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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교육의 중요성

노동사목위원회


노동교육의 중요성


사제들의 소임마다 나름의 고충이 있는데 필자도 노동사목 소임을 하며 겪는 어려움이 있다. 일단 노동사목은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을 갖춰야 하는 분야라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노동문제를 비롯해 노사관계, 고용, 임금과 인사노무에 이르기까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 사회, 정치, 경영 등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이것이 뒷받침되어야 정부와 각 정당의 노동 정책들, 사업장 간 쟁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가능하며, 그 속에서 교회가 선택해야 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어려운 것은 한국은 노동교육에 대한 제도적 시스템이 전무하며 무관심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늘 절감하지만 교육을 받고 안 받고, 알고 모르고는 하늘땅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실제로 노동 분규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원만한 해결을 위해 중재를 하고, 이야기를 듣고 기도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사료되며,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기본적 교육의 실행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사회나 교회나 그런 교육이 전무한 편이다. 선진국들은 기본적 노동권 교육이 제도화돼있고, 프랑스나 독일은 초등학생 때부터 모의 노사관계, 단체교섭 등의 수업을 의무화하고 있다.

 

노동하는 예수<출처: https://stpaulcenter.com/st-joseph-a-model-for-priests/>

 

가톨릭교회 역시 노동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갖고 있고(간추린 사회교리 6장, “인간노동”) 노동과 관련된 매우 자세한 지침을 제시한다. 임금은 한 가족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302항), 노동은 하느님을 섬기고 자신을 성화(聖化)하는 수단이며(265-266항), 노동보다 인간이 귀하고(271,272,277항), 노동자가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을 할 수도 있고, 파업을 한다 해도 비폭력·평화적 방법으로 해야 하나 가장 필요한 건 노사 간 화합임을 분명히 밝힌다(304항). 사회에서 인간존엄과 연대성, 공동성의 구체적 실현인 노동권 강화를 위해, 각종 권리들과 노동조합의 중요성, 이를 위한 국가와 시민의 역할도 규정한다(291-293항).

 

하지만 전술(前述) 한대로 교육 기회가 많지 않다. 노동사목위원회는 각종 특강, 청소년 노동교육, 사제·수도자를 대상으로도 교육을 하고 있다. 물론 위원회의 역량도 부족하지만, 본당의 현실상 그에 대한 요청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여전히 ‘노동’에 대해 매우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신자, 수도자, 사제들도 있다. 노동이나 정치에 대해서 매우 협의적으로 왜곡·이해한 생각에 잠겨있는 듯 보여 퍽 안타깝다. 그런 취지의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건강한 영성이란 통합적 시각과 사회화된 영성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이웃사랑의 실천이며, 노동사목은 노동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건강한 영성을 지향한다. 그리고 노동은 개인과 사회, 심지어 교회와도 무관할 수 없는 주제이며, 이에 대해 끊임없는 신앙적 성찰과 교회의 목소리가 요청되는 분야이다.

 

물론 노동현장은 언제나 치열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세상에서 밥그릇 싸움만큼 예민한 게 또 어디 있을까? 노·사간 쟁의 현장, 교섭 현장에서 양자를 중재한다는 건 피를 말리듯 어려운 일이다. 필자도 힘들고 어려울 때가 많다. 게다가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플랫폼 노동이다 해서 노동문제가 하루가 다르게 다변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비정규직과 초단시간 일자리, 노인 노동과 인공지능 등 여러 어려움이 급증하고 있어 많은 것이 우려된다. 더 안타까운 것은 결국 저학력, 저숙련, 청소년과 청년, 여성과 장애인, 노인과 외국인과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는 것이다. 또한 여전히 한 해에 2,000명 가까이 산재로 사망하는 현실과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해고사태도 시급한 노동현안으로 남아있다.

 

본당의 사목 대상은 그 성당에 다니는 교우들이고, 교정사목은 교도소의 형제·자매 일 것이다. 그럼 노동사목의 대상은 누가 될까? 바로 매일 일을 하며 살아가는 2,700만 경제활동인구가 1차적 대상이다. 그러나 넓게 보면 장래희망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어린 학생들도 포함되고 고령사회로 접어들며 일하는 어르신들도 포함되어야 한다면, 거의 모든 국민들이 노동사목의 대상일 것이다. 그래서 노동과 관련된 각종 쟁의 현장과 산재사망, 비정규직, 이주 노동 등 시급한 노동 문제에 대한 연대도 응당 해야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의식과 사고방식이 바뀔 수 있는 장기적이고 정기적인 교육도 매우 급선무라 생각한다. 특히 사회교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인간노동에 대한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런 교육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간추린 사회교리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의 문명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서길 희망해본다.

 

이주형 세례자요한 신부.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