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을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
기업가들과 더불어 기업에 대하여 말할 때에는 분명히 노동조합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는 노동자들을 대표할 권리를 지닌 노동조합을 온전히 인정합니다. 최근 두 세기 동안 노동조합은 일터, 공장, 서비스, 농장이 더 인간다워지게 하는 데에 큰 공헌을 해 왔습니다.
오늘날 특히 서양 자본주의 세계에서 노동조합 운동이 계속 공동선을 위한 근본 역할을 전개하고자 한다면, 두 가지 시대적 도전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첫 번째 도전은 노동조합의 본질 자체, 곧 노동조합 본연의 더욱 참된 소명인 예언에 관한 것입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낯설게 여겨질 수 있지만, 노동조합은 어느 모로는, 앞서 강조한 사회의 예언자적 측면에 대한 하나의 표현입니다. 실제로 노동조합은 매번 생겨나고 또 다시 생겨납니다. 그리하여 노동조합은 성경의 예언자들이 했던 일과 유사하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대변하고, ‘신 한 켤레를 빌미로 빈곤한 이를 팔아넘긴 것을’ 규탄합니다. 또한 노동자들의 권리, 특히 가장 힘없는 이들의 권리를 짓밟는 권세가들과 투기꾼들의 가면을 벗기고, 외국인들과 가장 작은 이들, 사회에서 버림받은 이들을 옹호합니다. 노동조합 운동은 바로 예언자적 역할을 수행할 줄 알 때 자신의 가장 숭고한 본분을 이행한다는 것을 과거에도 현재에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조합은 이러한 자신의 소명을 잃을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문제를 제기하고 필요하다면 비판하거나 규탄해야 하지만 여느 제도들이나 권세가들과 너무도 비슷해져 그러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에서, 노동조합은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수많은 투쟁을 거쳤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함께 싸운 아군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고 결국 정치인이나 정당과 흡사해져 버렸습니다. 정치인이나 정당이 쓰는 언어를 사용하고 심지어 그들의 행동 수단과 방식을 모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노동조합들의 전형적인 관심과 비평의 차원이 없으면, 기업들 안에서 노동조합이 추진하는 사업들, 예를 들면 보건이나 교육 사업들도 효력을 잃어버립니다.
그 다음으로 오늘날 노동조합에 제기되고 있는 두 번째 도전이 있습니다. 바로 쇄신입니다. 예언자들은 망대에서 감시하는 파수꾼과 같습니다. 망을 보며 도시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파수꾼처럼 노동조합도 노동이라는 도시의 성벽 위에서 노동을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그 성벽 밖에 있는 이들의 권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노동조합이 성벽 안에 있는 이들만 보호하는 데에 그친다면, 곧 현재 일하고 있거나 이미 은퇴한 이들의 권리만 보호한다면, 노동조합은 사회 혁신의 본분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물론 현직 노동자나 은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지만 이것은 노동조합이 하는 일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노동자 보호를 위한 조직들의 소명에는, 아직 노동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보호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다시 말해서 노동조합은 실업자, 노동에서 배척당하고 있는 이들, 힘겹게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 민주주의 울타리 밖에 머물러 있는 이들의 권리도 수호하고 지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사회 정의 – 돈과 권력 P102-104
미켈레 찬추키 편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