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목이야기

생각을 나누다

정말 괜찮은가요? ‘야간노동’

베로니카

11시가 가까운 늦은 저녁 집 앞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카운터에 계신 분이 마치 아는 사이처럼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늦으셨네요.” 분명 편의점 사장님은 아닌데, 누구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어색하게 목례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기억에 잊혔다가 동네 안경점에 가서야 안경점 사장님이 편의점 카운터에 계셨던 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니, 왜 편의점에 계셨냐고 여쭈었더니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려고 지난해 가을부터 일주일에 2일 밤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고, 운영하는 안경점도 주 6일 영업을 그대로 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안경점과 편의점 모두 손님이 없어 대기하는 시간이 길지만 육체적으로 무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요즘 자영업자들이 어렵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이렇게 투잡(겸업), 그것도 야간노동을 하고 계신다니 가장의 무게가 새삼 짐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힘들지 않다고, 할만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애써 그리 말씀하시는 것이리라 생각되었지만 딱히 뭐라 드릴 말씀이 떠오르지 않아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마시라는 인사를 남기고 매장을 나왔습니다.

 

이제 밤낮을 바꿔 일하는 일상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보건·의료, 방송·통신, 제조·물류는 물론 편의점까지 2·3교대의 밤샘 노동은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임시직 인턴 연구원으로 일하는 제 아들마저 프로젝트 마감을 앞두고 밤샘 작업 후 몰아 자는 일이 잦아져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걱정하는 부모에게 아들은 괜찮다고만 합니다.

 

지금은 괜찮은 것만 같은 그 야간노동이 지속되면 암을 유발할 만큼 위험하다는 사실은 아직 멀게만 느껴집니다. 당장의 생계와 좀 더 많은 소득을 위해 또는 집약적인 성과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오늘도 많은 이들이 밤을 새워가며 일하도록 내몰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쿠팡 사태로 불거진 ‘새벽 배송’이 논란이 되며 대형마트의 심야영업과 온라인 주문·배송을 제한하는 ‘새벽 배송 금지’ 규제를 완화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는 보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니, 주말·심야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사회적 장치가 다시 대형마트를 비롯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야간노동’을 늘리는 방향으로 추진된다는 것이 우려스러웠습니다.

 

‘새벽 배송’에 대하여 노동계는 '건강권'을 이유로 반대하고, 유통업계는 '생존권'을 내세우며 맞서는 상황입니다.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소상공인의 입장 그리고 ‘새벽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요구 등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까지 얽히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보수 경제지에서는 일부 배송 기사들은 ‘새벽 배송 금지’를 반대한다는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힌 논란이 합의를 향한 공론의 장을 마련할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야간노동’과 ‘새벽 배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하는 우리 사회의 고단함을 먼저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투잡’이라도 해야 생활이 가능한 가장들과 장 볼 시간조차 없어 새벽 배송을 끊을 수 없는 우리들의 일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야간노동’은 멈출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