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관안내
  • 오시는길
  • 후원안내
  • 문의하기
노동이슈

판단

  • home
  • 노동이슈
  • 판단

  •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와 함께하는 성탄 낮 미사 강론
    • 등록일 2017-12-28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478
  •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  2017년 12월 25일
    세종로 공원 콜트콜택 해고자 농성장

    강론 :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

     

     

    찬미예수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강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주변 분들과 같이 성탄 축하 인사를 나눌까요?
    본당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지만 같은 신앙 안에서 지붕 없는 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달려온 서로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월요일이지만, 일요일 같은 월요일입니다.
    어제 본당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늦은 시간까지 봉헌하시고 이 자리에 오신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일정으로 성탄 밤 미사는 참여하지 못하고 오늘 낮 미사를 봉헌하려 일찍부터 서두르신 분도 계시겠지요. 여러분 모두에게 성탄의 기쁨이 가득한 하루이길 함께 인사드립니다. 특히 여러 고통과 고민 속에서 성탄을 맞이하시는 분들에게 아기 예수님의 평화가 더욱 함께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성탄은 늘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성탄절이 많은 사람들에게 축제로 인식된지 오래입니다. 먹고 마시는 흥청대는 자리거나, 아니면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주고받는 과도한 소비로 예수님 탄생의 의미가 가려진 지 오래입니다. 도시는 더욱 화려해지고 상점과 대형마트는 우리에게 더욱 화끈하게 지갑을 열 것을 주문합니다. 얼마 전 들은 이야기로 크리스마스이브 날 연인들은 데이트를 하며, 모텔방을 구하지 못할 정도라 합니다. 예수님 성탄 때 베틀레헴에 마리아와 요셉 부부가 가난 때문에 묵을 방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그분의 탄생을 기억하는 12월 24일 밤도 전혀 다른 이유로 여관방을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구세주의 탄생, 하느님의 강생을 기억하는 거룩한 날에 그 의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예수님이 탄생하신 순간에도 구세주의 탄생은 세상에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신비로운 별은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늘 높이 떠올랐지만, 그 별의 의미를 알아본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천사들은 밤을 새워가며 다른 이들의 양을 대신 지켜주는 일을 해야 했던 가난한 목동들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줍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있던 목동들은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그 일,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봅시다.”하고 말합니다. 그리고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와 마리아, 요셉 부부를 찾아 인사를 전합니다. 목동들은 아기에 관해 천사에게 들은 말을 가난한 신혼부부에게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천사가 자기들에게 말한 대로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해 놀라워하며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렇듯 예수님 당시에도 구세주의 탄생을 알아보고 기뻐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잠들어 있던 때, 깨어 그 영광을 지켜본 이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 바로 가난하고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목동들 뿐이었습니다.

     

    오늘도 비록 성탄의 의미가 흥청대는 파티나 소비주의로 왜곡되어버리기에 구세주께서 우리를 먼저 찾아오신 성탄의 의미를 기억하기 어려워지지만 구유 곁을 지킨 목동들의 마음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성탄은 크고 화려하고 힘세고 높은 것을 기억하는 날이 아니라 작고 소외되고 초라하고 낮은 것을 바라보게 해줍니다. 세상의 창조주이신 말씀께서 피조물이 되신 것이고 한 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하셨던 그 말씀께서 가장 작아지신 것입니다. 만물의 주인께서 살짝 스치기만 해도 상처를 입기 쉬운 너무나 연약한 아기가 되신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성탄은 신비입니다. 그리고 그 신비는 양 주인에게서 아르바이트비를 받으며 어둠과 추위 속에서 양을 지켜야 했던 야간 비정규 노동자인 목동들에게 먼저 드러났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잊히고 외면당한 사람들에게 성탄의 신비가 제일 먼저 선포된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미사를 봉헌하는 이 곳에 눈바람을 막기에 너무나 초라해 보이는 몇 동의 천막 몇 개가 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이 나라 권력의 중심지였던 광화문과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입니다. 우리가 서 있는 곳 뒤로는 조선왕조 500년의 중심을 이룬 경복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의 관저가 있었던 곳이고, 이 곳은 해방 후 경무대로 불리다가 지금은 청와대가 되었습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국의 대사관이 우리가 앉아 있는 길 건너편에 있고 하루에도 수십 대의 검은 세단이 들락거리는 세종로 정부종합청사가 바로 지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은 수백 년 우리 역사 안에서 명실상부한 힘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곳에서 오늘 성탄 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그 높고 화려하고 큰 것을 바라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늘 우리는 부당한 해고로 햇수로 11년째 거리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정의로움을 호소하는 콜트콜택의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성탄을 기억하려 이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마치 말씀이 사람이 되어 오신 기쁜 소식이 목동들에게 먼저 울려 퍼졌듯이 부당한 해고에 맞서 힘겨운 목소리를 외치고 있는 이들에게도 하루빨리 기쁜 소식이 전해지길 바라며 성탄의 신비를 함께 묵상하는 것입니다. 더 큰 이익에 탐욕을 부린 이들로 인해 잘못된 정리해고를 당했고, 그렇게 잘못된 법과 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4000일을 넘게 싸우고 있는 이들과 구세주 강생의 신비를 기억하려 이 곳에서 성탄을 보내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성탄을 기념하며 가장 높으신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오셨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분은 크고 힘세고 화려한 이들을 위로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작고 잊히고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이들을 만나러 태어나셨습니다. 그래서 구유에서 태어나셨고, 한 생을 머리 둘 곳 조차 없는 삶을 사셨으며 언제나 가난한 이들의 벗이 되어주셨습니다. 그분은 마지막 순간도 당신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내어주셨습니다. 그 그리스도의 강생을 기억하며 축하하는 우리 역시도 낡은 천막 옆, 차가운 바닥 위에서 불의를 고발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이들과 연대하며 성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이 날을 더욱 화려하게 기억하고 크고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파티로 여기지만, 우리는 주님 강생의 참된 의미를 기억하며 그 신비를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타인을 경쟁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웃으로 바라보고, 내 말을 먼저 외치기보단 그들의 이야기를 시간 내어 들어주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분노하며 서로의 손을 잡아줄 때, 주님께서 먼 곳에서 우리를 만나기 위해 사람이 되어 찾아오신 것처럼... 우리도 다른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둠과 그늘 밑에 있는 우리를 만나기 위해 찾아오신 주님께서는 시대의 탐욕으로 아파하는 모든 이들을 주님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그 주님을 알아 뵙고 만나기 위해 믿음으로 길을 나선 목동들을 기억하며 우리도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일어나 소외된 이웃 곁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왔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 첨부파일
    콜텍01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