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투쟁연대기(2)
정윤희(작가/문화연구자)
두 번째 글을 쓰는 오늘은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이 길 위의 투쟁을 시작한 지 4137일째 되는 날이다. 나는 2014년 인도네시아로 떠난 여행에서 수라바야 지역에 있는 콜트악기의 노동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 한국으로 치자면 민주노총 금속연맹 소속의 노동자들이다. 박영호 사장은 1993년 인도네시아와 1999년 중국에 공장을 지었다. 신자유주의의 여느 기업들처럼 값싼 임금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하여 이윤을 챙기려 한 속셈이었다. 인도네시아 콜트악기 노동자들은 박영호 사장에 대해 표면적으로 현지화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박영호 사장은 요 몇 년 사이 인건비가 상승한 중국 공장의 규모를 줄이는 대신, 재료수급도 용이하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인도네시아 공장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공장에 갇혀서 밤낮으로 일해야 했던 한국 노동자들의 사정에 비하면 정시 출퇴근 시행과 무슬림 기도 시간을 보장하는 등 복리후생이 조금 나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박영호 사장이 대전 계룡지역에 있었던 콜텍 노동자들에게 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그저 다른 공장보다 임금을 조금 더 주는 정도일 뿐, 여전히 지속고용을 빌미로 노동자가 열악한 상황을 견디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노동법에는 회사를 운영하려면 반드시 노조를 수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 따라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정경유착을 한 박영호 사장은 노조원 200명을 한꺼번에 해고했다고 한다. 부당한 상황에 맞닥뜨린 노동자들은 결국 법정투쟁을 감행하며 다시 노조를 세웠지만, 박영호 사장은 어용노조를 만들어 민주성향의 노조를 견제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인도네시아 콜트 노조 쪽에서 몇 번의 연락이 왔지만, 한국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장기투쟁으로 인해 그들의 연락에 제대로 응하지 못했다. 두 나라의 콜트악기 노동자들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해 집중 투쟁을 하고자 원정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아직 완전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데 이 계획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의 의지는 충만하다.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지고 원정 투쟁의 의지를 꺾지 않는다 하니 다행이라 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작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원정투쟁도 함께 하려고 한다. 노동자를 사람이 아닌 이윤을 창출하는 도구로 보는 박영호의 관점은 인도네시아 공장의 노무관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더 12년간의 투쟁을 인도네시아의 사회와 노동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세상의 권력으로부터 계속 거부당함에도 불구하고, 밟고 밟아도 잡초처럼 일어나왔다. 그러나 그 상처는 내면에서 곪고 곪아 내면의 불안을 드러내고 서로 간에 관계가 느슨해지고, 갈등하고 반목할 수밖에 없게 한다. 그 어려움을 넘고 또 넘어서는 모습은 마치 순례자와 같이 숭고하다. 아마존의 루나 부족은 재규어를 만나면 마주 보고 바로 응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혜를 전한다. 이와 반대로 몸을 웅크리거나 시선을 피하면 재규어는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루나 부족처럼 부조리함을 바로 마주하고 응시하기 때문에 짓밟히지 않는다. 콜트콜텍 노동자 말만 꺼내도 답답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외면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당했던 어려움을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에게 전하고 그들의 노동이 존중받고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한다. 이는 사람이 존중받는 삶의 마지노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지면을 할애해주신 정의구현 사제단에게 감사드리며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노동자들을 응원해주길 바란다.
* 출처 : 빛두레 제1379호 018. 6. 17
* 해당원본 : http://www.sajedan.org/sjd/bbs/board.php?bo_table=sjd05_07&wr_id=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