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 하는데…매년 채용 반복하는 돌봄노동자
ㆍ복지부의 노인돌봄 사업 2년 전부터 매년 해지·고용
ㆍ“한파에 노인들, 기다리는데 면접 준비하자니 한숨만”
서울에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달 12일. 한파주의보가 발령되면 노인복지관 등에 소속된 독거노인생활관리사는 2시간 내에 관리하고 있는 노인 25~30명 전원의 안부를 확인하는 등 할 일이 산더미다. 하지만 이날 독거노인생활관리사 ㄱ씨가 신경 써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바로 면접이다. 생활관리사로 일한 지 10년차인 그는 2년 전부터 매년 신규채용을 위해 면접을 보고 있다. ㄱ씨는 “한파로 바쁜 와중에 면접을 준비하고 있자니 집에 갇혀 관리사들만 기다릴 노인들 생각에 속이 상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의 ‘노인돌봄기본서비스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매년 고용이 해지됐다가 신규채용되는 것이 반복되면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인돌봄기본서비스사업은 2007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시행하고 있는 독거노인 맞춤형 복지서비스로, 현재 전국 244개 수행기관에서 독거노인생활관리사 9200여명, 서비스관리자 390여명이 활동 중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복지부는 노인돌봄서비스 제공인력 관리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만들었다. ‘노인돌봄서비스 인력의 근로계약관계는 기간제 근로자로 매년 채용공고를 통해 채용절차를 거쳐 선발해야 하며, 기존 수행인력을 계속 고용하는 경우에도 채용공고를 거치지 않은 계속 고용은 불가하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방식은 2017년, 2018년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전국의 독거노인 돌봄노동자는 해당 지침에 따라 연말이면 고용해지 통보를 받은 뒤 다시 이력서를 제출, 면접을 보는 절차를 거친다. 건강검진도 매년 자비를 들여 다시 받아야 한다. 서비스 관리자 ㄴ씨는 “과거에는 계약서만 새로 쓰는 방식으로 고용승계가 이뤄졌는데 갑자기 지침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특히 돌봄노동자 신규채용 여부는 위탁기관인 복지관의 평가점수에 반영된다. 복지부는 매년 각 복지관을 평가한 뒤 최하위를 기록한 곳은 위탁운영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총 100점 만점의 평가지표에서 ‘생활관리사를 적절하게 선발하여 관리하고 있는가’란 지표는 3점이 배점돼 있는데 이 중 ‘당해연도 추경 이전 생활관리사를 모두 공개채용하였다’는 항목을 충족하지 못하면 1점이 감점된다. 2점이 배점된 ‘서비스 관리자 선발 시에 모두 공개채용하였다’는 지표를 충족하지 못해도 1점 감점이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돌봄노동자를 고용승계한 사례도 있다. 서울의 한 노인복지관은 올해 결원이 없는 서비스 관리자에 대해 전원 신규채용 절차 없이 고용승계를 결정했다. 그러나 돌봄노동자들은 “복지관들이 평가점수 1~2점 차로 사업 재위탁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번거로운 신규채용을 반강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고용노동부와 협의 후 결정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돌봄노동자들은 정부 복지정책에 의해 고용된 갱신기대권이 없는 기간제 노동자인데,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매년 신규채용한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관마다 채용 방식이 달라 2년 전부터 통일된 지침을 사업 안내에 포함시켰다”며 “이 때문에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의견을 수렴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 출처 : 경향신문, 2018. 1. 1
*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1012215025&code=94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