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부지 매입한 보우디앤씨 용역 투입 “재산권 행사”
18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하이텍알씨코리아 공장 안에서 공장 부지 매각 반대와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구자현 금속노조 서울남부지회 부지회장과 신애자 하이텍알씨코리아 노조 분회장이 이날 새벽 공장을 침탈해 조합원들을 쫒아낸 용역들에게 고립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정의철 기자
공장부지 매각과 공장 폐쇄에 반대하며 철탑 고공농성이 진행 중인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하이텍알씨디코리아 공장에 18일 새벽 용역 인력들이 진입하면서 가로막힌 노동자들이 공장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분회는 “공장 매각 통보 사실과 조합 사무실 이전과 관련해 사측으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며 “공장 이전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 라인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회사가 제시하기 전까지는 공장을 떠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날 새벽 4시 40분께 차량 30여 대를 동원해 기습적으로 공장에 진입한 용역 100여 명은 하이텍알씨디코리아 공장 부지를 매입한 업체 ‘보우디앤씨’에서 투입한 인력들로, “지질 조사를 하겠다”며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입 당시 공장 부지 내에는 고공농성 중인 조합원 2명과 노조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조합원 3명뿐 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분회 조합원들과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폭력적 공장침탈 규탄, 농성장 사수 하이텍 투쟁승리를 위한 금속노조 수도권 간부 결의대회’를 열고 공장 진입을 강하게 규탄했다. 한때 일부 조합원들이 공장 정문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막아서고 있던 용역들과 격렬한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장에 진입한 보우디앤씨는 공장 건물 철거와 새 건축물 허가를 위한 지질 조사를 이유로 지난해 11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노조의 업무 방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8일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난 후 용역 10여 명이 공장부지 진입을 시도했으나 조합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가 이날 새벽 용역 100여 명을 동원해 공장을 점거했다.
김혜진 금속노조 서울남부지역지회 부지회장은 “우리 두 동지를 철탑 위에 남겨놓고 새벽에 한순간에 쫓겨서 이 곳 공장 밖까지 쫓겨나왔다.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하고 답답하다”며 “더욱 더 굳세게 싸워서 반드시 우리의 청춘과 삶과 역사가 묻어있는 이 공장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용역에 의해서 공장 밖으로 밀려난 조합원들이 18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하이텍알씨코리아 공장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며 용역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현재 공장 안에서는 구자현 금속노조 서울남부지회 부지회장과 신애자 하이텍알씨코리아 노조 분회장이 건물 옥상 위에 설치한 철탑에 올라 지난해 12월 10일부터 고공농성 중에 있으며 이날 용역의 침탈로 고립된 상태다.ⓒ정의철 기자
18일 새벽 철탑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하이텍알씨코리아 공장에 진입한 용역들이 출입문을 폐쇄하고 조합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한편 구자현 금속노조 서울남부지회 부지회장과 신애자 하이텍알씨코리아 노조 분회장은 지난 12월 10일부터 노조와 합의 없이 진행된 공장부지 매각과 노조 탄압에 맞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정의철 기자
- 노동자들 “사측의 공장 매각은 정리해고 수순”
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지난해 9월 금천구 가산동 공장부지를 부동산개발업체인 보우디앤씨와 240억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사측은 기존 공장에서 15분 거리의 독산동에 위치한 새 공장으로 출근하라고 통보했으나 조합원들은 이같은 조치를 정리해고를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공장 매각을 반대해 온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공장 내 철탑 위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 10일 신애자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조합 분회장과 구자현 금속노조 서울남부지회 부지회장이 고공농성에 들어간 지 131일째다.
이들은 사측의 공장부지 매각이 사실상 국내 생산라인을 정리하고 노조를 없애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모형 자동차, 비행기 등의 리모콘을 생산하는 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지난 1996년부터 주요 생산라인을 필리핀으로 옮겼다. 국내 생산을 줄여가던 지난 2007년 사측은 새 회사를 설립하고 모든 생산직원들을 전적시킨 뒤 1년 만에 정리해고하고 회사를 폐업시켰다. 당시 전적을 거부한 조합원들은 2008년 전원해고 되었지만 대법원으로부터 부당 해고 판결을 받고 이후 투쟁을 통해 복직했다.
노조는 “이번 신공장 이전 역시 단체협약을 통해 협의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노조와 아무런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철탑 고공농성 중인 신애자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분회장은 “오늘 이 공장에 용역깡패들이 침탈했다. 하이텍 박천서 회장은 작년 9월에 공장부지 매각하면서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비록 지금 길거리로 내몰려있는 상황이지만 힘찬 투쟁으로 반드시 생존권을 사수하고 민주노조를 사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우디앤씨 관계자는 용역 투입과 관련해 “토지를 매입한 자로서 재산권 행사를 한 것”이라며 “노사간 협의 후에 마무리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교섭을 진행하던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사는 저녁 7시부터 다시 교섭에 돌입했다.
* 출처 : 민중의 소리 2016. 04. 18
* 해당원본글 : http://www.vop.co.kr/A00001014695.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