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lection & Action 2019-01] 생활 다시보기
올해 초 가톨릭노동장년회(이하 가노장) 정기 총회지 발행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뒤돌아 본 시간을 가진 게 엊그제인데, 벌써 4월입니다.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시간은 물처럼 흘러가는데 우리 주변의 노동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아무 변화 없이 그대로인 곳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좀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면서 하루를 살아가고, 변화를 추구합니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또 그런 만큼의 대가를 받는 성실한 삶, 이와 같은 아주 평범한 일상조차 허락되지 않는 곳이 있다는 사실은 마음을 답답하게 합니다. 어서 빨리 노동 문제가 해결되고 모든 사람이 행복한 노동자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봄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하지만 그래도 봄은 오나 봅니다. 3월 17일, 가노장 평신도 동반자 양성 교육에 참석하기 위해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버스와 전철을 타고 부지런히 2시간을 가면, 노량진 가톨릭노동청년회 본부에 도착합니다. 그날 교육 강의는 우리 구리본당 주임신부님인 강신모(프란치스코) 신부님께서 해주셨습니다. 강의의 주제는 가노장 운동의 가장 기본이며, 팀 회합의 기본인 ‘생활 다시보기’(생활 반성, 생활 나눔). 제가 팀 회합을 하면서 잘 알고 있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지만, 신부님의 강의를 통해 생활 다시보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근본이 무엇인가?‘ 이 답은 까르딘 정신에서 찾아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권고 ‘복음의 기쁨’을 함께 읽으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갈 것을, 여기서 주저앉아 있지 말고 밖으로 나아갈 것을,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고 훈련되어야 함을 다시 되짚어 본 시간이었습니다.
‘생활 다시보기’를 잘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부님께서는 수첩을 사용하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수첩이 나 개인의 감상을 적는 일기로 채우는 것이 아닌, 내가 만난 사람의 이름을 기록하고, 그 사람의 말을 짧게나마 적고, 내 생활, 일터, 삶 안에서 경험한 것을 구체적으로 적는 ‘생활일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지를 다시 보면서 관찰하고, 복음적으로 판단하고, 상대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행하는 것, 이것이 실천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사회가 날이 갈수록 개인주의화되어가고, 신앙생활도 세속화로 인해 개인주의적 신앙으로 바뀌어 갑니다. 그래서 사도직 운동의 구성원도 자칫 잘못하면, 개인주의적 복음 나눔, 개인주의적 묵상만 열심히 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하신 말씀에 큰 공감을 하였습니다.
‘생활 다시보기’ 훈련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씀이 저에게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이기적인 나 자신을 없애고, 상대에게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공동체 전체를 생각하고 상대에게 집중하는 이러한 작은 운동으로부터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이웃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가노장 운동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나 자신에 매몰되지 않고 이웃을 만나고, 자신의 삶 안에서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실천하고 서로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것은 수양이고 훈련입니다. 그렇게 수양되고 훈련되기 위하여 지금 하고 있는 팀 회합부터 다시 본래의 생활 다시보기를 나누는 연습으로 채워야겠습니다.
(...) 내적 생활이 자기 자신의 이해와 관심에만 갇혀 있을 때, 더 이상 다른 이들을 위한 자리가 없어 가난한 이들이 들어오지 못합니다. 하느님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고 그분 사랑의 고요한 기쁨을 느끼지 못하며 선행을 하고자 하는 열정도 식어 버립니다. 이는 신앙인들에게도 매우 현실적인 위험입니다. (...) - 복음의 기쁨 2항
서선미 로사리아
가톨릭노동장년회 서울연합회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