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선진국보다 10년 더 일해야하는 한국
한은 OECD 자료 분석…남성 유효은퇴연령 72.9세, 은퇴 후 단기·임시직 재취업 비중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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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어르신이 피를 피해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
# "제가 택시운전은 처음이라 길을 잘 모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영업부장으로 일했던 김 모 씨는 2년 전 임원 승진을 앞두고 퇴직했다. 명예퇴직을 신청해서 퇴직금을 꽤 받았지만, 노후 대비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를 선택한 게 화근이었다. 근처 우후죽순 생겨나는 동종업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웠다. 폐업으로 2년 만에 퇴직금 대부분을 날린 김 씨는 여기저기 일자리를 수소문한 끝에 법인택시 운전기사를 선택했다. 그는 손님이 행선지를 말하면 이렇게 양해를 구한 뒤 내비게이션을 누른다.
퇴직 후 생계 문제로 원치 않게 구직시장에 내몰리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세계 최상위권인 한국 고령층 취업률의 씁쓸한 이면이다. 특히 우리나라 고령층은 노후준비가 제대로 안돼 미국, 유럽 선진국보다 10년 이상 일을 더 해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은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유효은퇴연령'은 72.9세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65.9세), 영국(64.1세), 독일(62.7세), 프랑스(59.4세), 이탈리아 (61.4세), 스페인(62.2세) 등 주요 선진국보다 6~10년 더 긴 것이다.
'유효은퇴연령'이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빠져 더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나이로 실질적 은퇴시점을 의미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노인들은 일을 더 오래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1.3%로 OECD 34개 회원국 중 아이슬란드(36.2%)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55세 이상 고용률도 48.1%로 미국(38.4%), 영국(30.6%), 독일(29.7%), 프랑스(21.6%) 등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우리나라 고령층은 낮은 연금수급률,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상태에서 노후대비 미흡에 따른 비자발적 노동이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찾는 사례가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이는 고령층 소득보장 지원이 부족한 현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금의 사회안전망 지원 수준은 평균소득대비 6%에 불과해 주요국 중 가장 낮은 미국(17%)보다도 크게 낮다.
문제는 고령층이 재취업하는 일자리 '질'도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경기침체로 양질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본인의 전문성을 살리기보다는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임시직, 단기직에 몰려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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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고령층 임시직 비중은 41.3%로 미국(3.9%), 영국(5.8%), 독일(3.9%), 프랑스(9.4%), 이탈리아(5.9%), 스페인(10.4%)보다 높다. 근로기간 6개월 미만 단기직 고용 비중도 25.4%로 2~5%대인 주요국보다 높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지난해 한국 노인 자살률은 10만명당 58.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우리나라는 인구구조 변화로 향후 급격한 고령화가 예상된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은 2050년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비중)이 37.4%로 일본, 스페인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을 전망이다.
한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장 구조, 연금제도, 고용정책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선 노동시장 구조와 관련해선 고령층 고용비용 부담을 낮춰 법정 정년까지 고용을 지속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례로 독일처럼 은퇴 후 자발적인 시간제 근로를 활성화하면서 급여 등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수급연령은 상향 조정하되, 저소득층과 비정규직 등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고 특히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주택연금, 농지연금 등을 확대해서 실질 연금수급액을 보완하는 방향을 권고했다.
고용정책 측면에서는 독일, 영국 사례를 참고해 고령층의 기술수준, 직무숙련에 따른 고용서비스 제공과 다양한 직업훈련 및 교육으로 개인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은은 앞으로도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관련한 정책 보고서를 계속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앞서 이주열 총재가 공언한 정책 방향성과 맞물려 있다. 이 총재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 최대 과제"라며 "이 문제를 집중 연구하고 있고 그 결과를 내년(2017년) 1~2분기 중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머티투테이 2016. 11. 27
* 해당원본글 :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6112710301186234&outlink=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