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 여성노동자 절반 이상 '감정노동 위험군'
서울노동권익센터, 안전보건공단 평가도구 적용한 결과 "감정부조화·손상으로 62.9% 위험"
유통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감정노동 정도를 측정해 봤더니 절반 가까이가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서울노동권익센터(소장 김성희)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유통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위험집단 비율이 모든 영역에서 높게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센터는 올해 4월21일부터 5월8일까지 백화점·면세점·대형마트·로드숍 등에서 일하는 유통산업 종사자 1천2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 중 1천100여명이 여성노동자였다.
센터는 설문지를 바탕으로 안전보건공단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감정노동평가 지침에 포함된 ‘한국형 감정노동 평가도구’를 적용해 이들의 감정노동 정도를 측정했다.
평가는 △감정부조화 및 손상 △조직 감시와 모니터링 △고객응대 과부하 및 갈등 등 총 5개 부문당 각 하위 항목의 수치를 그렇지 않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4점)까지 매기고 이를 평가점수로 산출해 '정상'과 '위험'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센터가 평가도구를 적용했더니 감정부조화 및 손상 부문에서 무려 62.9%의 여성노동자가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해당 부문은 "고객을 응대할 때 자존심이 상한다" "퇴근 후에도 응대로 인한 힘든 감정이 남는다" "고객을 상대하며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등을 하위 항목으로 구성하고 있다.
공단은 지침에서 위험군에 대해 “해당 감정노동 요인이 집단에서의 주요한 문제이고, 개선의 우선순위가 있음을 의미한다”며 “노동자들의 심리적 문제를 일으키고, 결국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직 감시와 모니터링’으로 위험군에 속한 여성노동자들도 절반이 넘는 52.7%나 됐다. 이를 구성하는 항목은 직장내 감정노동 감시와 인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여부다. 그만큼 유통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이 회사 감시를 힘들어한다는 얘기다. '고객응대 과부하 및 갈등' 부문에서도 46.2%의 여성노동자들이 위험군에 포함됐다.
이정훈 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학계에서 감정노동자 스트레스를 줄이고 직무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노동자 정체성 화보와 자율성 부여 등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나라 유통산업도 감정노동자의 숙련과 전문성을 키우고 업무권한을 확대하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우람 | against@labor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