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15%’ 더 오르더라도, 식대·상여금 포함 땐 절반은 그대로
ㆍ민주노총, 저소득층 조합원 602명 급여명세서 분석
국회가 논의하고 있는 대로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의 종류를 넓혀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까지 넣으면 저임금 노동자들은 얼마만큼 손해를 볼까.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 식대 등 구체적인 복리후생비 항목이 소득에서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는지 분석한 정부 통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면 저임금 노동자가 받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예상이 일치한다.
24일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의 1.2배 이하 임금을 받는 조합원 602명의 임금명세서를 분석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임금 삭감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식대와 교통비 등을 포함시킬 경우 최저임금을 올려도 이들 중 절반은 인상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내년에 최저임금이 15% 올라 시급 8660원이 된다고 가정하고, 조사 대상자들의 현재 임금과 내년 최저임금을 비교했다. 지금처럼 기본급과 통상수당만 최저임금에 포함될 경우, 조사 대상자 중 96.8%는 내년에 자동으로 급여가 올라간다.
현재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적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에 상여금까지 들어가면 임금이 오르는 사람은 94.0%로 소폭 줄어든다. 급식비·통근비 등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에 포함되면 임금이 늘어나는 사람은 45.0%에 불과하게 된다.
영세업체 저임금 노동자들일수록 식비나 교통비로 부족한 임금을 벌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여금보다 복리후생비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 많이 나왔다.
어수봉 전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3월 국회에서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한 경우와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경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상여금이 들어갈 경우 전체 노동자의 25%가 영향을 받고, 최저임금이 10% 오를 때 1%포인트가량 인상폭을 상쇄하는 효과가 난다. 식대·통근비 등을 포함할 경우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40%로 늘고, 인상폭을 상쇄하는 효과도 2%포인트 수준으로 올라간다. 어 전 위원장은 “둘을 합치면 (최저임금 인상폭이) 2.5~3%포인트 정도 상쇄될 것”이라고 했다.
상여금만 최저임금에 넣는 경우에는 소득이 중간을 약간 밑도는 차상위계층 노동자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산입범위를 지금처럼 둔 채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와 최저임금에 상여금까지 포함한 경우를 비교했을 때 임금 상승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집단은 차상위계층인 소득 2분위였다. 현 체제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2분위 노동자 30.9%의 소득이 늘지만 상여금이 산입되면 그 비율은 20.3%로 떨어진다. 소득 2분위 노동자의 약 10.6%인 48만5920명이 최저임금이 올라간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대기업 등의 노동자들에겐 상여금이 영향을 미친다. 최고소득층인 소득 5분위 노동자 중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1.1%인데, 상여금이 포함되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소득 5분위 노동자는 사라진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 출처 : 경향신문 2018. 05. 24
* 해당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241747001&code=94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