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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신문] 정의로운 임금
    • 등록일 2015-02-17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2295
  • [사회교리 아카데미] 정의로운 임금(賃金)

    ‘인간다운 삶’ 위한 정당한 대가 필요
    월급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현실
    우리나라 사회임금 수준 7.9% 불과
    OECD 평균 31.9%에 턱없이 모자라
    “정의로운 임금은 사회정의 척도” 인식을
    발행일 : 2015-02-15 [제2932호, 7면]

     (일러스트 조영남)
    월급만으로 먹고 살기엔 너무 힘들다고 한다. 턱없이 부족한 임금이다. 또 어떤 이들은 자신들의 임금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기고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반을 훌쩍 넘어버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더 그러할 것이다. 북유럽의 선진국에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을 더 많이 받는다고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언감생심일 뿐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도 불안정할뿐더러 임금도 정규직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적다. 똑같은 작업대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차별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받는 임금은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고, 공정하지도 못하다. 그러면 도대체 우리 노동의 대가는 어느 정도가 되어야 공정하고, 어느 정도의 임금이 정의로운가?

    1891년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에서부터 최근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노동하는 인간’에 이르기까지,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는 일관되게 노동자의 가장 정당한 권리들 중의 하나로서 ‘정의로운 임금’을 주장하고 있다. 정의로운 임금이야말로 노동의 참다운 가치와 노동자의 존엄을 보호해주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따르면,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성인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수란 가정을 꾸려 적절히 유지하기에 충분하고 가정의 장래를 보장하기에 충분한 보수”(노동하는 인간 19항)이다. 이것 역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말씀이라 가슴에 와 닿기 힘들다. 더구나 한 사회의 상황과 기업의 조건들까지 고려해야한다면 복잡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주의 깊게 새겨들어야 할 말은 그 다음 구절이다. “이러한 보수는 … 다른 사회 조처를 통해 주어질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회사에서 받는 임금 외에 우리 사회와 국가가 다른 조처를 통해서 가정 구성원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자녀 양육과 교육에 충분한 임금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가계 운영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한 대가로 받는 임금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으로 얻는 급여이다. 앞의 것을 우리는 시장임금이라고 하고 뒤의 것을 사회임금이라고 한다. 사회임금은 실업, 노후, 의료, 주거, 보육과 교육 등 인간의 기본적 필요에 대해서 수당, 연금, 보험, 공공임대주택처럼 현금이나 사회서비스를 통해 제공받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외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노동자가 월 2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원받는다면, 이는 노동자가 임금인상 투쟁을 통해 시장임금 20만원을 인상한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의 사회임금 수준이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한 가정이 먹고사는 비용(가계 운영비) 중에 사회임금의 비중이, 스웨덴 48.5%, 독일 38.8%이고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30.5%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1.9%에도 한참 못 미치는 7.9%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가정이 먹고사는 비용, 학교가고 병원 가는 비용 등 모든 것을 자신이 벌어서 마련해야 한다. 즉 시장임금에만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직장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고, 구조조정이라도 당하면 삶의 막다른 길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정의로운 임금을 수량으로 정확히 기준을 세울 수 없다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사회임금의 수준을 OECD 평균치에만 올려도 우리 삶이 이렇게 팍팍하지도, 우리 인생이 이렇게 불공평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보장과 같은 복지제도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아니라, 인간과 노동의 존엄이 요청하는 당연한 권리이자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의로운지를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한 것이다.
    이동화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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