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저 굴뚝은 오늘 우리가 봉헌하는 시간의 상징입니다

장동훈 신부(인천교구 인천가톨릭대학교)

근래 개인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니 덜컥 겁이 납니다. 시시콜콜한 개인사를 중차대한 사건처럼 다루거나 신세한탄과 자학, 비난이나 가르치려 드는 것 등이 최악의 강론이라 치면 이리 시작해도 될까 살짝 불길하긴 합니다. 아무튼 조금 지쳤고 소진했습니다.열심히 산다고 했고 최선을 다한다했지만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오해와 비난,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을 정도의 패배감이었습니다. 운도 지지리 없고, 그나마 가진 알량한 것마저 모두 뺏어가는 하느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저를 불운의 아이콘이라 부르겠습니까. 그럼에도 저를 가장 힘겹게 만든 것은 언제나 '언제면'이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백전백패, 우승열패의 현실 앞에 저도 모르게 많이 헤지고 닳고 소진했던 것 같습니다. 언제면 이런 눈물을 멈출 수 있을까. 언제면 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정상으로 돌아올까. 언제면, '언제면'이 늘 저를 짓눌렀습니다. 조급해지고 좁아지고 또 어두워졌습니다. 설상가상, 이제 투명한 피부를 가진 학교 아이들 앞에 설 때면 제 뱃살과 자글자글해진 눈가의 주름과 거친 피부를 어김없이 비교하게 되는 인생의 절반을 넘긴 나의 시간이 더욱 허망하고 불안해졌습니다. 그렇게 전 지쳐갔고 닳고 소진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때마침 봉헌축일입니다. 바닥에 몸을 뉘이고 하느님께 봉헌한 첫날을 기억하면서도 떠오른 생각은 마치 타죽을 걸 알면서도 빛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나의 속절없는 나날이 떠올라 슬펐습니다. '언제면'이라는 질문과 이 길고 지루한 기다림의 끝은 어디일까란 질문입니다. 아마도 난 죽기 전까지 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온전히 제자리로 돌아가고 가난한 이들의 눈물이 마르는 새하늘새땅은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다시 모든 걸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오늘 읽힌 독서와 복음은 멋스럽게 이야기한다면 아마도 다가올 내일에 대한 '고대'일 것이고,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까마득히 아직도 참아내고 견뎌야할 시간의 바다가 버티고 선 지루한 기다림일 것입니다. 시메온과 한나, 긴 기다림 끝에, 아니 온 생을 살고 끝머리에서 만나게 되는 것 역시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표징에 불과합니다. 포대기에 싸인 아이는 장차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라지만 오늘 눈 앞의 아이는 어쨌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일 뿐입니다. 시메온과 한나는 여전히 온 삶을 소진했지만 그 끝, 구원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결국 눈감을 것이라는 변함없는 사실이 맥 빠지게 합니다. 포대기에 싸인 아기라니! 온 삶을 소진하고 학수고대해 기다린 표징치고는 너무나 가냘프고 희미하며, 억울합니다.

기다림, 시간에 대하여 생각하게 됩니다. 기다림이 언제 올지 모르는 그 어느 때라면 나의 오늘의 소진은 의미 없어집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기다림, 시간은 저 멀리 내가 살아보지 못한 날들에 관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날들로 완성된다는 생각은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언제가 나와 상관없이 엄습하는 종말이나 구원은 현재의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만 지금 내가 소진하는 시간들과 꿈들로 완성되어가는 중이라는 생각은 나의 시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교회는 이러한 믿는 이들의 시간의 종말론적 시간에 대해 여러 단초를 남겼습니다. 우선 봉헌한 삶을 사는 이의 오늘은 하늘나라의 예시, 천상의 것을 미리 앞당겨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라는 교회의 가르침은 불에 타죽을 줄 알면서도 빛으로 뛰어드는 하루살이의 찰나를 찰나로 두지 않습니다. 무의미한 소진이나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라 내일과 닿아있는 소중한 시간이 됩니다. 그것은 마치 언젠가는 시간을 다해 시들고 사그라지는 봄꽃들을 통해 계절이 바뀌고 또 언젠가는 다시 봄이 찾아올 거라 확신하는 것과 같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이 있다지만 실상 절기를 나누고 계절이 다시 순환한다는 확고부동한 진리를 떠받치는 것들은 하나같이 사라질 생명체들 입니다. 꽃은 찬란히 피었다 사그라지고 얼음은 녹습니다. 어둠이 걷히고 동이 틉니다. 그 모든 한 찰나를 살다가는, 명멸할 것들로 우리는 장구하고 영원한 시간의 고리를 이해하고 계절의 순환을 이해하게 됩니다. 오늘은 찰나이지만 결국 영원과 맞닿아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뼈와 살과 오장육부를 갖춘 생명체만이 아닌, 사랑하고 분노하고 웃고 울고 저항하고, 나누고 헌신하는 인간됨이 사람을 사람이라 명명하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기껏 살아야 80년의 세월인 개별 인간을 '인류'로 부르진 않습니다. 인류는 찰라를 살아가는 수많은 개별 인간이 꼬물거리며 억척스레 살아왔고 살아가고 또 살아갈 '오늘'의 억겁의 시간과 헤아릴 수 없는 지상의 인간들의 애환이 켜켜이 쌓여 완성되는 단어입니다. 인간의 참혹함의 극한을 매일 체험하는 아유슈비츠에서, 연인과 입을 맞추던 봄 들판의 내음과 마을 축제의 흥겨운 춤, 가족들의 소소한 내력을 애써 기억하며 자신이 인간임을 잊지 않으려 일기에 적어 내려갔던 유대인 프리모 레비의 안간힘이 그를 인간이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레비라는 개별자의 인간됨은 잔학으로 상처받았지만, 인류는 그의 안간힘으로 치유 받았습니다. 레비의 일상은 산산이 부서졌지만 그의 인간됨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사그라질 시간, 명멸할 생명 모두 그런 의미에서 영원에 참여하고 종말을 미리 살고 완성하는 것입니다.

조르지오 아감벤은 동시대를 묵상하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동시대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용기의 문제이다. 저 하늘의 별빛은 빛을 발해 눈에 와 닿는 순간 어느새 저 멀리 깊은 어둠으로 멀어져있다. 동시대를 산다는 것도 그러하다. 그것은 마치 결코 지키지 못할 약속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것과 같다." 가슴을 울리는 문장입니다.지키지 못할 약속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것, 그것이 오늘의 이 수많은 고난과 눈물의 의미라는 사실이 한편 애처롭지만, 나의 시간의 희미한 가닥이 어떻게든 영원과 맞닿고 언젠가의 그날로 연결되어있음을 선명히 느끼게 합니다. 나를 더 크고 더 깊게 하고, 나의 시간을 더 장엄하고 도도한 역사의 시간 속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말라키의 예언처럼 나의 시간을 제련하고 정련해 맑고 합당한 제물로 만듭니다. 찰라가 영원 속에 들어있고 영원이 찰라에 깃든 연유입니다. 시메온과 한나의 기다림도 위로받는 시간입니다. 시메온의 눈물이 감격인 이유입니다. 저 위 70미터 고공의 동지들의 시간 역시 하늘과 가깝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실제로 영원과 닿아있는 찰라 인 이유, 고대하던 내일을 앞당기는 이유, 역사라는 장구한 시간과 인류라는 장엄한 이름을 지키고 회복하는 안간힘인 이유입니다.

수많은 상징들이 있습니다. 세상의 지배자들은 육중한 돌과 견고한 구조물, 위압적인 상징물들로 영원을 탐냈습니다. 때로는 그것으로 인류가 태동한 이래 유구하게 지켜오던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거나 지워버리는데 사용했습니다. 우리가 목격한 대한문의 꽃무덤이 그렇고 용산의 빈터도 그렇습니다. 쭉쭉 잘 뻗어 길에 묻힌 사연이 무엇인지 모른 채 무심히 페달을 밟는 사대 강변 역시 그러합니다. 며칠 전 강정의 사람들을 밀어붙이고 뜯어 내리던 권력이 그렇습니다. 고즈넉한 일상 한가운데 괴물처럼 들어선 저 밀양의 철탑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시간은 손상되지 않습니다. 또 우리의 꿈은 멈추질 않습니다. 얼마나 크고 견고하건 언젠가는 사라질 돌덩이가 지배자들의 상징이라면 우리가 저마다 가슴에 품은 것은 나약하고 펄럭이며 흔들리지만 지워질 수 없는 억겁의 시간과 꿈과 애환과 기억들로 이루어진 상징입니다. 동토의 바람으로 대지가 꽁꽁 얼지만 이윽고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새순을 준비하는 땅의 시간이 바로 우리의 시간입니다. 참혹한 현실 앞에 인간의 품위를 잊지 않고자한 저 수용소의 찌그러진 육신이 간신히 놀리는 펜대가 우리의 상징입니다. 길바닥을 벌레처럼 기면서도, 매미처럼 고공에 매달려서도, 고목처럼 눈바람을 거리에 버티고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간임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포기하지 않은 수많은 이 땅의 노동자들의 우리의 상징입니다. 눈물겨운 상징이고 위대한 상징이며 포기하지 못하는 상징, 종말의 상징입니다.

우리가 가슴에 품고 있는 시간은 포대기에 쌓인 아기입니다. 이 옹알거리는 아기가 구세주건 뭐건 간에 배고프면 울고 졸리면 자는 아기입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오늘입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이 시대와 벌이는 전장에 유일하게 허락된 무기입니다. 그 아기에 우리는 우리를 봉헌하는 하루살이입니다. 타 죽을 줄 알면서도 기꺼이 다가가는 이유입니다. 저 고공과 거리의 동지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나를 지키고 우리를 지키는 시간인 이유입니다.

저 굴뚝은 오늘 우리가 봉헌하는 시간의 상징입니다. 저 크고 높은 굴뚝은 언젠가는 없어질 것들이지만 삼시 세끼 지상에서 묶어주고 하늘에서 끌어올리며 대롱대롱 올라가는 도시락을 받아먹는 저 시간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잔혹한 존재일 수 있다는 현실의 장벽을 넘어, 우리를 다독이고 위로하며 격려하는 상징입니다. 저 굴뚝은 시메온과 한나가 온 생을 기다려 눈물로 화답한 표징이며 우리가 이대로 주저앉지 않게, 실망할 수 없게 만드는 깃발입니다. 저 굴뚝은 점령자들의 시간보다 영원한 우리의 시간을 뒤돌아보게 하며, 지배자의 상징보다 더 단단한 우리의 꿈을 기억하게 합니다. 저 굴뚝은 나의 찰나를 온전히 봉헌하고도 우울할 수 없는 이유고, 오늘의 나의 소진으로 멈출 수도, 또 멈추어지지도 않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신뢰하게 합니다.

"나는 억세진 가지와 질겨진 이파리 위에 피어난 아욱 꽃에서 모든 소용이 다한 뒤에 찾아오는 하나의 절정을 보았다. 그것은 유아독존의 자기현시가 아니라 멀리서 희미하게 웃고 있는 어떤 미소에 가까웠다. 스스로를 흩어버림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고 있는, 씨앗을 머금은 미소였다." -나희덕

이겨서 내려가겠습니다

이창근 쌍용차 굴뚝농성인

오늘 사실 2월 2일 미사를 많이 기대했습니다. 특히나 벨라 차오를 기대했습니다. 계속 나오는군요. 응답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른 응답이 쌍용차에도 곧 나오겠죠? 여러분들 기도하고 마음들 또 발걸음들 모이니까요 곧 응답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늘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감사하단 말씀 외에는 다른 말을 찾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저희 잘 싸우겠다는 말씀 또 반드시 반듯하게 이 싸움 세워 내겠다는 말씀 반복해서 드리겠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계속해도 지겹지 않듯이 어쩌면 저희들에게 스스로 세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듯하게 이기겠다는 말씀 계속해서 드리고 있습니다.어제 드렸던 말씀 하고 또 오늘 똑같은 말이라도 하는 이 말이 또 다르네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저도 많이 다르고 하루하루 지나면서 우린 이긴다, 라고 말씀 드렸던 그 말이 다르게 해석되고 또 다른 결이 또 느껴집니다. 조금 더 가보겠습니다. 상황 잘 가고 있고요, 여러분들 마음 모아 주시는 만큼 잘 모이는 것 같습니다.

오늘 동력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작가분이 굴뚝 주변을 날았습니다. 저희 눈앞에서 15m까지 오셨는데요. 제가 굉장히 흥분했던 것 같아요. 제 아이 10살 주강이보다 더 좋아했던 것 같고, 몰랐었는데 사람이 그리웠는가 봅니다. 52일 만에 이렇게 가까이 처음 사람이 와서 너무 흥분했던 것 같고, 빨리 밑으로 내려가고 싶다는 그런 마음을 또 스스로 확인했던 하루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겨서 내려가는 싸움 하겠습니다. 그래서 굴뚝에서 울지 않고 있고요, 슬픈 표정 짓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표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려가서 풀어 놓을 그런 표정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웃고 또 노력하면서 이 싸움 해 나가겠습니다. 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미사 이후엔 전체가 모여서 ‘벨라 차오’ 함께 하시는 거죠? 기대하겠습니다. 늘 감사하고요. 정말 여러분들의 기도 손 안에 딱 잡힐 수 있게끔 이 싸움 마무리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약속했던 것들은 지켜야

김정욱 쌍용차 굴뚝농성인

반갑습니다. 미사 같이 봉헌하게 돼서 정말 고맙습니다. 형제분들, 수녀님들 오늘 많이 오신 거 같구요. 많은 신부님들 여전히 함께 해 주신 것, 이곳에서도 다 보입니다.

저는 1월 31일, 마지막 1월을 보내면서 강정마을의 행정대집행을 보고, 곳곳에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들,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보면서 31일 많이 가슴 아프고 분노 서러웠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있으면서 저는 한편으로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마음의 평정심을 잘 가져야 된다는 생각들을 항상 가지면서 많은 분노보다는 성찰하는 기도를 많이 올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한 신부님이 페이스북을 통해서 올려놓았던 내용인 것 같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이 이번에 5주기라고 말씀 들었습니다. 남수단에서 그분이 했었던 희생 행동들 많은 것들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남수단에서 이번에 장관을 비롯해서 대통령 친서를 가지고 대한민국에 방문해서 현 정부에게 이태석 신부를 기념하는 병원을 짓기로 했던 그 약속들에 대해서 이행 할 것을 친서를 가지고 왔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부터 MOU를 체결해서 대한민국 차관을 통해서 병원을 짓기로 정부의 이름으로 약속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고 남수단에서 오신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지 않겠다고 생떼를 쓰는 것을 페이스북을 통해서 확인 했습니다. 정말 그런 것들을 보면서 어떤 말이 필요할지 어떤 표현이 적절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우리가 약속했던 것들에 대해서 지켜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쌍용자동차 문제부터 강정의 문제들 밀양 송전탑 문제들 수많은 국민들과 했었던 약속들이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곳곳에서 깨지고 있습니다. 하물며 박정희 기념관을 세운다고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이태석 신부처럼 남수단에 가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그리고 그의 사랑으로 많은 것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 오히려 기억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게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정말 바뀌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추운 이 시간에도 이렇게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저희가 힘 잃지 않는 이유가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중한 사람들을 우리는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기도 행동들 함께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손잡고 만들 수 있는 그런 세상을 향해서 오늘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65개월 만에 4대 의제로 노사교섭

김득중 쌍용차지부 지부장

고맙습니다. 어때요, 굴뚝 위 두 분 목소리 들으니까 건강해 보이나요?　매번 우리 동료들이 전화 할 때 마다 건강하다 걱정하지 마라라고 얘기하면서 지낸지 오늘이 52일 째입니다. 동지들이 올라가면서 아침 일기예보 검색이나 저녁 일기예보 검색이 아무래도 일상을, 우리 동료들의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활한지 오늘이 52일차가 됐고요

따져보니까 우리가 1월 12일 날 이곳에서 미사를 드렸고, 13일 날 신차 발표회가 있다는 말씀을 드렸고 14일 마힌드라 회장이 이곳을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드렸는데요. 13일 날 저희가 신차 발표회장에 가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26명의 희생자에 대한 저희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고 싶다라고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그날 보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14일 날 저희가 이곳에 9시에 방문한다는 마힌드라 회장의 일정을 감안해서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었고 그 시간 맞춰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자회견 도중에 마힌드라 회장이 만나겠다는 연락을 받고 저와 김정운 수석이 들어갔죠. 삼십분 정도 만남을 했었는데요. 제 느낌은 이미 마힌드라 회장이 이곳에 오기 전에 갑작스런 만남이 아니라 충분히 준비를 해왔구나 라고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야기인즉슨 굴뚝 위 두 동지에 대하여 그리고 해고자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당장 모든 기업이 이윤 창출 등을 우선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하겠다, 그리고 한국 경영진과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메시지가 그날 마힌드라 회장의 이야기였고요.

그 만남이 실제 65개월이라는 시간 속에서 만났습니다. 그 계기가 이어져서 21일 이유일 사장과 공장안 김기현 위원장 그리고 제가 만나서 해고자 복직, 손해배상 가압류 문제, 그리고 정상화 문제, 26명에 대한 대책 문제까지 포함한 4가지 의제를 가지고 실무교섭을 하자고 합의를 했습니다.

아까 말씀 드렸지만 65개월 입니다. 사실 있어도 없는 유령 취급을 했던 그리고 단 한 번도 대표이사가 해고자라고 하는 언급이 없었던 것을 그날 언급을 하게 됐고 인정하게 됐고 또 해고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던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를 대화와 교섭의 대상으로 인정했다는 것이 정말 긴 시간을 돌아서 왔구나 했습니다.

이창근 동지가 그렇게 표현을 하더라구요. “링밖에 있던 우리가 링 위에 올라가게 됐다” 지금부터 좀 더 관심과 지원을 해 주십사 표현 했는데 저희가 링 밖에 있다가 그냥 회사가 불러서 간 것이 아니라 65개월 동안 함께 고통 슬픔 함께 싸워오고 눈물 흘렸던 그 힘에 의해서 우리가 당당하게 링 위에 올라갔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동의하시죠?

그렇지만 안타까운 것은 링 위에 올라갔다고 해서 승부가 끝난 것이 아니라 정말 지금부터 힘든 싸움 정말 난타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싸움들을 위해서 우리가 링 안에서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링 밖에서도 이러 저러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팽목으로 향하고 있는 그 발걸음에 저희 두 동지가 전 일정을 함께 걷고 있고요. 서울에서 또 끊임없이 투쟁하는 동지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희들 링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 나가고 있고요.

지난주 목요일 날 첫 실무교섭을 했습니다. 물론 상견례이기도 하고 교섭 주기를 잡는 과정이었는데요. 회사는 2주에 한 번씩 보자 저희는 일주일에 최소한 세 번은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이유일 사장에게도 1월 말 또는 올 구정에는 우리가 가족과 함께, 굴뚝도 내려오고,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명절이 됐으면 좋겠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언론을 통해서 보신 것처럼 매주 목요일 날 2시에 주 1회 교섭을 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회사는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충분하게 다시 누군가가 이야기 하면 열수 있다라고 전제 했지만 이제 시작이 되었고요.

이번 주 목요일 날 두 번째 교섭이 됩니다. 오늘 저희가 요구안을 전달했고 회사가 그것을 검토해서 이번 주 목요일 날은 회사 입장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저희가 공문을 보냈는데요. 잘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습니다.저희는 그런 방식으로 굴하지 않고 우리의 입장과 태도를 취해 나갈 생각입니다.

날씨가 많이 추운데요 3월 달 미사는 승리를 보고하는 미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65개월 동안 눈물겨운 투쟁에 함께 기도해 주신 여러분들의 힘들이 모여서 우리가 한걸음 한걸음씩 나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그 힘 잃지 않고 더 당당하게 굴뚝 위의 두 동지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면서 또 전국의 많은 투쟁하는 분들과 민중들과 함께 쌍용차 지부 더 당당하게 함께 나가겠습니다. 끝까지 기도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