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31일 사순 4주일
□ 1독서 : 여호수아 5,9ㄱㄴ.10-12
□ 2독서 : 2코린 5,17-21
□ 복음 : 루카 15,1-3.11ㄴ-32
이주형 요한 신부. 노동사목위원장
+ 찬미예수님!
한 주간 동안 여러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화창한 봄과 함께 찾아온 이 주말에 하느님 말씀과 사랑 안에서 영적인 휴식을 얻으시길 빕니다. 오늘 강론의 주제는 “어리석음에 대한 성찰”과 “하느님께로 돌아감”입니다. 먼저 어리석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 편의 우화를 소개해드립니다. ‘어리석은 개구리’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깊고 깊은 산속에 연못에 개구리가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그 개구리는 성격이 활발하고 사교적이었으나 한 가지 단점이 있었어요.
바로 자기 자랑을 많이 해서 친구들에게 핀잔을 사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몇 달째 가뭄이 들어서 그 연못이 말라가고 있었어요.
개구리는 걱정했어요.
그래서 비가 오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보기도 했지만 좀처럼 비가 오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연못은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멀리 날아온 새가 이야기하길
저 멀리 언덕 너머의 연못은 아직 물이 많다는 거 에요.
그래서 개구리는 결심을 했어요 ‘그래 그 연못으로 떠나야겠다!’
그런데 그 먼 곳을 어떻게 가나 고민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새 두 마리에게 부탁을 해서 새들이 입으로 막대기 양쪽을 물게 한 후에
가운데 부분은 자기가 잎으로 물고 매달리기로 한 것입니다.
이제 떠나는 날이 되어 계획한 대로 새들이 막대기를 물고
개구리는 입으로 막대를 물고 드디어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그렇게 높이 높이 날아가는데
그런데 저 아래에서 환호가 들려왔답니다.
“와, 정말 기가 막히는 아이디어야, 누가 저런 생각을 했을까?”
그 말을 듣고 개구리는 자랑을 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때 개구리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내가...”라는 말이 흘러나왔는데 그 순간 개구리는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송봉모. 「비참과 자비의 만남」 中
자랑하기 좋아하는 개구리의 이야기를 보며 허영과 교만, 자만과 어리석음이 중요한 일을 그르칠 수 있겠구나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칠 때 새로운 길과 방법, 지혜를 찾게 됩니다. 하느님께 대한 회심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바쁘게 살다 보니 기도할 시간이 부족하고, 일을 핑계로 성찰과 반성을 게을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이 하느님과 멀어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하느님과 멀어져 있다는 것은 어떤 뜻인가요? 십중팔구 내 욕심과 자만, 어리석음에 갇혀있는 상태입니다. 절박하고 절실할 때 저절로 기도가 되는 것처럼, 조금 넉넉하고 아쉬울 것이 없을 때 저절로 하느님을 잊게 됩니다. 그 넉넉함이 지속되면 결국 가출한 탕자가 됩니다.
오늘 복음은 루카 복음의 돌아온 탕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비의 복음서라 불리는 루카복음은 소외된 이들, 죄인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여주는데,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는 용서와 사랑에 대한 최고의 백미로 꼽힙니다. 그중에서도 “아버지는 멀리서 아들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가엽은 마음이 들었다”는 묘사는 너무나 감동적입니다.(루카 15,20) 그러나 이러한 감동을 만든 것은 아들의 회심 때문입니다. 얼마간의 재산을 믿고 우쭐한 마음으로 집을 나와 방탕하게 살았으나 모든 것을 탕진하고 고역을 겪은 후에야 그는 깨달았던 것입니다. 아까 우리가 만난 그 개구리도 자신이 입을 열면 땅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조금만 빨리 깨달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군요.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이처럼 살아가다 보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무엇을 추구하고 사는지 되돌아볼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하느님을 바라보며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하나 간혹 우리도 헛된 교만과 세속적 유혹, 이기적인 욕심에 빠져 살기도 합니다. 우리 스스로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성찰하고 반추하며 다시금 하느님께로 돌아서야 합니다. 그리고 길을 떠나야 합니다. 아버지의 집으로.
아버지의 집에 왔을 때 비로소 얻는 편안함과 안도는 얼마나 평화로운 것인지요? 또한 용서받은 기쁨과 사랑 받음에 대한 확신은 무엇으로도 그 가치를 측량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럴 때 참 평화가 무엇인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세상과 이웃도 그제야 보이게 됩니다. 그는 이제 사랑받고 용서받은 힘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자신도 용서받았으니 용서하는 마음으로, 자신도 사랑받았느니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회적 약자인 이웃들과 소외되고 가난한 세상의 어두운 곳을 위해서, 바로 하느님을 위해서.
“주님을 찾았더니 내게 응답하시고 온갖 두려움에서 나를 구하셨네.”(시편 3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