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원 유족 청와대 앞 108배 경찰이 가로막아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가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다 효자파출소 앞에서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시민대책위 제공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수 문중원씨의 유족이 28일 청와대 앞에서 농성장 강제철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려다 경찰에게 제지당했다. 유족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항의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108배를 진행하려고 했다. 이들은 청와대 부근 효자파출소 앞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에 가로막혔다. 경찰은 “108배는 기자회견으로 보기 어렵고 미신고 집회에 해당해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막아야 한다”고 했다. 집시법상 청와대로부터 100m 이내는 집회가 금지되지만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는 허용돼왔다.
시민대책위는 “집회가 아닌 기자회견인데 경찰이 막으려 억지를 부린다”며 “힘없는 사람들이 호소하려는 108배까지 막으려 하냐”며 항의했다. 문씨 아버지 문군옥씨(71)도 “자식의 시신을 광화문에 두고 왔는데 이렇게 막고 있는 것이냐”며 “108배를 안 하겠으니 들여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대책위는 이날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에게 전달한 서한에서 “폭력 철거와 인권 침해를 보며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문 대통령에게 항의한다”고 했다. 전날 서울 종로구청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한다며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대책위 천막 1개동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해 강제 철거했다. 문씨를 추모하는 시민분향소 천막과 문씨의 시신이 실린 운구차 천막은 철거하지 않고 유족이 숙소로 사용하는 천막만 철거했다. 문씨의 부인 오은주씨(37)는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시민대책위는 서한에서 “장례를 치르지 못한 시신이 있는데 이를 관리하는 천막을 없애라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철거 당일의 모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유족에게 물대포를 쏘고 연행하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행정대집행이 유족과 시민에 대한 폭력 허가가 아닌데도 철거용역은 최소한의 안전조치나 인권 기준도 없이 폭력적으로 행동했다”고 비판했다.
부산경남경마 기수협회 소속이었던 문씨는 지난해 11월2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서 한국마사회의 승부조작과 뇌물 관행 등을 고발했다.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지난해 12월27일 정부서울청사 앞으로 문의 시신을 옮기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여왔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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