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 노동자 또 청소하다 쓰러져
희석한 락스로 곰팡이 제거 작업하다 병원 후송 … 공공운수노조 “급식실 실태조사하고 안전대책 마련하라”
▲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경기도 안양 A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청소를 하던 노동자 ㄱ씨가 지난 13일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 함께 있던 동료들은 400석이 넘는 나무 식탁과 의자에 생긴 곰팡이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한 락스와 무리하게 진행됐던 청소 일정이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가 19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급식 노동환경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ㄱ씨는 락스를 물에 희석한 용액을 곰팡이가 핀 부분에 바르는 업무를 수행했고, 안면경련과 혀가 말리고 굳는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함께 일하던 5명의 동료들도 어지럼과 입술·혀 감각 둔화 증세를 호소했다. ㄱ씨는 동료의 신고로 응급실에 실려갔고 이후 퇴원했지만 평소에 없던 천식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현장에 함께 있던 동료 김영애씨는 “비가 많이 와 곰팡이가 심하게 슬었다”며 “450여개 식탁과 의자를 쭈그려 앉거나 엎드려 청소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원래 4일에 걸쳐 대청소를 하는데, 2일 동안 하다 보니 쉬고 싶어도 쉴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교육청이 제작한 매뉴얼인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따르면 조리종사자는 방학 중 일하지 않는 직종이지만 학교급식 위생·안전 관리를 위해 방학 중 청소일은 근무일로 한다. 최대 근무일은 8일로 권장한다. 지난 3월 최대 근무일이 7일에서 8일로 하루 늘었다. 방학기간 중 연간 두 차례 4일씩 진행되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이 기간이 지켜지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학사일정이 연기되면서 여름방학이 짧아졌고, 학교가 청소날을 이틀만 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A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 ㄴ씨는 “학교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서 1층에 위치한 식당 외부 유리창 먼지제거 청소를 급식실에서 해야 한다고 해 서둘러서 식당청소를 마무리해야 했다”며 “락스 사용에 대한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장 에어컨 8대가 있지만 4대는 고장으로 작동되지 않는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노조는 “장마 기간 기압이 낮아 외부공기 유입이 미약해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A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사고는 대청소 기간을 줄이면서 발생했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교급식 노동자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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