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파업 앞두고 장미 준비하는 교장 선생님 “노동권 배울 기회”
인천서흥초등학교가 지난달 28일 학교장 명의로 발송한 가정통신문
인천의 한 초등학교가 오는 3일 학교 비정규직을 포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연대파업과 관련해 “학부모님들의 지지와 배려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걱정마시고 잘 다녀오세요”라는 내용의 포스트잇을 교내에 붙이며 학교 구성원들의 파업을 응원했다.
인천서흥초등학교는 지난달 28일 교장 명의로 발송된 가정통신문에서 “우리 학교 교육공무직 선생님들께서도 노동자로서의 권리이자 이 땅의 국민으로서 의무를 실행하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시며 참여하신다”며 “7월 3일과 4일에는 빵과 음료 등 완제품으로 대체급식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흥초등학교에서는 이번 비정규직 파업에 급식실 조리종사자, 스포츠강사, 전문상담사 등 약 10명이 참여한다. 3일부터 사흘간 이어질 파업기간 동안 급식과 체육 교육 등에서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서흥초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모두가 잠시 불편해질 수 있다”며 “불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것이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하는 일임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더불어 이 땅에 소외된 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나누어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하며 땀 흘려 일하시는 모든 학부모님들의 지지와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서흥초는 교무부장 등 부장을 맡고 있는 선생님들이 참여하는 학교 기획위원회를 통해 이 같은 통신문을 발송하기로 결정했다.
김지국 서흥초 교장(60)은 통신문 발송 이유에 대해 “대체급식으로 인해 학부모님께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단순히 조리 선생님들이 파업에 참가해 불편을 겪게 됐다는 걸 알리기 보다는 이 분들 행위가 법으로 보장된 권리 행사라는 것을 안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면 사실 대부분 노동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며 “우리 아이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배울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될 것이고, ‘왜 파업을 하게 됐는가’에 관심을 갖다보면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인식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근본적으로 학교 다니면서 언제 노동자 권리를 가르치고 배운 적이 없다.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있는 하나의 기회”라고도 했다.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 교장은 “파업에 거부감을 가지고 판단하는 부모님들이 계시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다”며 “파업으로 잠시 불편을 겪을 수 있지만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학부모님들께 호소하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2일 현재까지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에 대한 불만 민원은 접수되지 않았다.
이어 김 교장은 “내일 모레부터 파업이 시작되는데 내일 장미 한송이 들고 비정규직 선생님들 찾아뵙고 편안한 마음으로 잘 다녀오시라고 말씀드릴 예정”이라며 “지금 이렇게 싸우시는 분들이 좋은 성과를 얻어내면 바로 우리 아이들이 성장해서 이 세상에 나갔을때 조금 더 노동자로서 존중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인천 남동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비정규직 파업과 관련해 교내에 붙인 포스트잇.
통신문을 작성한 심준희 서흥초 교무부장(42)은 “대체급식을 하게되면 상식적으로 학생들이 왜 그런지 물어볼 것 같았다”며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는 분들이 일터를 떠나신다는데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함께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찬반에 대한 판단이야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알아야 하고 마음을 나누는게 교육”이라고도 했다.
심 교사는 ‘비정규직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일각의 여론에 대해서도 “시험을 안봤으니 혹은 성적이 좋지 않으니 좋은 대접을 받으면 안된다, 차별을 당해도 된다고 학교에서 가르쳐서야 되겠느냐”며 “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어른들은 모두 선생님인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가정통신문에 문의 전화번호를 남겼던 심 교사는 학교 비정규직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감사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러려고 쓴 것이 아닌데 이 정도까지 (응원의) 힘을 받으실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심 교사는 “비정규직이라고 차별 받는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세상도,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상도 아니다”라며 “그 분들의 싸움이 차별없는 세상을 크게 앞당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천 남동초등학교 학생들이 1일 교내에 붙은 학교 비정규직 응원 포스트잇을 지켜보고 있다.
2일 인천의 남동초등학교에서는 학교 비정규직의 파업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포스트잇이 교내에 붙기도 했다. 한 학생은 “마음 불편하시겠지만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래요”라고 썼고, 다른 학생은 “저희 걱정은 하지 마시고 잘 가서 좋은 결과 얻고 오세요”라고 썼다. “저희는 도시락 먹을게요, 괜찮아요” “저희는 절대 파업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 걱정 마시고 원하시는거 꼭 이루시고 오시길 바래요”라고 쓴 글도 있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에 5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정대로 파업이 진행될 경우 초등돌봄교실과 학교급식 운영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약 1만5000명이 참여한 2017년 파업 당시에는 전국 1929개 초중고의 급식이 중단됐다. 이효상 기자
*출처 : 경향신문 2019. 7. 1
*해당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7011741001&code=94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