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표현하는 용어에는 '사람'이 없다"…
잡역부, 사역, 단순노무
노동차별개선연구회 "130여 지자체 노동차별용어 심각, 관리규정·조례 개선해야"
단순노무, 단순보조업무, 단순잡역조무인부, 잡역부…
노동과 관련된 이런 용어들에서 어떤 느낌을 받는가? 그리고 이렇게 명명된 일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대한 생각은 어떤가?
‘단순’, ‘보조’, ‘잡역’ 등의 말에는 중요한 일, 가치있는 일이라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런 이름이 붙여진 일은 하찮은 것, 곁들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든다. 그런 일을 매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잡역부’나 ‘일용인부’라 일컬어지는 노동자에 대한 존중은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고 노동자의 인격을 무시하는 이런 노동차별적인 용어가 지방자치단체 규정이나 조례에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비정규노동센터, 한겨레신문, 한양대공익소수자인권센터로 이루어진 ‘노동차별용어 개선연구회’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심으로 노동차별적인 용어 실태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1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노동차별용어개선연구회’가 지자체 관리 규정 및 조례를 중심으로 노동차별적 용어 사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의 130여 개 지자체가 기간제 근로자나 비정규직 근로자와 그들의 일에 대해 ‘단순노무, 단순보조업무, 일용인부, 단순잡역보조인부’ 등의 노동차별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심으로 노동차별용어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15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주제 발제를 맡은 김근주 한양대공익소수자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단순노무, 단수잡역조무인부, 잡역부라는 용어는 근로자들의 비숙련성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들로 생각되는데, 종사 업무 자체에 대한 경시와 함께 이 근로자들에 대한 비하적 표현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사람이나 동물 등을 부리어 일을 시킨다는 의미의 ‘사역(使役)’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기간제근로자의 무기계약근로자 전환에 관한 규칙에는 ‘사역인원’, ‘무분별한 사역과 양산을 억제한다’는 명문 규정이 있다.
김 전문위원은 “사역인원이란 용어는 ‘시키는 일을 받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해당 업무 근로자들에 대한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는 한편, 노동에 있어 자주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달리 서울시와 경기 안산시, 충북 보은군, 전남 무안군 등에서는 무기계약근로자 관련 지자체 관리 규정과 조례에서 중립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안산시의 경우 청사청소원, 공원관리원, 누수수리원 등을 총칭해 ‘현업실무원’으로 명명했으며 서울시는 사무종사원, 환경정비원, 시설청소원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 전문위원은 “용어를 바꾼다고 해서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현실까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차별적 용어를 개선하도록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할 필요가 있다. 노동 존중적인 용어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최소한 가치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현장 증언자로 참석한 김제시 환경미화원 박 아무개씨는 “김제시는 정청래 의원이 밝힌 최저임금 위반 지자체 중 하나다. 김제시에서 무기계약직은 ‘단순잡역보조인부’로 되어 있다. 단순히 품삯 받고 일하는 막벌이 일꾼이라는 말이다. 우리를 표현하는 용어에는 ‘사람’이 없다. 우리 월급은 인건비가 아니라 재료비였고 인원을 세는 규정도 정원이 아니라 물건을 세듯 ‘정수 삭감’이라고 하고 있다. 이런 용어를 보면 내가 물건 취급 받고 하찮게 여겨도 되는 사람같아 소외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 출처 : 공무원U신문 2015.12.15
* 해당원본글 : http://www.upubli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