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애슐리, 자연별곡 등 다수의 유명 외식업체를 보유한 이랜드그룹이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을 고의로 떼어먹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병인 '알바노예', '열정페이'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 감독결과 연차수당 미지급, 꺽기, 강제조퇴 등 편법 인력운영이 애슐리뿐만 아니라 이랜드가 보유한 외식업체 360개 매장에서 대부분 관행처럼 자행됐다.

대표적인 예로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 매출 1위인 애슐리는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을 체불하고 휴식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등 노동관련법을 전방위적으로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예를 들면 평소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교육을 명목으로 10분씩 일찍 출근시켜 바로 업무에 투입하거나 근무시간 기록을 15분 단위로만 기록하는 소위 '꺾기'를 통해 일을 더 하고도 임금을 체불한 사례가 많았다.

근로기준법상 1년 미만의 근로자라도 1개월 개근하면 연차휴가를 1일 주도록 하고 있지만 제공하지 않은 것은 물론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노동력을 착취했다. 4시간마다 30분씩 부여하도록 한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연장근로를 하게 될 경우 근로계약시 정한 임금의 50%를 가산하도록 한 법망(기간제법)을 교묘히 피하기 위해 일부러 근로시간을 1시간씩 많이 계약하는 꼼수를 부렸다. 아르바이트생을 조퇴처리시켜 놓고 필요에 따라 30분이나 1시간씩 일을 더 시켜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런 유형의 편법 인력운영은 이랜드 계열 외식업체에서 동일한 수법으로 나타났다. 노동부가 이랜드의 21개 외식 브랜드 360개 전(全) 매장으로 근로감독을 확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지 일부 개별 매장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한 법 위반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지침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른바 '알바노동' 착취가 악의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밖에 볼 수 밖에 없다는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이랜드 기획근로감독에 참여한 노동부의 한 사무관은 "대기업에서 연차수당 제도를 모를리 없고 한달간 만근하면 연차를 하루 주는데 그걸 안 줬다면 대기업이 몰라서 안 줬겠냐"며 "15분 단위로 근무시간을 계산해 임금을 안 준건 악의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해서도 근로감독을 실시한 바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대기업이 이런 실정인데 중소프랜차이즈에서도 비슷한 수법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알바 노동착취는 영업이익으로 이어지면서 이랜드가 외식업계의 맏형격으로 우뚝 서게 된 계기가 됐다.

한국신용평가의 '이랜드 그룹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이랜드 그룹에서 외식업을 맡고 있는 이랜드 파크의 영업이익 총액은 2013년 190억원, 2014년 100억원, 2015년 –190억원 등 3년간 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용부가 산정한 체불임금총액 83억원은 영업이익총액의 83% 수준이다.

지난 3년간 이랜드 파크의 영업이익 대부분이 단시간 근로자 등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임금체불에서 나온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업계 선두 경쟁에 나선 이랜드가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대신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을 쥐어짜서 이익을 냈다는 지적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랜드 관행은 사실상 외식업계 전체의 관행"이라고 지적하고 "애슐리 등 이랜드 외식사업부가 아르바이트 임금 떼어서 업계 1위가 됐다는 것이 바로 청년 노동의 현실"이라며 "이랜드는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그룹 차원에서 사과하고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매년 임금, 최저임금, 서면근로계약 여부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근로감독이 실시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인 저임금 노동력 착취는 쉽게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르바이트생의 대부분이 대학생이나 중·고등학생처럼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연령대가 낮은데다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이라는 점이 노동인권 사각지대가 사라지지 않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아르바이트생들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없어 레스토랑이나 카페, 편의점, 패스트푸드 등 프랜차이즈 업체의 일자리를 찾게 된다.

그러나 상당수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아르바이트생이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들어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거나 혹은 사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고 야간수당을 미지급하는 등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가 끊이질 않는게 현실이다.

노동부가 2014년까지 실시하던 청소년·프랜차이즈 집중근로감독이 느슨해진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노동부는 2010~2014년까지 연간 1500개에서 많게는 6700개소의 청소년고용사업장에 대해 실시하던 방학중 집중근로감독사업을 2015년부터 실시하지 않고 여성가족부 사업으로 넘겨 진행하고 있다.

노동부 주관 집중근로감독이 폐기됨에 따라 근로감독 후 프랜차이즈 본사에 해당 가맹점들의 법위반 내역을 통보하던 후처리 사업도 폐기됐다.

청소년고용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은 지난해부터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청소년 근로보호 점검'으로 통합 실시되면서 1년간 감독업체 수도 438개로 현격히 줄었다. 점검결과, 법령위반은 287건으로 나타나 관계법령 위반율도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혈경쟁'으로 불릴 만큼 외식업계의 동종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환경도 알바노예를 양산하는데 한 몫한다.

애슐리가 단기간에 뜬 배경도 다른 업체에 비해 런치메뉴 등의 식사비용이 상당히 저렴하다는 점이 꼽힌다. 결국 "저렴한 식사비를 메꾸려면 인건비로 땜빵한다"고 노동계는 우려한다.

최강연 공인노무사는 "프랜차이즈산업이 상당히 노동집약적인 산업인 것과 다름없다"며 "고퀄리티 서비스 외식업체 산업으로 보이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인건비로 남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최 노무사는 "프랜차이즈업체의 고용형태가 아르바이트 형식이고 청소년이나 대학생 1,2학년처럼 비교적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학교에서 기본적인 노동인권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한 상태로 사회에 나왔기 때문에 임금체불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알바생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목소리를 내는게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 프랜차이즈업계에 대한 근로감독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