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44만명 시대, 청년 '기본소득'이 해법되나? (머니투데이, 4월 5일)
청년대상 생계지원제도 점차 확산 추세
"기존의 실효성 없는 청년고용지원 정책 대신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지난 수년간 정부가 내놓은 청년실업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올해 2월 초 19∼29세 이하 청년 구직자 146만명에게 매달 20~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6년 청년실업자는 43만5000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4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실업률은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인 9.8%를 기록했다. 청년인턴제, 청년창업정책 지원사업, 임금피크제 등 역대 정부의 청년지원 정책이 모두 실효성 없는 미봉책에 그치면서 지자체에서 하나둘씩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생계지원 성격의 기본소득제 카드를 내놓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만 19~29세의 미취업청년들 가운데 중위소득 60% 이하에 해당하는 3000명을 선정해 매달 50만원씩 6개월 동안 총 30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청년수당'제도를 마련했다. 이어 성남시가 올해부터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모든 청년에게 1년간 분기별로 25만원씩 4차례 총 100만원을 바우처(카드) 형식으로 주는 '청년배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2월 만 18∼34세의 미취업 청년 1000명에게 매달 50만원씩 6개월간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청년구직지원금제도'를 발표했다. 지급 대상자들에게 '경기청년카드'를 주고 법안에 취지에 맞게 사용했는지를 따져본 후 지출한 금액을 계좌에 다시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법안은 정부부처 간 협의를 거친 후 올해 7월쯤 시행될 예정이다.
인천시도 고용노동부에서 시행 중인 청년취업성공패키지사업의 비용을 지원해 주는 '청년사회진출지원사업'을 4월부터 시행할 계획을 세웠다. 인천시는 총 4단계로 구성돼 있는 취업성공패키지사업의 취업알선 단계(3단계) 참여자 중 인천시에 주소를 두고 있는 청년 7000명을 선정해 구직지원비를 지급할 예정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청년대상 기본소득제 도입 움직임이 점차 다른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다. 부산시는 2일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매달 10만원씩 1년 동안 구직활동비를 지급하는 청년수당제를 오는 9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시가 계획한 정책은 만 19~34세의 청년들 중 3000명을 선발해 매달 구직활동비 10만원을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발급해주는 제도다.
급기야 지금까지 청년대상 기본소득제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오던 정부마저 이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저소득층 청년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생계지급안을 발표했다. 지급안에 따르면 올해 초 5월부터 정부가 선발한 미취업자 만 34세 고졸 이하의 저소득층 청년 5000명은 1인당 최대 30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8월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안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직권취소 조치를 내렸다. 그랬던 정부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안을 내놓은 점은 고용절벽에 놓인 청년층이 구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도 점차 힘을 얻고 있음을 시사한다.
스타트업(초기벤처기업) 액셀러레이터인 엔슬 파트너스의 임수택 대표는 "청년 생계지원제도와 같은 청년 기본소득제가 청년실업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은 될 수 없지만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하는데 일시적으로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이미 역사상 가장 어려운 취약계층이 되고 말았다"며 청년배당 제도의 중요성을 적극 강조했다.
(조성은 luxuryshine7@m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