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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노동사목위원회

여기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또 얼마 전에 사람이 죽었습니다.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골재 채취장에서 토사 붕괴 사고로 3명이 귀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얼마 전에는 공사 중인 아파트가 어이없이 붕괴하여 2명이 사망하였고 아직도 2명은 실종된 상태입니다. 한 회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간발의 차이로 적용받지 않게 되었고, 한 회사는 이 법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기 전, 중소규모 철강회사에 다니는 선배와 식사를 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느 날 회사 대표가 이사인 자신에게 찾아와 회사 대표를 해 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회사의 대표는 전무에게 대표 자리를 제안하였으나 거절당하였고, 상무에게도 대표 자리를 제안하였으나 거절당하자 자신에게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곧 시행될 것을 알았던 이 선배는 가족회사로 운영되고 있는 이 회사의 대표가 자신의 형사처벌을 피하고자 바지사장을 원했던 것을 알아차렸고, 거절했다고 합니다. ‘아!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머리가 나쁜 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선배의 덧붙이는 말로는 선배가 다니는 회사만 이런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여러 회사에서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이 회사의 대표는 누가되었을까? 궁금하던 차에 그 선배를 다시 만날 기회가 있어 이야기를 들었더니 전무가 대표를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매우 많은 금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받기로 했는지는 모르지만, 형사처벌쯤이야 돈 앞에서 별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이 자리에서 또 다른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요즘 중소규모의 회사들이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의 회사로 쪼개고 있다고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면서요. 회사 쪼개기가 그렇게 쉽겠냐고요?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사업자등록 내고, 세무기장 따로 하고, 바지사장들 월급 올려주며 하나씩 앉히고, 직원들은 이 세계가 좁다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며 별다른 저항 없이 응할 테고, 그 작은 회사에 노조가 있을 리는 만무하고, 노조가 있다고 하여도 경영권침해라며 법적으로 대응할 테고, 그래도 저항하는 사람 있으면 5인 미만 사업장이니 해고도 수월하고. 결국 오너일가는 바지사장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게 되나요.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아무 일도 없게 되나요.

 

 머리 좋으신 분들이 이 법을 만드셨을 텐데 이런 일들은 생각해보지 못하셨나 봅니다. 왜 늘 5인 미만 사업장은 하나같이 예외일까요? 5인 미만 사업장에 다니는 사람의 생명은 5인 이상 사업장에 다니는 사람의 생명보다 못한 것인가요? 쪼개기 하는 회사에 대한 대책을 고용노동부는 가지고 있을까요? 글쎄요. 해고나 다른 사건들처럼 서류상 하자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왜 이런 식으로 법을 만들까? 왜 이렇게 구멍이 숭숭 뚫려 있을까? 생각해 보니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당사자가 없어서, 그 법을 적용받을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었다고 하지만 결국 그 목소리와 다르게 법을 만들고, 개정하고, 지침을 만들지 않나요? 이젠 목소리만 듣지 말고 참여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위험사업장에 관련된 법은 그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위험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나는 다쳐도, 죽어도 괜찮으니 회사를, 대표를 처벌할 수 있게만 하는 법을 만들었을까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나는 다쳐도, 죽어도 괜찮다고 했을까요?

 

 최저임금위원회에는 왜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까요? 청년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중년도, 장년도, 가장도 있습니다. 한 부모로 자녀를 키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 현재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지도 않는 사람들만 모여 최저임금을 결정합니까? 20명이 넘는 위원 중 못해도 2~3명은 위원으로 있어야 하지 않나요? 교수님이 아니고, 사무총장도 아니고, 실장도, 지부장도, 이사장도 아니어서 그렇습니까?

 여기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노동자가 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저임금 받으며 생계를 꾸리는 가장도 있습니다. 당신들이 괜찮다고 여기는 그곳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 예전처럼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었다는 그런 말로 노동자를 배제하지 말아 주세요. 이제는 참여 시켜 주세요. 20세기는 22년 전에 지나갔고, 21세기는 22년이나 지나고 있습니다.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 주세요.

 


손창배 노무사 | 함께하는 노무법인 부대표
노동사목위원회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