싸워 왔던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요구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기자명 김혜진 입력 2022.08.11 07:30
  • 링크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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