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쌍용차 파업 무력진압은 MB 청와대서 최종 승인”
ㆍ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발표
왈칵 쏟아진 분노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 과잉진압을 청와대가 최종 승인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당시 옥쇄파업에 참가했던 해고노동자 김선동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강희락 경찰청장 건너뛰고 조현오, 청와대와 직접 접촉
대테러 장비 사용, 법 위반 파업 비난 ‘댓글 부대’ 확인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의 파업농성을 무력진압하라는 지시가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 의해 최종 승인된 것으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진압 작전을 총지휘했던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경찰 최고 지휘자인 강희락 경찰청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직접 접촉해 진압 작전을 승인받았다.
진상조사위는 28일 쌍용차 노조 파업농성 진압 당시 경찰 공권력 행사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경찰청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낸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를 권고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경기경찰청은 2009년 6월부터 노사협상 결렬에 대비해 강제진압 계획을 세웠고, 이런 진압 계획은 사측의 긴밀한 협조를 거쳐 수립됐다.
같은 해 8월4일과 5일 이뤄진 경찰특공대의 진압 작전은 상급기관인 경찰청을 뛰어넘어 청와대의 최종 승인에 따라 이뤄졌다.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은 “노사협상 여지가 남아 있어 시간을 더 둘 필요가 있다”며 반대했지만, 조현오 당시 경기청장은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청와대에 진압 작전을 직접 보고해최종 승인을 받았다. 강 청장은 8월4일 경찰특공대의 공장 진입조차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에도 지휘체계를 무시한 ‘항명’이라는 논란이 거셌지만, 조 전 청장은 그해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영전했고 이듬해에는 경찰 최고위직인 경찰청장 자리에 올랐다.
경기경찰청이 당시 조현오 청장의 지시에 따라 온라인상에서 노조의 파업농성을 비난하는 ‘댓글부대’를 운영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기청 경찰관 50여명을 중심으로 꾸려진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은 파업 관련 기사에 노조원들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했다. 조사위는 “경찰의 인터넷 대응은 정당한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파업 진압은 ‘대테러 작전’을 방불케 했다. 경찰은 대테러 임무를 담당하는 경찰특공대를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 투입했고, 경찰청장의 사용금지 지시에도 다목적 발사기, 테이저건 등 대테러 장비를 사용했다. 경찰은 당시 헬기 6대를 동원해 유독성 최루액 20만ℓ를 노동자들에게 대량 투하했다. 헬기로 농성장 위를 저공 비행하는 이른바 ‘바람 작전’을 통해 파업 노동자 해산을 시도했다.
조사위는 테러범이나 강력범 진압에 써야 하는 경찰장비를 노조원들을 상대로 사용한 점, 헬기를 동원해 고공에서 최루액을 살수한 점 등이 ‘경찰관직무집행법’과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위법행위에 대해선 직권남용과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당시 진압 지휘부에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찰이 당시 사측이 고용한 경비용역과 구사대의 폭력을 방관하고, 심지어 이들과 함께 노조원을 폭행하는 등 사측과 ‘합동 작전’을 펼쳤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쌍용차 사측이 노조원들의 농성장 이탈을 유도하기 위해 공장에 단전·단수 조치를 취하고 의료진과 의약품 반입을 막은 것 역시 경찰의 작전 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공권력 행사에 위법 판단”
경찰에 손배소 취하 권고
노동자들 “책임자 꼭 처벌”
조사위는 경찰청이 공권력 남용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쌍용차 노조 등을 상대로 낸 16억7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관련 가압류를 취하하라고 권고했다. 또 앞으로 개별 사업장의 노동쟁의 사건은 노사 간의 자율적인 교섭을 원칙으로 해야 하며 경찰력은 최후적·보충적인 수단으로만 투입하라고 권고했다. 국가 손배소 취하 문제를 놓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지난해부터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위는 쌍용차의 과잉진압 작전이 청와대의 최종 승인으로 시행된 만큼 정부 역시 노동자와 가족이 입은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이들의 명예회복과 치유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조사위는 “이 사건이 경찰력이 노동쟁의 현장에 투입될 때 경계해야 할 선례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당시 파업 현장에 있었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책임자 처벌과 정부의 사과, 사측의 ‘노조 와해’ 문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촉구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이번 조사는 진실의 일말을 밝혀준 결과지만, 억울하게 숨진 동료와 가족 30명이 살아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이 원통하다”며 “공소시효가 끝난 범죄는 특별법을 제정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자 처벌 없이 재발방지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선명수·남지원 기자 sms@kyunghyang.com
* 출처 : 경향신문 2018. 8. 28
* 해당원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282204005&code=940702
