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복수노조 제도 시행 후 ‘노조 파괴’ 수단인 노동조합 간 차별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일 뿐 아니라 부당노동행위라는 첫 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핸즈코퍼레이션이 금속노조 핸즈코퍼레이션지회에 노조 사무실, 노조 게시판,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제공·부여하지 않은
것과 금속노조 조합원 중 일부가 성과급을 받지 못하도록 악용된 단체협약 29조3항 단서조항은 공정대표의무 위반, 부당노동행위라고
21일 판정했다. 공정대표의무는 복수노조 제도 속에서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와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초심은 노조 사무실, 노조 게시판,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제공·부여하지 않은 것만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판단했고, 단체협약 29조3항 단서조항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또 4가지 차별 행위 모두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금속노조 핸즈코퍼레이션지회 조합원들이 지난해 8월 “부당징계 해고 철회, 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인천 본사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핸즈코퍼레이션은 1972년 인천에 설립된 회사로 상시노동자 1460여명을 사용해 자동차 알루미늄 휠을 만든다. 사업장엔 조합원
160여명이 가입한 금속노조 핸즈코퍼레이션지회와 조합원 820명이 가입한 핸즈코퍼레이션 노조(교섭대표 노조) 등 2개의 노조가
있다. 지난해 3월 설립된 핸즈코퍼레이션지회의 상급단체는 민주노총이고, 지난해 4월 설립된 핸즈코퍼레이션 노조의 상급단체는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이다.
회
사는 핸즈코퍼레이션지회 설립 전후로 6차례에 걸쳐 지회 간부 및 조합원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해 노조 탈퇴, 한국노총 가입 등을
권유했다. 녹취록을 보면 부서장 박모씨는 회사 5공장 안에서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이건 그냥 까놓고 이야기할게요. 그냥 다 같이
한노(한국노총)로 가면 안 돼요? 한노가 정말 어용 같으세요? 그거 회사가 만든 노조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박씨는 또 “회사는
복수노조 싫어해요. ‘왜 노조를 두 개씩 둬 가지고’라며 껄끄럽게 생각을 해요. 소수노조는 없애려고 들 거예요. 한노에 기대지
그러세요?”라며 노조 탈퇴를 압박했다.
지회 측 대리인인 박주영 노무사는 “이번 중노위 판정은 노조 간 차별에 대해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뿐 아니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병합해 심리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판단할 때 노조 간 차별 자체를 노조의 단결권 침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요소로 고려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판정”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