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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인텍 고공농성 연대미사 강론
    • 등록일 2018-01-30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486
  • 연중 제 4주간 월요일  2018. 01. 29.   파인텍 고공농성 연대미사  강론

    정수용 신부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찬미예수님...

    그 어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아침기온이 몇 도인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즘입니다.

    예전에는 삼한사온이라 해서 며칠 반짝 춥고, 다시 기온이 풀렸는데,
    요즘은 그 말도 무색해질 정도로 기약 없는 맹추위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일기 예보에서 한파가 언제쯤이면 끝난다는 뉴스가 나와도
    그러한 뉴스 때문에 실재로 기온이 단 1도도 올라가는 것이 아님을 잘 알지만,
    그래도 이 추위가 언제쯤 끝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으면
    우리는 그나마 한파를 견디기 수월해집니다.

    그런데 올 해 추위는 지난주도 영하 10도,
    이번 주도 영하 10도.. 도무지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기에 더 춥게 느껴집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날씨 속에서도
    이렇게 희망이 없을 때, 무엇인가 기대할 수 없을 때,
    우리의 지루함과 불안감은 더욱 배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한파의 혹한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조급해지는 마음을 내려놓고 긴 호흡으로 바라보면, 분명 이 한파는 끝날겁니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2018년의 첫 달도 지나갈 것이고, 그렇게 2월이 되고 3월이 되면
    세상은 거짓말처럼 변하게 됩니다.

    죽은 것처럼 보이던 검은 가지에서 여리고 푸른 싹이 돋아날 것이고,
    딱딱하게 얼어버린 땅을 뚫고 푸성귀들이 자라날 것입니다.

    그렇게 한파는 물러갈 것이고 봄이 성큼 다가오는 것은 아무도 막지 못합니다.

    그런데.. 과연 한파와 달리, 저 굴뚝 위의 형제들은 언제쯤 땅을 밟고 내려올 수 있을까요?

    우리가 느끼는 이 추위보다 몇배는 더 심한 혹한을 저 위에서 보내는
    형제들의 추위는 언제쯤 끝나게 되는 것일까요?

    오늘 우리는 누구나 누릴 수 있고 누려야 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날을 희망하며

    오늘로서 79일째 고공농성장 75m의 굴뚝에 스스로를 가둔 파인텍 지회 소속,
    홍기탁, 박준호, 차광호, 김옥배, 조정기...  이렇게 다섯 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경북 구미에 자리를 잡았던 한국합섬이란 회사가 폐쇄한 때부터
    이들의 긴 투쟁은 시작되었습니다.

    2011년 스타플랙스는 한국합섬을 인수해서 스타케미컬로 회사이름을 변경합니다.

    그러나 스타케미컬 역시 1년 7개월만에 다시 문을 닫고 폐업철차에 들어갑니다.

    인수자금의 두배가 넘는 공장 땅값은 분할 매각처리 되었고,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으로... 정리해고로 길거리에 나 앉게 됩니다.

    전형적인 먹튀로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2014년 5월부터 한 노동자가 굴뚝에 올라 해고의 부당함을 외쳤습니다.

    그렇게 408일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싸운 끝에 공장 문을 닫고 공장 부지를 팔았던 스타케미컬은
    고용승계, 노동조합승계, 단체협약승계의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끝까지 해고의 부당함을 외친 이들이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회사 이름은 스타케미컬에서 파인텍으로 바꾸었고
    구미에 있던 공장을 충남 아산으로 옮겼지만,
    회사의 약속을 믿으며 이들은 다시 공장을 가동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았다.. 합니다.

    그래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회사를 상대하기 너무나 벅찼고
    이제는 다섯 명 밖에 남지 않는 이들은 하는 수 없이 지난해 11월 12일 다시 굴뚝에 올랐습니다.
     
    본사가 있는 목동 방송회관이 내려다보이는,
    이곳 목동열병합발전소 굴뚝 옥상에 두 번째 고공농성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도 해를 넘겨 벌써 오늘로 79일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악령 들린 사람 하나를 치유해주십니다.

    갈릴레아 호수 주변을 다니시던 예수님께서 어느 마을에 들리셨는데,
    그 마을에는 악령이 들린 사람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는 마을에서도 골칫거리로 난동을 부리고 괴성을 지르며 사람들을 괴롭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니,
    그 사람 안에 있던 악령이 예수님을 알아보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예수님께서 악령을 꾸짓으시며 그 사람에게서 나올 것을 명령하시자
    악령은 자기를 쫓아내지 말라며
    그 대신 산쪽에 있는 돼지 떼 속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청합니다.

    이제 그 사람에게서 빠져나온 악령은 돼지 떼 속으로 들어가는데
    더러운 영이 들어간 돼지들은 날뛰기 시작했고 비탈길을 내리 달려
    인근 호수에 빠져 죽었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를 지켜본 사람들의 반응이 의미심장합니다.

    마을의 고민거리이고 걱정거리였던 악령 들린 사람이 치유되었는데,
    사람들은 이를 두고 기뻐하거나 고마워하기는커녕 의외의 반응을 보입니다.

    바로 그 마을에서 예수님께서 떠나줄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예수님이 머물면서 일어난 일련의 일들..
    특히 돼지 떼가 수난을 당한 것에 따라 자신들의 삶에 손해가 나자
    경제적 불이익을 참지 못하고 외면해 버리는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다른 이웃의 고통을 바라보며 공감하기 보단
    나에게 이익인지 손해인지를 먼저 따져보고
    손해가 끼칠 경우 예수님이라 할지라도 마을에서 쫓아내버리려는 마음이었습니다.

    사실 각박한 도시의 삶에서 우리 역시도 이러한 마음에 빠져들 때가 있습니다.

    외면하고 싶은 마음, 관여하게 되면 피곤해질 것 같은 마음에
    우리도 눈을 감기도 하고 고개를 돌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고 잠깐의 관심이라도 이렇게 연대할 수 있을 때,
    그 때 타인의 고통... 시대의 아픔은 멈출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우리의 방문이 짧은 방문이고,
    우리의 방문으로 이 문제가 내일 당장 해결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지금 이 순간 함께 추위를 느끼며 연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기도의 힘으로 하루빨리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 위 하늘의 형제들도, 그 형제들을 애타게 바라보며 뒷바라지하는
    땅위의 동료들에게도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하루빨리 돌아오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사회적 약자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연대하는 마음으로
    관심의 끈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최상의 가치라는 잘못된 악령에 사로잡힌 이 시대가
    하루빨리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의 관심을 놓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 첨부파일
    축IMGP087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