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관안내
  • 오시는길
  • 후원안내
  • 문의하기
노동이슈

판단

  • home
  • 노동이슈
  • 판단

  • [Social Doctrine 2018-02]가톨릭 교회의 보조성의 원리 - 노조파괴 현실에 대한 소고
    • 등록일 2018-09-28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66
  • 가톨릭 교회의 보조성의 원리

    노조파괴 현실에 대한 소고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이주형 요한 신부

       

    □ 가톨릭 교회의 보조성의 원리

     

    어머니이신 거룩한 교회는 위대한 첫 사회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에서 보조성의 원리(라, principium subsidiarii officii. 영, principle of subsidiarity)를 처음 언급한 이래(새로운 사태 26항) 이 원리를 가장 중요한 사회교리의 원리들 중 하나로 강조하여 왔다. 그리하여 교회의 교도권은 인간의 존엄과 개별 공동체와 공동체 간의 온전하고 유기적이며 아무도 소외· 배제하지 않는 건강한 발전을 위해 보조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보조성의 원리란 “집단보다는 개인을, 상위 집단보다는 하위 집단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원리”로써 “한층 더 작은 하위의 조직체가 수행할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을 더 큰 상위의 집단으로 옮기는 것은 불의이고 중대한 해악이며 올바른 질서를 교란시키는 것”이다. 또한 이 원리를 바탕으로 하여 모든 상위 질서의 사회는 하위 질서의 사회들에 대하여 도움의 자세, 지원과 증진과 발전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나날이 복잡해져 가는 현대사회에서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모든 영역에서 특히 보조성은 상생과 공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리이다. 특히 갈등과 이해관계의 대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 모든 현안들은 보조성의 원칙 아래 대화와 협력이라는 방법으로 지켜져야 한다. 이런 가치와 정신에 대한 방향이야말로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온전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 국내 세계적 기업의 노조파괴 현실

     

    최근 국내 굴지의 거대기업이 현재 기업 내부 노조 와해·파괴 공작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미 몇 해 전 이에 대한 사회적 의혹은 일었으나 문건 출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수사가 중단된 이래 재수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참담하고 안타깝게도 여러 사실들이 이미 기업 내부의 문건들과(2013년 노사 전략 문건과 마스터플랜 기획 등), 관계 인사 및 증인들의 증언에 의해 백일하에 드러났다. 현재 검찰은 피수사 기업의 노조파괴 공작이 그룹 자체적으로 노조 설립을 ‘악성 바이러스 침투’라고 규정한 후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기획하여 노조 말살을 위해 의도적으로 자행한 조직적 범죄라고 결론 낸 상태이며 그 방법도 천태만상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업을 ‘Green화’ 하겠다는 그 문건의 기조 아래, 임금 삭감, 교섭 지연 노조해체 종용을 위한 협력 업체와 관련 인사에게 불이익 주기, 해고 후 재취업 방해와 온갖 불법 사찰 등이 그것이다. 더욱이 노조원의 개인적이고 사적인 부분들, 재무, 채무 관계와 임신 여부나, 이혼, 정신 병력 등 민감한 정보까지 감시 분석·사찰하여 이를 노조 파괴를 위한 협박의 수단으로 삼았다니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심지어 이 모든 것을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 보좌관 출신의 노조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노조 와해 전략을 자문받아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일사불란하게 실행하였다고 하니, 법과 제도를 잘 모르고 돈 없고 배경 없는 힘없는 사람들이 어찌 이를 감당할 수 있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비통하다.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자유경쟁을 중시하며 효율성과 생산성,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한다. 물론 경제성장을 통한 고부가 가치의 창출과 사회의 발전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 하겠으나, 자본주의는 자칫 생산과 부에 독점의 위험으로 인해 구조적인 불평등을 가중시킬 위험이 크다. 그러한 불평등은 필연 하부 사회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로 하여금 보호의 요청과 생존의 위기를 요구하는 사회적 호소와 목소리로 이어진다. 응당 그러한 약자들의 목소리는 우리 시대의 상처와 아픔으로 인식되어 함께 공론되고 해결 모색을 위한 첫 발걸음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반대로 해당 기업은 당면한 긴급한 경영상의 위기도 아닌데 기업의 무한한 재력(財力) 쌓기를 위해 그렇게 절망적인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인가? 그리고 그러한 처사를 올바른 기업 경영이라고 생각한다니 이것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가?

    그리고 잘 알려진 바처럼 현재 국내 고용동향은 점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또한 모바일을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고용과 채용이 이루어지는 플랫폼 노동이 급증하고 있다. 음식을 배달, 택배, 가사제공, 전문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노동이 지금도 곳곳에서 양산되고 있다. 문제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플랫폼 노동이 미조직화된 경우가 많고 따라서 노동 환경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해 안전장치의 부재와 법적인 사각지대의 노출이라는 심각한 노동 기본권 문제를 야기하므로 이에 대한 정부를 포함한 사용자와 기업, 시민사회단체의 범사회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이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라는 곳이 고용을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노조말살과 파괴라는 행위로써 법치를 훼손하고 고용동향을 어지럽히고 있다니 이는 정녕 부끄러울 뿐이다.

     

     

    □ 돈이 신이 되었다!

     

    옛 중국 서진 시대의 문신이자 학자였던 노포는 자신의 저서 전신론(錢神論)에서 돈을 신에 비유하며 그 당시 만연했던 화폐 권련과 배금주의에 경종을 울렸다. 여기서 그는 "돈은 귀가 없지만 귀신을 부릴 수 있다(錢無耳 可使鬼)"고 하며 세상과 사회를 어지럽힐 수 있는 돈의 위력,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헌법에 명시된(헌법 33조) 노동삼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 행동권만 보더라도 노조를 조직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극히 합법적이고 상식적인 처사이다. 그런데 헌법까지 무시하며 노조 조직을 말살하고 제거하려 한 그 힘센 기업의 작태를 무엇으로 간주해야 할까? 상위그룹의 조직과 기업들이 아래의 애처로운 목소리를 사전 차단하고 분쇄하려 했다는 그 비극적인 사실은 기업이 사람을 마치 원료에 기계에 넣고 갈아서 돈을 벌어들이고 그 번 돈을 세상과 사회에 공정하게 주지 않은 채 다시 빨아들이는 “맘몬(영 mammon)”에 불과했음을 상상하게 한다. 결국 맘몬(재력이나 귀신 등 다의적으로 해석 가능)에 홀려 그리한 것인가? 그렇게 뭔가에 홀려버린 대기업이 국가 경제를 끌어가는 이 나라에 어떻게 희망은 바로 설 수 있는가?

  •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