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태프 열악한 노동에 여전히 ‘신음’
노동부, KBS 4개 제작현장 근로감독 결과 보니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의 제작현장에서 조명팀 스태프로 일한 ㄱ씨와 동료들은 올해 초 외주제작사에 팀원 개인별 근로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제작사는 이를 거부하고 ‘턴키계약’(팀 단위 도급계약)을 관철시켰다. 이렇게 되면 제작사는 사용자로서의 법적 책임을 팀장급인 조명감독에게 떠넘길 수 있고, 스태프는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가 되기 때문에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등을 적용받기 어렵다. 제작사는 스태프들에게 4대 보험 가입은 조명감독에게 받으라고 했고 하루 촬영시간은 16시간으로 하되 그 이후 연장촬영 시 수당은 줄 수 없다고 했다.
외주 4곳·도급 17곳 법 위반
주당 최대 33시간 연장까지
3곳 최저임금 안 지켜 적발
다단계 하도급 구조도 여전
1일 평균 노동은 3시간 줄어
개별 도급·서면계약 변화도
드라마 제작현장의 장시간 저임금 노동실태가 조명됐지만 방송 스태프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17일 KBS에서 방영된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국민 여러분> <닥터 프리즈너> <왼손잡이 아내> 등 4개 드라마 제작현장을 대상으로 지난 4~6월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근로감독 대상이었던 외주업체 4곳과 도급업체 17곳 모두가 주 52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한 주에 최대 33시간 연장근로를 시킨 곳도 있었다.
총 3명에게 최저임금 220여만원을 미지급한 업체 3곳도 적발됐다. 서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16개 업체도 확인됐다.
노동부는 제작사나 감독·PD 등 팀장급 스태프와 팀원이 체결하는 계약은 형식적으로는 업무위탁계약이지만, 팀장급 스태프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사용·종속 관계에 있어 근로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현장 스태프 184명 중 137명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그러나 제작사와 팀장급 스태프들이 체결하는 계약에 대해서는 “팀장급 스태프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 책임하에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근로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방송사를 정점으로 제작사, 현장 스태프까지 드라마 제작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도 여전했다.
일부 변화도 나타났다. 지난해 3개 드라마 제작현장에 대한 첫 근로감독 때는 조명·동시녹음·장비 등 기술분야의 경우 모두 팀 단위로 제작사와 도급계약을 맺는 형태였지만, 이번에는 연출·촬영·제작·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대체로 제작사와 팀원 간 개별적인 업무위탁계약을 맺는 형태로 변경됐다. 또한 지난해 구두계약에서 올해는 서면계약으로 바뀌는 추세였다.
노동부는 지난해 근로감독과 비교해 1일 평균 노동시간은 15.2시간에서 12.2시간으로, 1주 평균 노동 일수는 5.6일에서 3.5일로, 1주 평균 연장노동시간은 28.5시간에서 14.1시간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열악한 방송 노동의 책임을 제작상황을 관리·감독해야 할 방송사가 아니라 제작사나 감독급 스태프에게 전가했다. 감독급 스태프 역시 방송국과 제작사의 지시를 받으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주장했다. 정대연 기자
* 출처 : 경향신문 2019. 7. 18
* 해당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7172116015&code=94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