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노동에세이 2019-02]

 태움은 관행적인 규율문화가 아닌 사라져야 할 악습입니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 담긴 일종의 은어입니다.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이나 따돌림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문화를 뜻한다고 합니다. 규율문화라고 말하기보다는 악습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태움은 끊임없이 문제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간호사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악습입니다.

지난해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던 박선욱 간호사, 올해 초 서울의료원에서 일하던 서지윤 간호사가 직장에서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병원에서,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3교대 근무에 넘쳐나는 초과근무, 환자의 생명을 다룬다는 책임감으로 인한 정신적 부담감 등, 안정되고 편안한 근무환경을 제공하여도 힘들 간호사들에게, 업무 외적으로 괴롭힘을 주는 환경은 그들을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습니다.

병원 노동자들이 겪는 일상의 폭력과 직장 내 괴롭힘은 간호사들의 잇단 죽음을 계기로 점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과중한 업무와 극한의 스트레스를 주는 노동환경에 변화가 생겨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져가지만 현장에서는 그 어떠한 변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3월 6일 근로복지공단은 故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이 “산업재해”라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서울아산병원 측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유가족에겐 사과 한 마디 없고, 故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이 개인의 성격 탓이라며 책임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간호사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과 병원 노동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함께 연대하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사람을 살리는 병원에서 다시는 죽음이 일어나지 않기를, 그리고 사람이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것뿐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극한의 노동환경이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