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트콜텍 기타노동자와 함께하는 미사 강론 (연중 제 18주간 목요일 2018. 08. 09.)
정수용 이냐시오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신부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의 장면은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의 대화 모습입니다.
교통수단이 오늘날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고대 근동 지방을 상상해보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동하실 때, 주로 걸어 다니셨을 것입니다.
예수님 제자들의 무리는 열두 사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합류하기도 했고, 때로는 떠나가기도 했습니다.
오늘 장면 역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다다른 장면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길을 걸으며 예수님과 대화를 나눈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먼저 말을 건내신 것은 예수님이십니다.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사람의 아들은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칭할 때 주로 쓰신 표현이기에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말하고 다니느냐.. 하는 질문을 제자들에게 하신 것입니다.
이에 제자들은 저잣거리에 돌고 있는 예수님에 관련된 소문을 전해드립니다.
어떤 사람은
헤로데 임금에게 고언을 전하다가 죽임을 당한 세례자 요한이 다시 살아난 것 같다.. 한다 하고,
다른 이는 유대 민족 역사 가운데 위대한 예언자로 칭송 받는
엘리야나 예레미야와 같은 분이라고 말한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모두들 예수님의 가르침에 권위를 느꼈으며,
시대의 참된 예언자가 다시 나타났다는 정도의 반응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에 예수님은 두 번 째 질문으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십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집도 버리고 가족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다니는 제자들 입장에서는
과연 예수님을 누구라고 생각하기에 추종하는지 그들의 속마음을 물으신 것입니다.
순간 정적이 흘렀을까요?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 하는 제자들은 무어라 답해야 하는 상황일까요?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표현으로 갑분싸..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을 때”라는 표현이 있다는데
이렇게 갑분싸 한 상황에서 용기 있게 말을 꺼낸 것은 바로 베드로였습니다.
그는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말합니다.
유대 민족이 수 천 년을 기다려 온 분..
바로 하느님께서 직접 보내주신다는 메시아가 바로 예수님이라고 고백한 것입니다.
사실 신앙 안에서 예수님의 신성을 고백하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라는 호칭은
매우 익숙한 것이지만,
역사의 인물이었던 예수님을 만난 사람으로서
그분이 바로 하느님의 아들이라 고백하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과 피라 표현되는 인간적인 시선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알려주신 신앙의 눈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믿음의 고백인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베드로는 분명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었고, 신념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도 이러한 고백을 하는 베드로의 믿음을 칭찬하시며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신다고까지 약속하십니다.
그런데 상황이 갑자가 반전합니다.
베드로가 고백한 메시아..
바로 하느님이 보내신 그리스도가 고난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셨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당대의 지도자였던 원로들, 수석사제들, 그리고 율법학자들이
그 메시아를 고발할 것이고, 고난을 받게 해서 죽임을 당하게 한다는 예언이었습니다.
당연히 있을 수 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었기에
베드로는 예수님을 강하게 반대합니다.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믿음을 칭찬하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베드로에게 아주 강한 정반대의 표현을 하십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우리가 오늘 들은 복음은 여기에서 끝이 납니다.
그런데 마태오 복음 순서에 따르면
이 후 곧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예수님께서 당신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 친절히 가르치시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메시아인 당신께서 십자가를 지고 수난을 당하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 역시, 각자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길이
바로 신앙의 길이란 내용입니다.
즉,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 걸어가는 길은 영광과 축복만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유혹이 많이 따르기에 자기 자신을 버리는 십자가가 필요함을 말씀하십니다.
저는 오늘 복음을 바라보며 두 개의 단어가 계속 기억에 남습니다.
바로 열쇠와 걸림돌입니다.
베드로는 믿음이 큰 사람이었기에 하늘나라의 열쇠를 간직하는 축복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믿음이 자신의 인간적인 아집에 묶이면서
결과적으로 하느님 뜻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신앙인에게는 믿음이라는 말로 표현되지만,
좀 더 일반적인 말로 바꾸어 본다면 신념이나 확신이라는 말로도 대응이 가능 합니다.
신념, 확신, 믿음.. 베드로 안에서 보인 것처럼.. 이러한 것들은 사실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닫힌 문을 열고 새로운 길을 만드는 열쇠도 되지만,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 아닌 인간적인 뜻 안에 고정되면 분명 걸림돌이 되고 맙니다.
강한 확신과 강한 주장은, 그만큼 강한 배척이 되고 강한 거부가 되기에
열쇠가 아닌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어디까지가 열쇠가 되고 어디부터 걸림돌이 되는지
우리 스스로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누가 판단해주고 식별해 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한 사람 안에서도 열쇠와 걸림돌이 모두 존재하고
하루의 일상 안에서도 열쇠와 걸림돌은 반복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믿음과 신념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을 바라보며
예수님께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가르침을 남겨 주셨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표현을 “하늘의 뜻은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일만 생각하지 말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보고 싶습니다.
이 말은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무시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우리는 언제나 하늘을 향해 있어야 합니다.
개인의 경험과 기억이 너무나 강하기에 그것이 절대화 되어
하늘의 뜻을 가리게 되면 그것은 열쇠가 아닌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의를 추구하는 길..
공정을 되돌리는 길..
인간 존엄성과 노동의 가치를 세우는 길 안에도
인간적인 감정에 치우치고 유혹에 빠질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콜트콜택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바라며 이곳 농성장 현장에서 미사를 봉헌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하늘의 뜻을 찾는 사람들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올라오는 자기 합리화나 격한 감정에 치우쳐
하늘의 뜻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오늘 우리가 들은 이 말씀의 은총 안에서, 다시금 용기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새로운 마음으로 무장하며 가야 할 길을 두려움 없이 걸어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