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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신문]인터뷰 중 해고통보 메일···이스타항공 조종사의 눈물
    • 등록일 2020-09-09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3
  • 인터뷰 중 해고통보 메일···이스타항공 조종사의 눈물

     

    지난 7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이스타항공 조종사 A씨와의 전화 인터뷰는 30분 만에 종료됐다. 인터뷰 도중 해고 통보 e메일을 받았기 때문이다.


    처음 인터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저는 부양할 자녀가 없어서 정리해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다”고 담담히 말하던 그였다. 하지만 막상 현실이 된 해고의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앞으로 뭘 해야 하죠.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모르겠습니다. 빚을 내서 가게라도 차려야 하나, 근데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A씨의 당혹감이 수화기 너머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는 같은 말만 반복하다가 “더 이상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대량 정리해고 통보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관계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인터뷰를 위해 A씨는 어렵게 시간을 내준 터였다. 매일 아르바이트 일정이 쉴틈없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이 ‘셧다운’에 들어간 후 반년간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사용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휴업이기 때문에 평균임금의 70%에 가까운 휴업수당이 지급돼야 했다. 코로나19의 특수성을 감안해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으로 휴업수당의 상당 부분을 지원해주는 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회사는 유동성 부족 등을 이유로 이마저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 반년 동안 A씨는 각종 보험을 해약하고 휴대전화를 알뜰폰으로 바꾸는 등 모든 고정비를 줄이고, 닥치는 대로 일을 찾았다. 쿠팡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오후 10시 쿠팡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싣고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을 했다. 공항 근처의 물류센터를 찾았기 때문인지 이스타항공의 승무원 등 아는 얼굴들도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낮에는 자전거를 끌고 배달 일을 했다. A씨는 “한번은 후배 조종사가 카카오톡 기프티콘을 보내길래 뭔가 했는데 ‘내가 배달하러 가는 걸 봤다’고 하더라”며 “마흔줄에 정규직으로 들어갈 수 없고 다시 뭔가를 준비하기엔 늦었고, 할 수 있는 게 몸으로 때우는 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말하기도 부끄러운 데 날씨가 덥고 하면 배달 일은 하루에 1만5000원도 못 번다”고 밝혔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버텨온 그였지만, 결국 대량 정리해고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7일 A씨를 비롯한 이스타항공 직원 600여명은 버티다보면 언젠간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한 가닥 희망마저 무너지며 직장을 잃었다. 올 초만 해도 이스타항공은 직원이 1600여명이었는데, 반년 만에 3분의 1만 남게 됐다. 지난해 이스타항공은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고, 여기에 코로나19가 직격탄을 날렸다. 제주항공과의 인수 협상은 끝내 좌초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짙어지고 있는 실업의 그늘은 프리랜서와 특수고용노동자, 비정규직을 넘어 상용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문직도 더 이상 예외일 수 없게 됐다.

     

    이스타항공의 또 다른 조종사 B씨는 안정적인 고소득 전문직을 얻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에서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때 진 빚이 8000만원이고, 소득이 없어진 지금도 그 빚과 전세대출을 갚아야 한다. B씨는 그동안 방송보조출연자·이삿짐센터 아르바이트, 대리기사, 오토바이 없는 뚜벅이 배달 라이더로 분투했다.

     

    자격증이 있는 조종사이기에 언젠가는 터널을 빠져나가리라는 믿음도 흔들리고 있다. B씨는 “상황이 호전돼서 다시 항공업 쪽이 활성화된다 한들, 내가 다시 못 오면 어떡하지, 다시 비행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8일 이스타항공 노조는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처벌과 고용유지를 위한 정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운항 재개를 위해 임금삭감과 체불임금 일부 포기 등 기업 회생을 위해 고통을 분담해왔다”면서 “그러나 경영진은 사모펀드와의 매각협상을 철저히 숨기고 정리해고까지 강행했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2월 말 회사와 임금삭감에 합의했고, 5월 초에는 추가 임금삭감안을 제시했다. 6월에는 체불임금 일부 포기를 선언했고, 이번에는 무급 순환휴직을 먼저 제의했다. 하지만 회사는 직원들의 정리해고로 답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위기를 노사가 함께 극복하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그저 ‘진짜 오너’ 이상직 의원의 매각대금을 챙겨주기 위해 이스타항공을 이윤을 남기는 기업으로 구조조정하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뿐”이라면서 “국토부는 항공산업 실업대란을 막기 위한 유동성 지원 방안에 매각 중이라는 이유로 이스타항공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경영진의 비도덕적이고 부당한 정리해고 계획을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이효상 기자

     

    * 출처 : 경향신문 2020. 9. 9.

  • 링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9090600011&c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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