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노동

출처: 뉴스1
며칠 전 일간 신문에 생물학 50년 난제를 인공지능(AI)이 해결했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해당 인공지능을 만든 회사는 우리나라의 이세돌 기사와 바둑 대결을 펼친 알파고를 만들었던 딥마인드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로 잘 알려진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고 한다. ‘너무나 충격적인 연구 업적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노벨상 수여 자격이 주어지기를….’ 인공지능은 초지능 기술로서 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나머지 기술은 초연결 기술인 사물인터넷, 초예측 기술인 빅데이터, 그리고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파괴하는 사이버·물리 시스템이다.
다른 기술변화들도 예외 없이 인간의 노동에 영향을 미쳤지만, 4차 산업혁명은 기존 기술변화보다 인간의 노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운송, 운수, 사무, 행정처리, 노무와 같은 반복적인 업무는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큰 업무들이다. 물론 우려와는 달리 인공지능이 단기적으로 고용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예측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일자리의 출현, 플랫폼 노동의 확산, 서비스업 확대 등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출처: 뉴시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내의 대표적 자동차 회사의 2019년 노사 공동 고용안정위원회의 자문위원 보고서는 미래차로 인해 생산직 근로자의 최소 20%~최대 40%가 과잉 즉 일자리가 없어지리라 예측했다. 자동차 협력업체도 비슷한 규모로 일자리가 감소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 회사 모기업과 협력업체를 포함한 노사의 지혜로운 대응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인간의 두뇌까지 대체하는 새로운 기술이 인간 노동의 성격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쉽게 예단하기 곤란할 정도로 심대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우리의 과제는 이러한 기술발전의 결과 모두 함께 행복해지도록 사회 시스템을 잘 다듬고 정비하며 필요한 경우 과감하게 혁신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롭게 성장하는 고용 형태가 플랫폼 노동이다. 플랫폼 노동의 4차 산업혁명이 노동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의 하나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플랫폼 노동이란 정형적인 근로계약의 체결 없이 특정 서비스 수급을 연결하는 노동 플랫폼을 통해 한시적 활동에 대한 노동을 제공하고 보수 혹은 소득을 얻는 일자리로 정의된다. 다른 명칭으로는 긱 노동, 디지털 노동, 크라우드 노동, 크라우드소싱 노동, 온-디맨드 노동, 이랜싱 등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플랫폼 노동은 온라인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웹 기반형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연결되지만, 노동은 운송, 배달, 청소, 심부름 등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지역기반형으로 구분한다.
플랫폼 노동이 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임금 근로자성 여부인데, 완전한 임금근로자도 아니면서 완전한 개인사업자도 아니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만일 임금근로자라면 기존 노동법으로 불안정성을 보호할 수 있지만, 임금근로자가 아니라면 기존 노동법에 따른 보호가 어렵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다수의 중개 기관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처럼 한 명의 고용주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고용주와 무기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며, 근로시간이나 수입에 대한 통제권(일할지 말지)을 자신이 스스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금근로자로 보기 힘들다. 반면 노동 방법이나 노동 수단을 플랫폼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서비스 대가는 기업이 통제하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플랫폼 노동자의 서비스에 의존하며, 중개 기관은 임금근로자의 해고에 상당하는 서비스 이용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사업자로 보기도 힘들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지역가입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현재 한국의 경우 임금근로자와 비교해서 플랫폼 노동자의 불안정성 보호가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보험에서는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인데, 현재 정부는 플랫폼 노동도 나머지 두 가지 사회보험 적용을 원칙을 갖고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따라서 남은 문제는 임금근로자가 기업으로부터 제공받는 각종 인사관리 서비스이다. 임금근로자는 채용, 전직·퇴직, 고용안정 등 고용 관련 서비스, 교육훈련, 자격 취득과 관리, 경력개발, 승진 등 개발 관련 서비스, 보상과 각종 복리후생 등 보상 관련 서비스, 사회적 상호작용과 소속감 및 정체성과 같은 공동체 관련 서비스 등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복합적인 인사관리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이러한 인사관리 서비스를 누가 플랫폼 노동에 제공할 것인가가 남은 과제이다. 플랫폼 노동자의 자발적인 결사체나 지역단위 노·사·정, 협회, 대학, 종교단체 등 다양한 조직과 기구들의 협업체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속성은 없더라도 플랫폼 노동자와 거래하는 플랫폼 기업도 이와 관련해서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어떤 변화 가능성의 여지를 제공하든 최종적으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결국 인간의 선택이다. 문제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들을 어떻게 지혜롭게 잘 조화시키는가일 것이다.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김동배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