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특별기획

노동현장의 목소리

콜트콜텍 ②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투쟁연대기(1)

정윤희 작가(문화연구자)

 글을 쓰는 오늘은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이 길 위의 투쟁을 시작한 지 4127일째 되는 날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시간 그 이상으로 노동자들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나는 문 닫은 콜트악기 공장 안 칠흑 같은 어둠과 햇빛 한 줌 겨우 비추던 그 좁은 창을 잊을 수 없다. 박영호 사장은 창문이 크면 노동자들이 일에 집중 않고 딴생각한다며 공장의 커다란 창문을 판넬로 막아버렸다. 그는 가부장적 온정주의에 기대어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어려우니 월급을 깎고 충성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노동자들을 밤낮없이 일하는 기계로 취급했을 뿐이다. 숨 막혀버릴 것 같은 높은 실내온도와 쾌쾌한 공기, 나무와 쇠의 분진을 막던 얇은 천 소재의 마스크, 생산을 독려하는 슬로건, 관리에 용이한 공간배치, 그리고 업무에 따라 노동자들의 몸에 새겨진 상이한 신체의 상흔들… 공장은 노동의 전 과정에서 집중적이고 집요하게 이루어졌다. 자본에 의한 착취의 기표로 가득 차 있었다.

 몇 주 전, 투쟁 12년이 되는 날 노동자들에게 지금 회사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한 적이 있다. 노동자들은 교섭 자리가 열려야 하고 반드시 그 자리에 박영호 사장이 참석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회사가 문을 닫기 전 박영호 사장은 임금을 깎고 구조조정을 강행하면서도 회식 자리에서 “나는 이미 나이 30대에 자손의 자손까지 다 먹을 것을 다 벌어 놓았다” 고 재산을 자랑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노동자들의 마음은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의 독단은 변함이 없어, 부당해고 이후 12년이 지나도록 몇 번 없었던 교섭 자리에 나온 적이 없다. 그리고 자신을 비판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수많은 사람의 부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내 언론을 통해 인도네시아 등 해외공장을 운영하며, 기타 100만 대와 앰프 30만 대를 생산한다고 자랑한다. 이러한 생색내기 치적을 보고 있자면 기가 찰 노릇이다. 박영호 사장은 콜트 문화재단을 통해 기타를 기부하거나 경연대회를 열어 “소외된 사람들이 기타를 익히고 연주하면서 삶이 풍요로워졌으면 합니다."라고 얘기하며 생색을 내고 스스로 그 일을 치적한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자본가인 그 개인을 미워하는 것으로 그칠 일은 아니다. 콜트악기는 중소규모일지라도 초국적 기업의 행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왜냐하면 콜트악기는 아시아 지역에 경제적·문화적 식민화를 초래하며 빈곤과 착취를 통해 자본축적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콜트가 단순히 노조가 경영에 간섭하는 것이 싫어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콜트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초국적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추구의 원칙에 의해 문을 닫았다. 그리고 이 원칙을 앞세워 구조조정과 부당해고를 강행할 수 있었고, 한국의 공장을 폐쇄했다. 이후 콜트는 값싼 인건비와 수월한 원자재 수급, 귀한 일자리, 쟁의 행위가 어려운 현지 상황 등 모든 사회·문화·지리적 조건을 고려하여 인도네시아 공장에 집중했다. 나는 2014년 비공식적으로 만난 인도네시아 콜트악기 공장 노동자들의 경험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도 악명 높은 노무관리와 인사관리가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투쟁의 시간이 지날수록 심신이 지치고 아픈 노동자 들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다. 자본주의에서 자본가에 의한 전횡적 노동착취는 수 세기 간 지속되어 왔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콜트 노동자가 싸워온 12년의 투쟁이 과하다고 말하는 이들 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난하게 투쟁해온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의 존재와 실천에서 의미를 찾는다. 김경봉, 이인근, 임재춘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 밴드의 노랫말 속에 그리고 방종운 지회장이 집요하게 모은 서류 더미와 함께한 사람들의 기억과 삶 속에서 힘겨운 투쟁의 역사가 기록되었다. 이것은 세상을 변하게 하는 거름이 될 것이다.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은 올해 인도네시아 원정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그들에게 박영호 사장을 국제적으로 망신 주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그전에 인도네시아의 콜트 노동자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전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콜트 노동자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고 한다. 그간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원직복직의 요구를 넘어 자본에 착취당하는 노동자의 입장에 대해 많은 문제 제기와 보완을 요구했다. 그들은 노동자 스스로 힘을 길러 자본에 대항하기를 바랐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는 동지 이전에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이다. 그들 덕분에 함께 밥을 먹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힘들 때 찾아가 이런저런 수다도 떨고 게임도 할 수 있는 편한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것은 혼자 있을 때 나약한 나에게 용기의 씨앗이 되어 주었다.

* 출처 : 빛두레 제1378호 2018. 6. 10

* 해당원본 : http://www.sajedan.org/sjd/bbs/board.php?bo_table=sjd05_07&wr_id=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