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선로를 점검·보수하다 철도노동자 2명이 숨지고 한 명이 다친 사고와 관련해 사전에 작업자 간 작업계획이 공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철도노조는 열차감시자를 배치하거나 작업 당시 인접선의 열차 운행을 중지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달 전 작업조정회의서 작업계획 짰는데”
철도노조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사고는 여러가지 안전을 보장하던 요소들이 무력화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사고 책임을 현장 작업자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9일 새벽 2시14분께 서울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전기모터카와 선로검측열차가 충돌했다. 3명의 노동자가 작업대에 올라가 절연구조물을 교체하고 있었는데 인접한 선로에서 오던 선로검측열차와 부딪힌 것이다. 이 사고로 정아무개(32)씨와 윤아무개(31)씨가 숨졌다. 또 다른 노동자 1명은 다리가 골절되는 등의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 후송됐다. 작업자 간 작업계획이 사전에 공유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에 따르면 통상 운행 중인 열차를 차단하는 작업은 한 달 전에 이뤄지는 작업조정회의에서 작업계획을 확정하면서 이뤄진다. 그런데 이번 사고발생 사실을 감안하면 회의에서 작업내용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구로역에서 작업하던 노동자와 광명에서 올라오던 점검차 노동자, 구로역과 금천구청역에서 신호를 통제하던 노동자가 왜 서로의 작업을 사전에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노조 관계자는 “세 곳의 노동자가 서로의 작업 사실을 왜 몰랐는지 밝혀야 한다”며 “업무 프로세스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장비는 신규 도입 차량
매뉴얼·안전교육 여부도 관심
사고가 난 전기모터카의 작업대는 2022년 신규 도입된 장비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업무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돼 있었는지 여부도 조사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길이가 연장되는 작업대라 인접선까지 넘어가면서 두 차체가 충돌하게 된 것”이라며 “인접선까지 닿는 작업대를 사용할 때는 어떤 안전수칙을 지켜야 하는지 매뉴얼 등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 같은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작업 중인 선로 양쪽에 위치한 인접선 열차 운행을 중단하거나 열차감시자를 추가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사고는 차 위에서 이뤄지는 작업(차상작업)이었고 이 작업은 열차감시자 배치가 의무는 아니다.
노조는 “선로에서 작업하는 철도노동자들은 인접선을 다니는 열차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며 “원천적으로 위험을 차단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시스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작업선 양쪽 인접선 열차 운행 중단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궁극적으로는 인력 충원을 통해 안전인력을 늘려야 한다고도 봤다.
노조는 “코레일은 정원 대비 현원이 1천명이나 부족하다. 작업현장에서 인력 부족은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현장 작업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고 촉구했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