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들 “코로나 예방지침, 현장서 안 통해”
콜센터 상당수 요식행위…10명 중 6명 “여전히 불안”
휴가 사용 간섭하고 우산 쓰고 밀집 상담 시키는 곳도
콜센터 상담사들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후 정부가 맞춤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 상담사의 절반가량은 대책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지급 및 소독, 칸막이 설치 등이 이뤄지긴 했으나 밀집 근무 형태는 개선되지 않았고 여전히 병·휴가의 사용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외주업체인 콜센터가 원청 눈치를 보느라 근무 여건에서 재량을 발휘할 수 없는 환경이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내놓은 콜센터 관련 대책의 실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4일간 콜센터 상담사 6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5일 공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서울시 구로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발병이 확인된 이후 14개 항목으로 구성된 ‘콜센터 감염병 예방지침’을 마련·배포했다. 이 지침에는 사무실 내 밀집 최소화, 자유로운 휴가 사용 환경 조성, 마스크 비치, 주기적 소독, 노동자 발열 모니터링, 사업장 대응 매뉴얼 마련 및 전파 등이 담겼다.
하지만 설문 응답자 10명 중 6명은 콜센터가 여전히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1.5%는 정부의 지침을 아예 모르고 있었고, 50.5%는 예방지침이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응답자들은 사업장의 예방조치 상당수가 요식행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상담사 ㄱ씨가 다니는 콜센터는 정부 지침이 나온 이후 재택근무를 도입하긴 했지만, 근무 조를 여러개로 나눠 한 조가 일주일에 하루만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나머지 조는 모두 출근하다보니 사업장 밀집도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ㄱ씨는 “인원이 거의 그대로라 간격이 생길 수 없다”며 “머리 위에 우산 쓰고 상담하라는데 상담 이력은 입력해야 하고 눈앞에 우산대는 떡하니 있고 이게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무작정 정부 지침을 따르다 부작용이 나타난 곳도 있었다. 상담사 ㄴ씨는 “비좁은 곳에서 근무하는 것은 그대로인데 분산근무를 한다고 근무처를 먼 곳으로 옮기는 바람에 출퇴근에 3시간이 걸린다”면서 “대중교통 이용시간이 훨씬 늘어나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39.7%는 여전히 연차휴가 사용도 자유롭지 않다고 답했다. 원청이 요구하는 응대율(전체 전화 중 상담으로 연결된 전화의 비율)을 맞추려다보니 하청업체인 콜센터 관리자가 휴가 사용을 통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상담사 ㄴ씨는 “(응대율을 이유로 한) 강제적인 관습은 그대로”라며 “기침해도 모른 척하고, 열 있다고 하면 (관리자가) ‘열 없는데?’ 그러고. 무단결근 아닌 한 못 쉰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일터의 하청화, 위험의 외주화라는 바이러스를 퇴치하지 않는 한, 원청의 안전도, 국민의 생명도 담보할 수 없다는 역설을 코로나19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효상 기자
* 출처 : 경향신문 2020. 4. 6
* 해당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