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더디고 이름뿐인 정규직화…최대 파업 불렀다
변곡점에 선 비정규직 정책
광화문 광장서 전국노동자대회…5만3000명 참석</b>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총파업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차별 해소,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어올리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총 추산 5만3000명이 참가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1호 국정과제’로 자회사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고용불안 등 여전
급식·청소 차질에도 시민들 차분…이인영 “공안·편견의 시각 거둬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일 파업에 돌입했다. 비정규직 파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고 올 들어 열린 가장 큰 집회였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 정책인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의 역설이라 할 만하다.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일자리 차별과 불안정한 고용을 개선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표방했지만 노동자들은 더 큰 양적·질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정부 노동 정책의 속도와 방향, 체감도에서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민주일반연맹 소속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전국 사업장에서 파업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서울 광화문 집회 참여자를 5만3000명으로 추산했고, 고용노동부는 2만6000명이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국공립 학교 일부에서 대체급식이 이뤄졌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행정기관 및 산하기관의 청소·시설관리 등 업무가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불편을 감수하자”며 동조의 뜻을 비치기도 했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노동 존중 사회’를 국정의 주요 축으로 삼아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공안과 편견의 시각을 거두면 새로운 포용과 공존의 길이 보인다”며 “거기서부터 저임금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우리 모두 함께 보듬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 현안을 능동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1호 국정과제’인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여전히 무늬뿐’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양적 측면이 그렇다. 정부는 공공부문에 85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무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집권 이전 23만명의 무기계약직에 지난달까지 고용형태가 전환된 18만2584명을 합해도 절반에 못 미친다. 정부 목표대로 2020년까지 2만여명의 추가 전환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42만명은 비정규직으로 남는다. 특히 민간위탁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20만명은 전환 여부를 기관별로 자율 심의토록 하면서 사실상 정규직 전환의 길이 막혔다. 인천 남동구청에 소속돼 있던 다문화방문지도사들은 도리어 지난달부로 민간위탁업체 소속으로 전환되는 퇴행을 겪었다. 지자체의 환경미화원들은 “같은 청소를 하는데 구청 청소노동자는 전환이 되고, 거리 청소를 하는 우리는 왜 전환이 안되느냐”고 묻는다.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기에는 속도와 방향 모두 역부족인 셈이다.
전환 방식의 문제도 있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명제와 달리 비정규직 대다수는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으로 이름만 바뀌었다.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시절의 ‘고용불안정’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노동자만 공공기관 40여곳에서 약 4만명에 달한다. 한국도로공사는 1·2심 법원의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판결에도 자회사 전환 방식을 고집한다. 결국 이를 거부한 요금수납원 1500명이 해고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등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학교비정규직들은 ‘9급 공무원 80% 수준 임금’을 요구한다. 무기계약직 또는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들이라고 해도 정규직과 달리 책임 있는 사용자와 임금을 두고 교섭할 권한이 없다. 사용자로 교섭에 나선 부처·공공기관, 자회사는 “예산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처우 개선의 여지가 없었던 파견·용역 노동자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불완전한 정책으로 최소한의 발언권마저 빼앗겼다”는 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항변이다. 이효상 기자
* 출처 : 경향신문 2019. 7. 4
* 해당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7040600035&code=94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