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람으로 볼 수 있기를

찬미 예수님. 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서 부위원장 소임을 맡고 있는 김도훈 라파엘 신부입니다. 2018년 8월에 사회교정사목위원회로 발령을 받고 어느덧 3년이 되어갑니다. 처음 교정시설에 들어갈 때만 해도 내가 만든 편견과 선입견 등으로 수용자분들을 만나는 것조차 두렵고 힘들었는데, 코로나로 1년째 들어가지 못하다 보니 구치소가 그리운 요즘입니다.
우리 위원회는 수용자 등에 관한 사목뿐만 아니라, 출소자들이 온전히 세상에 녹아들 수 있도록, 그래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며 창업자금을 대출하는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전과자라는 주홍글씨, 낙인이 찍히고 나면 어느 곳이든 재취업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친했던 사람은 연을 끊고, 이유야 어쨌든 불신과 냉대 속에 방치되기 시작하면 스스로 자존감도 급격히 낮아져, 많은 사람이 생계를 위해 다시금 범죄에 손을 댑니다. 출소자들 가운데 25%는 3년 안에 교정시설로 다시 돌아간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하여 이어지는 것인데, 이를 조금이라도 끊어보고자, 무담보 대출 은행인 ‘기쁨과 희망 은행’을 2008년도에 설립하여, 210여 명에게 교육과 심사를 거쳐 37억여 원의 돈을 대출하여 주었습니다.

물론 잘 아시다시피 창업 또한 결코 녹록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도 쓰러져가는 마당에 출소자들이 창업한다는 것은 수많은 악재를 안고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사실 대출해준 돈의 상당 부분은 대출자들의 폐업 등으로 상환을 받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이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당황스럽게 하는 건 죽을힘을 다해 장사하는 사람에게, 전과자라는 이유로 임대를 철회하거나 전과자라는 입소문을 내 손님을 끊게 만든다든지 혹은 전과자라는 약점을 갖고 이용해 먹는 겁니다.
비단 전과자에 대한 편견과 냉대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우리 문화 속에 뿌리 깊이 자리 잡은 갑질정신, 자기가 만든 잣대를 들이밀며 사람을 멋대로 재단하고 판단하는 색안경 등 우리 사회 안에는 공동체가 함께 성장해야만 하는 많은 문제가 산적합니다. 플랫폼 노동자, 배달 등 운수업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경비 노동자 등등 감사하고 소중한 노동자분들에게 자기가 좀 가졌다고 부리는 갑질을 보면 기가 찰 뿐입니다. 소위 ‘사’짜 들어가는 직업을 갖거나 돈 많이 버는 사람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면서, 자기보다 세상의 것을 조금 덜 누린다 여겨지는 사람에게는 근본도 이유도 없는 갑질과 판단을 일삼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우리가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교정사목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죄인이라 불리는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눈물로 회개하며 다시 하느님과 세상 곁으로 나오려 노력하는 분들을 보면 가슴 한쪽이 묵직해집니다. 죄 많은 나와 다를 바는 무엇이겠는가? 나는 언제 저렇게 회개하며 눈물을 흘렸었던가? 크게 보면 모두가 다를 바 없는 사람입니다. 죄가 많은 사람을 볼 때 죄에 집중해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구원받아야 할 ‘사람’을 먼저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직종의 일을 하는 사람을 볼 때도, ‘어떤 직종’을 먼저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할 ‘사람’을 먼저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로부터 존경받고 부러움을 받는 나라로 성장했습니다. 더욱이 ‘하느님 나라’를 이상으로 꿈꾸는 우리라면, 이제는 좀 더 성숙한 국민으로, 또 신앙인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편견과 냉대, 어쭙잖은 우월의식은 내려놓고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더불어 사는 이 땅의 아름다운 하느님 나라를 만들기를 꿈꿔봅니다.
김도훈 라파엘 신부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부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