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학습지 교사, '대납'하게 만드는 회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학습지 교사의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13시간이라는 많은 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지 교사는 보통 하루에 10가구 정도를 방문하는데 회원 한 명이 2~3개 과목을 수강하는 경우가 많아 한 가정당 30~45분 정도가 소요된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학습지 교사는 1주일 3회정도 오전에 사무실로 출근해 교육을 받는다. 따라서 가정방문은 오후1시께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근무가 끝나는 시간은 오후 9~10시가 보통이며 늦는 날에는 오후 11시가 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오랜시간 근무를 하지만 학습지 교사들이 받는 월수입은 150만 원으로 집계됐다.

물론 학습지 교사의 특성상 수입 및 업무량은 교사마다 큰 차이를 나타나지만 각 회사별 교사 1명이 일주일동안 가르치는 과목 수를 토대로 월수입을 계산하면 월 130만~250만 원 정도로 나타났다. 

학습지 한 과목은 3만3000~3만5000원인데 학습지 교사들은 회사별로 책정된 수수료율에 따라 수입을 얻는다. 

학습지 교사의 수입과 직결되는 수수료율은 실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되는데, 회원이 탈퇴하는 등 실적이 좋지 않으면 받을 수 있는 수수료율이 낮아진다. 특히 대교의 경우 퇴회 회원 수를 점수화시켜 학습지 교사들이 받는 수수료를 깎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4년까지 학습지 회사는 퇴회 회원이 발생할 경우 학습지 교사에게 그에 따른 손해를 모두 떠넘겼다. 만약 1명이 퇴회를 해 3만5000원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 교사에게 지급하는 금액에서 그만큼의 금액을 제한 것이다. 

하지만 학습지 교사들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학습지 회사들의 이와 같은 '정책'은 사라졌지만 또 다른 방법으로 손해를 교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학습지 교사들은 퇴회 회원이 발생하더라도 즉각 수수료가 깎이지 않는다. 대신에 퇴회로 발생한 손해를 누적해 교사가 그 누적된 손해를 뛰어넘는 수익을 발생시킬 때까지는 실적이 아무리 증가하더라도 그만큼의 수수료를 1%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즉 회원 5명이 퇴회를 해 17만5000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면 교사는 신규회원 모집 등을 통해 17만5000원이 넘는 수익을 얻은 후에야 추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상당수의 학습지 교사들은 퇴회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고 '대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중에는 회사의 규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대납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습지 교사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 '대납' 

학습지 회사별로 실적을 확인해 보고하는 날을 정해놓는데 해당 날짜에 맞춰 퇴회할 회원을 미리 보고해야하는 시스템이다. 

현실에서는 퇴회하려는 회원은 날짜를 정해놓고 학습지 교사에게 통보하지 않는 만큼 회사가 정한 보고 날짜에 보고할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지만 회사는 해당 날짜 이후 발생한 퇴회 회원은 인정해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학습지 교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교 눈높이 홈페이지 (사진제공=뉴시스)

아울러 교사가 정직하게 퇴회를 보고하려 할 때, 학습지 회사 정규직 직원인 관리자가 그것을 만류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학습지 본사에서는 각 지점에 실적 할당을 내리는데 그 실적은 관리자의 연봉과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대교에서는 '대납'을 위해 학습지 교사가 사채를 사용하고 관리자가 보증을 선 경우까지 있었다. 

이에 대해 대교그룹 관계자는 "일부 지점에서 가짜회원 관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지점 별로 교사와 관리자에게 부정업무를 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전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부 지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한편 이처럼 학습지 교사가 '열악한 환경'에 처하는 이유 중 하나는 '모호한 정체성'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습지 교사의 '법적 지위' 문제 

학습지 교사는 회사에 고용된 '근로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는 위탁계약을 맺은 '자영업자'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8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에서 열린 '재능교육 투쟁 승리, 종탑 고공농성자 환영'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오수영 위원장 직무대행과 여민희 조합원은 202일 동안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혜화동 성당 종탑 고공농성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서는 법원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지난 2011년 재능교육노조는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조합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박태준)는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아니지만, 회사에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는 만큼 노조법상 노동자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에서는 학습지 교사를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 2014년 8월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윤성근)는 "학습지 교사들은 위탁 계약에 따른 최소한의 지시만 받을 뿐 업무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면서 "회사와 사용 종속관계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1심과 2심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온 학습지 교사의 '법적 지위' 문제는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현재 2년째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현재 학습지 교사는 회사와 '위탁 사업자'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으며, 이 계약은 1년 단위로 체결한다. 

* 출처 : CBC뉴스 2016. 08. 09

* 해당원본글 : http://www.cbci.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1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