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예방수칙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넷플릭스를 보며 지루함을 달랜다. 젊고 건강한 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소 불편해도 버틸 만한 일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 된다. 혼자 두면 밖으로 나가 길을 잃는 치매노인들,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아동들,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 등이 그들이다. 치매센터가 문을 닫고 복지관 아동센터도 비어버린 이때, 누군가는 노인과 아동이 살고 있는 곳을 방문해 안부를 묻고 음식을 나누며 간극을 메우고 있다.
부산 동구 어깨동무수정지역아동센터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청소년 39명이 매일같이 찾아와 저녁까지 먹으며 놀던 ‘동네 사랑방’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긴급돌봄을 받는 3명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집에만 갇혀 있다.
이들이 걱정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 20여명은 22곳의 가정을 최근 직접 방문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다지만, 부모가 일을 쉬면서 아이를 돌보는 집은 드물었다. 많은 집에서 아이가 아이를 돌봤다. 12세 첫째가 9세 둘째의 밥을 챙기고, 세 살배기 셋째의 기저귀를 갈았다. 아이들은 세 끼를 ‘3분카레’나 라면 같은 인스턴트식품으로 해결했다. 사회복지사들은 아이들을 깨우고, 계란프라이 반찬을 해서 밥을 먹이고, 함께 청소를 했다. 조윤영 관장은 “가보니까 아이들이 감염 걱정보다도 단칸방이나 좁은 집에서 하루 종일 갇혀 있는 것을 힘들어했다”면서 “재난에서는 항상 어른들이 중심이고 아동은 뒷전이 되기 쉽다”고 말했다. 돌아올 때는 아동용 마스크를 나눠줬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아주 좋아했어요. 아동용 마스크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인데, 대부분 부모님이 다 일하러 나가니까 몇 시간씩 줄 서서 마스크를 살 만한 여유가 없거든요. 아동용 마스크라서 고맙다고 하는 부모님들도 있었죠.”
강서구 치매안심센터 직원들은 요즘 전화기를 붙잡고 산다. 센터를 방문하던 노인 340명에게 안부 전화를 해 잘 지내는지 확인한다. 혼자 살거나, 배우자와 둘이서만 사는 50여명의 노인에게는 매일 전화한다. “나가시면 안돼요, 손 자주 씻으세요, 답답해도 나가실 때는 꼭 마스크를 쓰세요”라고 말하고 또 말한다.
보호자가 없어 불안한 가정에는 작업치료사 7명이 2인 1조로 찾아나선다. 강선옥 총괄팀장은 “대부분 경증 치매 노인분들인데, 집에만 갇혀 있으면서 상태가 안 좋아지는 분들이 많아 걱정”이라며 “한번 방문하면 30분 정도 있는데, 더 있어달라고 조르는 분들도 있어서 맘이 아프다”고 했다. 한 70대 치매환자는 한 달 동안 집 안에만 있으니까 망상도 잦고, 괴팍해졌다고 보호자에게 연락이 왔다. 코로나19 걱정 때문에 보호자가 가정방문은 못하게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현장 인력·지원금 부족…열정만으로 안돼”
이웃을 품고 메운 이들
대구장애인자활센터의 최상도 상근활동가는 의심환자로 자가격리된 장애인들과 함께 살았다. 지난달 23일부터 2주 동안 최씨를 포함한 4명의 활동가가 자가격리에 들어간 장애인 3명과 한집에 머물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들의 방에 들어가 체온을 쟀고, 센터에서 지급받은 방호복을 입고 뇌병변장애인의 목욕을 보조했다. 공간이 넉넉지 않아 최 활동가는 이불만 겨우 깔 수 있는 크기의 창고 같은 방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불편하다는 감정이 들 여유는 없었다”고 했다.
“3명 중 1명이 격리 초기부터 매일 열이 37.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 초반에 맘고생이 심했어요. 체력보다 힘든 건 감정을 보살피는 일이었어요. 세 분 모두 확진을 받을까봐 걱정을 많이 하셨거든요. 비장애인도 병실이 없어서 대기 중인데 장애인들이 확진을 받으면 제대로 치료받기 힘들 것이라면서. 그럴 때마다 음성이 나올 거라고 좋은 말을 하는 것 외에는 해줄 게 없었어요. 다행히 지난 2일 세 분 다 음성 판정이 나와서 모두 함께 기뻐했어요.”
간극을 메우는 일은 사회복지사나 활동가의 열정과 희생만으로는 지속 불가능하다.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정부 지원금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인력과 지원금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노숙인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경기 성남의 ‘안나의집’은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격상된 후부터 무료급식소를 중단한 대신 매일 600여개의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도시락은 순식간에 없어지는데, 시에서 지원받는 예산은 1명당 500원뿐이다. 김민희 사회복지사는 “후원금과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버티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출처(사진포함):
한겨레신문
이혜인.윤지원.박채영 기자
입력 : 2020.03.05 06:00 수정 : 2020.03.05 07:06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3050600035&code=940100&fbclid=IwAR0ymLQ2WPN6v51e39MziQI9Wlx2uBL-FvyL8D3xNVrNZoQ0rWfT8VwUb6U#csidx29721c294faddbaad089a6d764f882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