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비정규직과 최저임금 등 일자리 문제 해결에 힘을 쏟은 고용노동부가 내년에는 일자리 기회 확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춘다.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등 고용안전망도 강화한다. 고용노동부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포용적 노동시장 구축’을 목표로 한 2019년도 정부업무보고를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내년에는 “일자리 기회 확대와 일자리 질 향상에 부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고질적인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쏟았지만, 지나치게 속도가 빨랐다는 반발을 의식한 것이다. 노동부는 “일자리 문제 해결과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데 일부 성과를 거두었으나, 여러운 경제 상황과 소상공인의 호소, 정책추진 과정에서 사전 준비 부족 등에 대한 비판도 상존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 일자리사업 예산이 올해 19조원에서 내년 23조로 대폭 늘어난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직접일자리 예산을 올해 3.2조원에서 내년 3.8조원으로 확대해 96만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 직업훈련과 고용서비스 관련 예산도 올해 9조원에서 내년 11조원으로 늘어난다. 지역의 현실을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정부에서 108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청년들의 취업 활동과 장기 근속을 돕는 예산도 크게 늘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내년 새로 반영돼 1인당 300만원씩 8만명이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청년을 채용한 중소기업에 주는 인센티브인 청년추가고용장려금도 올해 3417억원에서 내년 6745억원으로 두 배 늘었다. 중소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청년들이 적금을 부으면 만기시 추가로 지원금을 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도 올해보다 두 배 늘어난 9971억원을 편성해 25만5000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여성 노동자에게만 지원됐던 출산휴가급여도 임시·일용직 등으로 확대된다. 배우자가 출산한 남성 노동자의 출산휴가도 유급 10일로 늘어나고, 중소기업에선 배우자가 아이를 낳으면 5일치 임금이 지원된다.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도 계속해서 추진한다. 대표적으로 근로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을 추진한다. 현재 계획은 중위소득 60% 이하 근로빈곤층과 중위소득 60~120%에 해당하는 청년층 128만명 중에서 구직 의욕과 지원 필요성 등을 감안해 최대 50만명까지 지원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행하면 한해 매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게 된다. 지난 4일 경제부총리 인사청문회에서 홍남기 후보자가 “고용시장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일자리로 돌아오게 하겠다”면서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를 당초 계획(2020년)보다 한해 앞당겨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던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프리랜서 예술인도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이 추진된다. 고용보험 대상이 아니라 노동자라면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나 출산급여 등을 받지 못했던 이들도 최소한의 생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고용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30일 연장하고, 지급 수준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리기로 했다.
그 외 직장내 갑질과 채용비리 근절,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의 현장 안착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11월22일 새롭게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국민의 삶과 밀접한 현안들에 대한 사회적 대화도 이어나간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