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관안내
  • 오시는길
  • 후원안내
  • 문의하기
노동이슈

관찰

  • home
  • 노동이슈
  • 관찰

  • [시사IN]톨게이트 수납원은 없어질 직업일까
    • 등록일 2019-11-07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58
  • 톨게이트 수납원은 없어질 직업일까

     

    한국도로공사가 ‘스마트 톨링’을 도입해도 요금 수납원 5000여 명이 필요하다. 기술이 노동자를 일터에서 밀어낼 때 무조건 구조조정하지 말고 전환 배치, 노동시간 단축 등을 고민해야 한다.

     

    ⓒ시사IN 이명익

     

    “톨게이트 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나.”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산업의 변화’를 언급하며 한 말이다. 경제정책 담당자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기술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통념도 담고 있다.

     

    시작은 하이패스였다. 2000년 6월, 한국도로공사는 성남·판교·청계 톨게이트에 하이패스 전용차로를 시범 설치했다. 하이패스란 차를 세우지 않고도 무선통신으로 고속도로 요금을 자동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2007년 전국에 도입했다. 하이패스 이용률은 2009년 41.6%에서 2014년 63.6%, 2019년 6월 81.7%로 높아졌다.

     

    “고용불안이 장난 아니었다. 처음에는 1년에 한 번 나오던 감원 숫자가 나중에는 6개월에 한 번꼴로 나왔다.” 도명화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의 말이다. 그가 일하던 서산톨게이트의 경우 30여 명이던 요금 수납원이 20여 명으로, 다시 10여 명으로 줄었다. “과업 인원이 줄면 누가 나가야 할지 적어서 냈다. 그렇게 ‘일 열심히 안 하는’ 하위권 몇 명을 내보냈다. 인기투표였다.” 안성톨게이트에서 12년 일한 박미숙씨의 눈에 금방 눈물이 고였다. 2009년 7477명이던 수납원 과업 인원 정원은 2018년 6774명으로 703명이 줄었다. 지난 9년간 매해 평균 수납원 78명이 사라졌다.

     

    요금 수납원은 없어질 직업이라고?

     

    하이패스 도입 이후 필요한 수납원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이패스보다 더한 것도 기다리고 있다. 도로공사는 2020년부터 ‘스마트 톨링’이 도입되면 수납원 자체가 사라진다고 주장해왔다. 스마트 톨링이란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는 차량도 카메라가 번호판을 인식해 요금을 후불로 부과하는 시스템이다. 지금은 하이패스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을 위해 수납원이 있는 요금소를 남겨두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이패스를 장착한 차는 종전처럼 자동 납부하면 된다.

     

    수납원이 없어질 직업이라는 예측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과장되어 있다. 우선 선행 과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요금을 후불로 부과하려면 해당 차량 주인의 개인정보를 조회해야 한다. 현행 유료도로법으로는 미납 차량에 대해서만 이런 조치가 가능하다.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술적으로도 완전 무인화는 아직 어렵다. 눈이 많이 오면 영상 인식률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2020년으로 예정되었던 스마트 톨링 도입은 2022년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시사IN 조남진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에서 한 수납원이 고속도로 통행요금을 받고 있다.

    스마트 톨링을 전면 도입하더라도 수납원은 여전히 필요하다. 흔히 수납원 업무는 ‘돈 받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이패스 장착 차량이 지나간 뒤에도 사람이 할 일이 있다. 고객 민원에 대응하고, 요금 미납 사실을 고지하며, 차량번호가 인식되지 않거나 잘못 인식된 것을 바로잡는 일 모두 수납원의 몫이다. 수납원들은 과적·미납 차량 단속, 각종 일지 작성 등의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스마트 톨링 이후에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런 업무에 필요한 인력이 2500여 명으로 평가된다.

     

    신기술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만큼 일방적이지는 않다. 기술은 일자리를 없애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톨게이트 업무도 마찬가지다. 스마트 톨링이 도입되면 번호판을 인식해 요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영상 보정 업무가 크게 늘어난다. 후불 고지나 체납 징수, 콜 민원 등도 증가하는데, 이 또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업무다. 이처럼 새로 생기는 업무에 1000여 명이 필요하다.

     

    결국 스마트 톨링이 전면 도입되더라도 수납원 3500여 명에 대한 고용을 여전히 유지해야 한다. 현재 도로공사는 사람이 돈을 받는 차로를 톨게이트마다 최소 1개 이상 유지할 계획인데, 이 경우 필요 인원은 5000여 명으로 늘어난다. 지금의 수납원 6500여 명에는 못 미치지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없어질 일자리’라는 청와대 경제수석의 발언은 신기술의 인력 대체 효과를 과장한 것이다.

     


    어쨌거나 기술이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공포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 톨게이트 수납원 기사에는 ‘없어질 업무인데 왜 고용해줘야 하느냐’는 비난이 따라붙는다. 한국은 ‘제조 노동자 1만명당 로봇 이용 대수’에서 8년째 압도적 1위를 차지해왔다. 기술이 일자리를 밀어낸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는 “설령 업무가 자동화되어 인력이 남더라도, ‘필요 없다’고 인위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것은 노동 존중 관점에서 맞지 않다. 다른 직무로 전환 배치하거나, 정 안 되면 노동시간을 줄여서라도 최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고도 안 될 때 최후의 수단으로 정리해고가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전기차 시대가 되면 내연기관 인력이 불필요해진다지만 정년퇴직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나. 기술 발전으로 인한 강제 감원이 나쁘다는 정도의 사회적 합의는 공공에든 민간에든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10~20년 근무한 수납원의 상당수는 고령이다. 올해 기준 수납원 6078명(61세 이상 412명 제외) 중 56~60세가 1269명(20.9%), 51~55세가 2137명(35.2%), 50세 이하가 2672명(44%)이다. 향후 10년 안에 정년 60세에 도달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자연 퇴사로 대처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자동화의 칼바람이 수납원들을 덮쳤다. 수납원들이 2년마다, 1년마다, 6개월마다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는 외주업체 소속이기에 가능했다.

     

    수납 업무는 원래 도로공사 정규직 직원과 비정규직 직원이 함께 하던 일이다. 도로공사는 1995년 5월부터 새로 짓는 톨게이트 영업소의 수납 업무를 외주화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부터 외주화가 단계적으로 확대되었다. 2008년 12월 이명박 정부 정책에 따라, 마지막까지 도로공사 직원이 하던 서울 관문 영업소 10개의 수납 업무까지 외주화되었다. 외주업체들은 대체로 도로공사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퇴직해 운영했다. 필요한 요금 수납원을 뜻하는 ‘과업 인원’도 도로공사에서 정해 내려왔다.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를 택하는 까닭

     

    하이패스 때문에 고용불안이 커지자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소송을 시작했다. 2013년 2월, 수납원 500여 명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1·2심 법원은 수납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의 판단은 이렇다. ‘수납원들은 외주업체에 고용되어 있다. 그러나 수납원들은 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영업소에서 도로공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도로공사를 위해 일한다. 이러면 파견 노동자로 봐야 하는데, 이 경우 도로공사는 불법행위를 저질러온 것이 된다.’ 외주업체들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파견 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 도로공사는 무허가 파견업체에서 파견을 받거나 2년 넘게 파견 노동자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데, 수납원들은 그렇게 일해왔다. 법원은 도로공사가 ‘불법 파견 노동자’를 사용해온 현실을 지적하며 수납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했다. 도로공사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2017년 7월20일,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공공기관마다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협의체가 꾸려졌다. 도로공사는 당초 2020년 ‘스마트 톨링’ 시스템이 도입되면 필요한 수납원이 줄어든다며 수납원은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버텼다. 계획이 2022년 이후로 연기되고 수납원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오자, ‘이들을 어떻게 정규직화할 것인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방식은 세 가지다. 직접고용, 자회사,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설립. 도로공사는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를 만들기로 가닥을 잡았다.

     

    공공부문 정규직화에서 많은 기관들이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를 택한다. 특히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력의 규모가 기존 일반 정규직보다 큰 곳은 자회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도로공사도 그렇다. 왜일까.

     

    첫째, 일반 정규직 직원들이 반대한다. 도로공사가 수납원 6500명(정규직 전환 대상)을 직접고용하면, 현재 5100여 명인 일반 정규직은 노동조합 교섭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노조는 조합원의 이해를 반영한다. 조합원 수가 많은 직군의 이해가 반영되기 쉽다. 지금은 수납원들이 직접고용되더라도 ‘무기계약직’으로 편입되어 임금상승률이나 호봉제가 일반직과 차별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칸막이’가 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정된 임금 재원을 나눠야 한다. 2018년 결산 기준 도로공사 일반 정규직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은 8101만7000원(평균 근속연수 16.28년)이다. 성과급을 포함한 액수다. 수납원들이 들어오면 이들에게도 새로 일정한 성과급과 상여금을 주어야 한다. 수납원들은 10년 안팎으로 근무하면서도 최저임금에 준하는 월급을 받아왔기에 임금 등이 인상될 여지가 크다. 반면 일반 정규직 임금 인상은 아무래도 억제되기 쉽다.

     

    또한 사내 어린이집 등 유무형의 복지 혜택을 함께 누려야 한다. 무기계약직에 대해서도 복지는 차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입직 경로가 다른데도 같은 울타리 안에서 각종 혜택을 나누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정서적 괴리감도 크다.

     

    둘째, 회사 측은 일반 정규직의 반대에 편승하면서 경영의 어려움을 든다. 대규모 인원을 직접고용하면 인건비가 많이 든다. 순익이 낮아지면 공공기관 경영평가 감점 요인이 된다. 2018년 도로공사 직원은 일반 정규직 5000여 명에 무기계약직 1300여 명을 합해 6300여 명이었다. 고속도로에서 위험물을 치우고 사고에 대처하는 외주업체 안전순찰원 900여 명은 올해부터 도로공사 정규직이 되었다. 2019년 2분기 도로공사 직원은 약 7400명. 여기에 수납원 6500명이 들어오면 1만3900명이 된다.

     

    ⓒ시사IN 조남진
    10월17일 한국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선전전’을 펼치는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노조원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평가 기준에서 ‘사회적 가치’ 관련 점수 비중을 높였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기조가 바뀔 것이고, 그 경우 규모가 큰 기관일수록 구조조정 압박을 강하게 받게 될지도 모른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6300명 정원이 갑자기 1만4000명으로 늘어나면 ‘방만 경영’이라고 구조조정 압박이 들어올 것이다. (자연 퇴사를 감안해도) 1~2년 사이에 정년이 도래하는 수납원이 절반 이상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면 어렵다. 야당이 국감 때 가만히 있겠나? 2년 반 뒤엔 대통령 선거도 있다. 길게 보면 어떻게 하는 게 합리적 경영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셋째, 근본적으로는 임금체계 문제다. 공공기관은 연차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체계, 즉 연공급 체계다. 직무에 따른 임금 세분화가 안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고용된 인원이 들어오면, 임금을 어떻게 차등해서 줘야 할지 기준이 없다. 직접고용 인원에 일시적으로 직무급을 적용하더라도, ‘우리도 호봉제를 적용해달라’는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 숫자가 많다면, 이 요구가 관철될 수도 있다.

     

    “직종·직무에 따른 임금체계 마련해야”

     

    만약 ‘본사 일반 정규직’의 연공급을 직접고용 인원에 그대로 적용하면 ‘공정성’ 문제가 다시 돌출될 수 있다. 새로 직접고용된 노동자들의 처우는 급격히 개선되겠지만,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 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결과적 차별’이 되기 때문이다. 한 노동시장 연구자는 “우리나라는 직무급 체계가 안 되어 있어서, 하는 일에 따라 다른 임금을 받는 게 아니라 어느 조직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임금을 받는다. 큰 조직에 들어가면 비교적 단순한 직무나 등급이 낮은 일을 하더라도 월급을 작은 조직보다 훨씬 많이 받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정규직 전환에서 자회사가 불가피하거나 유력한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물론 법원에서 불법 파견으로 판정된 도로공사 사례에 이런 고민을 직접 적용할 수는 없다. 자회사가 이 같은 문제를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우회로인 것은 사실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정규직 전환 정책이 발표된 2017년 기준 기존 일반 정규직이 1400여 명, 외주업체 직원은 9200여 명에 달했다. 일반 정규직의 1인당 평균 연봉은 8637만6000원이었다. 이에 따라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이 논의되면서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논의 과정에서 청소·경비·시설관리·조리원·사무보조 등 가장 인원이 많은 공공부문 직종의 직무급 임금체계를 제시했다. 양대 노총이 반대했다.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묶어두려는 의도라는 이유에서다. 직무급 체계는 노조가 없는 일부 공공기관에만 도입되었다.

     

    결국 도로공사는 수납원들의 정규직화에서 자회사 방식을 채택했다. 자회사 전환이 채택되었지만, 이 또한 상당수 수납원들의 저항으로 이어졌다.

     

    자회사 출범 직후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수납원 손을 들어줬다. 도로공사 외에도 곳곳에서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파열음을 내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지속 가능하려면, 조직별이 아니라 직종이나 직무에 따른 임금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노조도, 가능하면 공공부문에서라도 동일노동-동일임금이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

     


    * 출처 : 시사IN 2019. 11. 6
    * 해당원문 :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565

  • 첨부파일
    005.jpg
    004.jpg
    003.jpg
    002.jpg
    00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