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저임금 8000원 돼도 주52시간 최임 노동자 급여인상은 0%대
최저임금만 받고 주 52시간 일하는 노동자 경우 내년도 최저시급이 8000원으로 6.2% 인상되더라도 연장노동기준이 되는 통상시급이 5000원이 되면 총급여 인상률은 0.8%에 그친다.
내년부터 연장수당 지급기준이 되는 통상시급이 최저시급을 밑돌 수 있다는 경향신문 보도(6월7일자 1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7일 해명자료를 내놨으나 노동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해명자료에서 “경향신문이 기사에서 인용한 사례는 극히 예외적이고 불이익한 임금체계 변경으로 노동자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므로 사실상 이러한 경우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8000원으로 인상된 경우 통상시급을 5000원으로 깎는 것은 법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므로 노동자들이 동의해주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왕 근로기준정책관은 “예외적 상황까지 감안해서 왜 법을 만들지 못했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시 노동자 동의 절차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노동부의 해명과 달리 경향신문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8000원으로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노동부의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최저임금에만 의존해 주52시간을 꽉 채워서 일해야 생활이 가능한 장시간 저임금 노동자 대다수가 무방비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경향신문은 사례분석을 위해 가상의 ㄱ 노동자를 상대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ㄱ씨는 올해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 명목의 급여는 한 푼도 없이 오로지 최저임금(시급 7530원)에 해당하는 기본급(157만3770원)만 받고 52시간 일해서 생활하고 있다. ㄱ씨 경우 기본급 외에 다른 수당이 없기 때문에 연장노동수당을 결정하는 통상시급은 최저시급과 동일하다.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주12시간씩 일해서 받는 연장노동수당은 월 58만8244원이다. 결국 기본급에 연장노동수당을 합친 ㄱ씨의 월 총급여는 216만2014원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하에서는 ㄱ씨 경우 내년도 최저임금(시급)이 7530원에서 8000원으로 6.2% 인상되면 총급여도 비례해서 6.2% 인상된다.
하지만 내년 개정 최저임금법이 시행되면 ㄱ씨의 총급여는 어떻게 달라질지 장담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총급여 인상률은 0%대에 그칠 수 있다.
최저임금산입 범위에 상여금과 식대, 교통비, 숙박비 등 복리후생비가 포함되면서 기본급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를 인상해 최저임금을 맞추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예를 들어 ㄱ씨를 고용한 사업주는 취업규칙을 고쳐 기본급을 157만3770원에서 104만5000원(시급 5000원)으로 깎는 대신 식대(32만7000원),교통비(11만7040원),숙박비(30만원)를 급여항목에 신설했다. 기본급에 식대, 교통비, 숙박비를 합친 급여는 178만9040원이다. 종전 기본급(157만3770원)보다 21만5270원을 더 주고 최저임금(167만2000원)보다도 7%(11만7040원)를 더 준다고 하니 ㄱ씨로서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막상 월급 명세서를 받아 보니 총급여는 불과 1만7626원(0.8%) 늘어나는데 그쳤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기본급과 식대, 교통비, 숙박비를 합친 급여는 21만5270원이 늘어났지만 주12시간 초과노동에 따른 연장수당이 종전(58만8244원)보다 19만7644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ㄱ씨의 연장수당이 줄어든 것은 연장노동수당 지급기준이 되는 통상시급이 5000원으로 삭감됐기 때문이다. 기본급 외에 식대, 교통비, 숙박비도 매달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면 ㄱ씨의 통상시급(통상임금/209시간)은 8560원이 돼야 했다.
ㄱ씨가 항의하자 사업주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급여 지급일 재직중인 직원한테만 주는 식대, 교통비, 숙박비는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변경된 취업규칙을 다시 찾아보니 ‘식대, 교통비, 숙박비는 매월 25일 재직 중인 직원에만 지급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ㄱ씨는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직원 과반수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지적할까 생각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기본급이 줄어들긴 했지만 식대, 교통비, 숙박비가 추가되면서 연장수당을 제외한 급여는 종전보다 21만5270원이 늘었다. 연장수당과 합친 총급여도 미미하지만 1만7626원이 증가했다. 어느 쪽으로 봐도 종전보다 급여가 늘어난 이상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었다.
왜 회사에서 기본급에 식대, 교통비, 숙박비를 합쳐 최저임금보다 7%(11만7040원)를 더 준다고 생색을 냈는지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개정 법률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7%를 초과한 복리후생비만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규정에 따라 정확하게 최저임금법 위반만 피해간 것이다.
ㄱ씨 경우는 개정 최저임금법이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 없이 근근이 최저임금에만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저임금 노동자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8000원으로 6.2% 인상되더라도 고작 0.8%(1만7626원)추가된 인건비로 ㄱ씨 같은 노동자를 주52시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ㄱ씨처럼 ‘꼼수’로 급여체계를 변경해 최저임금인상 효과를 거의 ‘제로’로 만들더라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으로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절차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를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노동부의 다짐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향신문은 노동부가 해명자료를 배포한 후 ‘ㄱ씨 사례가 극히 예외적 사례에 해당하느냐’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으로 볼 수 있느냐’고 질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강진구 노동전문기자(공인노무사)kangjk@kyunghyang.com
* 출처 : 경향신문 2018. 6. 8
* 해당원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6080600011&code=940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